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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통 없는 유도분만으로 출산한 후기.txt (스압)
게시물ID : baby_6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시깽이
추천 : 14
조회수 : 3477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4/04/01 18:21:04
 
4살 터울 아들 둘 둔 엄마입니다.
육아게시판에 올라온 출산후기 읽고 저도 제 이야기가 떠올라서 한번 올려봅니다.^^
혹시나 유도분만 계획 하시는 분께 도움 될 수도 있구요.
 
1. 첫째 아이 출산후기

첫째 가졌을 때 입덧이 전혀 없었고  막달 때도 몸이 가벼워서 펄펄 날아다닐 정도였습니다.
엄마인 저는 편한 임신기간이었지만 그게 순탄치 많은 않았습니다.
35주쯤 아기가 많이 작다는 담당샘의 말씀.
보통은 그 주수에 2.4 kg 인데 저희 아기는 1.8kg 이었습니다.
아기가 작은 이유는 불확실 하지만, 원래 뱃속에서 잘 안 크는 아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낳아서 크게 키우라는 말 있죠.)
아니면 새벽 4시 취침, 낮 12시 기상하는 생활습관일수도요.
출산 때까지 매주 200그램씩 아기 몸무게 늘려서 3kg는 채워서 나오기를 바라며 그렇게 목표를 정했어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24주쯤부터 매일 있는 가진통.
배가 아무때나 땐땐하게 경직되었다가 풀리는 현상으로, 원래 만삭쯤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저는 매일 자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원래 그런건줄 알고 걱정도 안했습니다.
심지어 29주쯤 해외로 태교여행을 가 하루종일 가진통 해가며 빨빨거리고 돌아다녔어요.
가진통이 위험한 이유는 진진통으로 이어져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뒤에 담당의와 상담 중에 가진통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32주 정도부터는 검진 때마다 태동검사도 했어요. (배에 기계에 연결 된 띠 두르고 30분 정도 누워서 가진통 세기나 간격 알아보는 것.)
적고 보니 임신 중에 엄마는 편했지만 아기는 힘들었을 것 같네요. 미안..;
 
근데 38주 4일 되던 날 아침, 여느때와 같이 자고 일어났는데 삭-하고 물이 새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보니까 팬티에 500원짜리 동전 정도 만큼 투명한 물로 젖어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구요.
그래도 막달이니 걱정이 돼서 그 날 오후 1시쯤 산부인과에 갔어요. 먼저 아기 상태를 관찰했습니다. 2.4kg 정도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양수가 샜을수도 있다며 양수 반응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죠.
5분 만에 결과가 나왔는데 양수 양성 반응, 즉 양수가 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담당샘이 그러셨죠. 양수도 샜고 아기도 작고 하니 바로 입원해서 유도분만으로 낳자구요.
혹시나 해서 확인차 간 그 길로 엉겁결에 입원실에 들어갔습니다. 출산가방은 남편이 집에서 대충? 챙겨오기로 하구요.
저녁밥은 7시쯤 친정엄마가 도시락에 쑥국과 밥을 챙겨오셔서 먹었어요. 그 이후에는 간호사가 금식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간호사가 무통 분만 할건지 물어보러 와서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적극 권장하시는 분위기가 아니고,
(무통을 맞으면 힘줘야 할 때를 놓칠수 있다고 합니다.) 또 제가 아픈거 참는건 꽤 하는 편이라 무통은 안하기로 했어요.
굴욕 3종 세트 (내진, 회음부 면도, 관장)도 차례로 했습니다.
관장은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항문으로 물을 흘려들인뒤 5분 정도 참으라고 했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고
폭ㅍ설ㅅ가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인데 몸도 무거우니 화장실 들락날락 할 때 힘들었어요.
이렇게 출산준비가 완료되자, 유도분만을 위해 촉진제가 주사되는 커다란 기계가 또 들어오더라구요.
기계에 링거 바늘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팔에 주사를 꽂은채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벌써 6년전 일이라 시간대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저녁 10시 - 촉진제 맞기 시작.
새벽 12시 - 약발이 받기 시작. (배가 간지러운 느낌으로 시작.)
새벽 2시 - 아. 요렇게 배가 조여오는거구나.
새벽 4시 - 음, 아프다. 참을만 하다.
새벽 6시 - 아! 아아아... 아!
드디어 새벽 6시 쯤에는 아픈거 참느라 이마에 약간씩 땀이 맺힐 정도의 진통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내심 이제 거의 다 된거 아닐까.. 하는 ㅋㅋㅋ 귀여운 생각을 했었죠. (처음이라 몰랐음..)
그런데 의사샘의 내진 후 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내진 하시더니 "10% 열리셨네요." 하고 가시는것이었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멘붕이었습니다. 지금 굉장히 아프고 힘든데 이게 10%?
그 뒤로 저는 죽음의 진통을 맛보았습니다.
막 여자들이 "끄아아아어엉어어억!!!!" 하면서 이불 물어뜯고 얼굴은 땀범벅 되는 그런 장면 있죠? 그게 연출이 되었습니다.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온다고 하면.. 1분 정도 극심한 진통을 한 다음, 진통이 가시면 축 늘어집니다. (밤새 잠을 못 잤어서 이 때 졸기도 합니다.)
슬슬 다음 진통이 다가올 때 쯤이면 정말 울고 싶고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두렵습니다.
저는 옆으로 누워서 남편 손을 꽉 잡는게 도움이 됐어요. 손을 부여잡고 신음하며 몸을 뒤틀고 고개를 ㅁㅊㄴ처럼 좌우로 흔들어대며 겨우 버티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제가 안쓰러워서 머리카락을 넘겨주거나 "많이 아파?" 따위의 말을 걸면
"스브... 시끄르어...말 흐즈므..나 만즈즈마..스브...." 소리가 절로 납니다. 그냥 손만 죽어라 쥐어짜는게 도움이 되지, 다른건 도움이 전혀 안되더라구요.
남편이 쓸데없는 말 하거나 다른데를 만지면 살의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남편 분들 그냥 옆에서 시키는 것만 하세요.. ㅜㅜ
처음엔 진통 사이사이 몇신지도 알고, 정신이 약간 온전했었는데 하늘이 노래져야 아기가 나온다는 말 있죠?
진통 간격이 점점 짧아지며 극심한 고통에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군지 모르겠을 즈음..
의사 샘이 내진을 하시더니, "이제 거의 다 됐네요. 밑에 뭐가 걸린 느낌이 들면 간호사를 부르세요." 하십니다.
밑에 걸린 느낌? 그게 뭐야.. 하며 진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뜨악!! 밑에 뭐가 걸립니다!!! 콧구멍 안 쪽에 참외가 나오려고 대기 타고 있는 느낌으로 아랫배 쪽에 뭐가 딱 걸립니다!!
"여보, 간호사, 간호사 불러. 지금 걸렸어, 걸렸어."
그렇게 입원실에서 분만실로 옮겨갔습니다.
이제 진통 쯤은 기본으로 깔리고 본격적인 콧구멍에서 참외 빼내기가 시작됩니다.ㅜㅜ
밤새 잠도 거의 못자고 밥도 못먹고 5시간 정도 극심한 진통으로 탈진 상태인데 죽을 힘을 줘서 아기를 밀어내야 합니다.
아까는 그저 배가 아파 뒹굴었다면 이제는 아기가 산도를 통해 빠져나오는 또다른 차원의 고통이 있습니다.
이 때 제가 너무 고래고래 비명을 크게 질렀는데 간호사 샘이 저보다 더 큰 소리로 호통 치십니다.
"산모님! 그렇게 소리 지르시면 아기한테 안 좋습니다!"
아기한테 안 좋다는 말에 최대한 참아봅니다.
그런데 분만실에 들어가고 힘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아기가 미끄덩 하고 빠져나왔습니다.
아기가 작아서 그런지 굉장한 속도로 미끄러져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아기가 나오는 속도에 비해 산도가 준비되지 않아 길게 열상을 내면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분만실에 들어가 아기 낳을때까지의 시간보다 산도의 열상을 봉합하는 후처치가 더 오래, 1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열상이 심해서 회음부 방석도 출산후 두어달 동안 오래 사용했고 큰일 볼때도 너무 아파서 산후조리 기간 동안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서서히 잘 아물었고 울 아가가 무럭무럭 자라 돌 정도 되었을 때부터는
둘째 생각도 가질 만큼 출산의 고통은 잊게 되었습니다.
 
제가 육아게시판에 올라온 출산후기 보고 저도 적어보고 싶어서
매일 조금씩 썼던 글인데 글 다 쓴 오늘이 우연히도 첫째 생일이예요. (4월 1일)
오늘 유치원에서 엄마 선물 드리라고 미역을 줘서 예쁘게 포장된 미역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들이 선뜻 길가에 난 꽃을 따서 꽃다발 만들어줬어요.
아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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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는 분 계시면 둘째 출산후기도 올려볼게요.^^
둘째도 유도분만, 무통 없이 낳았는데 첫째보다는 정석으로 낳았어요 ㅎㅎ
원래 두 아이 연달아 올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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