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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기담 #. 4일 차 제국의 실험
게시물ID : dungeon_626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7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13 2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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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가가 입원해있는 병실이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평소에도 심심해하는 어른들의 말소리로 종종 떠들썩해지기도 했지만, 오늘은 모험가의 침대 쪽이 특히 더 떠들썩했다. 모험가를 찾아온 동료의 병문안이었다. 귀가 뾰족한 어린 소녀인 것으로 보아 마계인인 모양이었다.
 마계인 소녀는 모험가의 침대에 걸터앉아 뭐가 그리 바쁜지 쉴 새 없이 조잘대었다. 모험가가 여러 번 마계인 소녀에게 목소리 좀 낮추라 부탁할 정도로 소란스러웠지만, 마계인 소녀는 목소리를 낮출 줄 몰랐다. 중간중간 지나가던 간호사가 마계인 소녀에게 핀잔도 주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금세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모험가는 포기했는지 한숨만 내쉬었다.

 "다들 뭔 일 있어? 왜 너 혼자 왔어?"
 "응? 아아. 아저씨는 잠시 볼 일 있다고 퀘스트 끝나고 어디 갔고 폐암 열차는 놀러 갔어. 그나마 나니까 이렇게 금방금방 오는 거야. 존경해. 존경해봐."
 "고마워서 단명하겠네. 그나저나 아저씨야 이해는 하겠는데 그 담배쟁이 새끼는 참…."

 모험가는 글렀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 퍼뜩 뭔가 생각난 듯 마계인 소녀를 보았다.

 "야, 그나저나 그 퀘스트 결과물은? 보상은? 내 몫은 있냐?"
 "아저씨가 가지고 있어. 솔직히 던전에서 그렇게 큰 도움도 못 주고 리타이어 해서 병원에 실려왔는데 보상을 1/4 해야 하…음, 하는 거냐고 폐암 열차가 그랬어! 진짜야!"
 "웃기지 마! 딱 들어도 뻥 구라잖아! 내가 누구 때문에 실려왔는데! 이 촉새년이 진짜!"
 "사람이 농담도 못해? 응?"

 그렇게 소란스럽게 꽥꽥거리며 말싸움이 심화되기 직전 날아온 간호사의 블록 버스터 덕분에 모험가와 마계인 소녀는 절로 숙연해졌다.

 "여기 간호사들 분위기 장난 아니네…."
 "어젠 히든 스팅도 날리던데."

 그 말에 마계인 소녀는 가만히 치맛자락을 만져대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곧 마계인 소녀는 한숨을 내쉬곤 모험가에게 이만 가보겠다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계인 소녀는 한 어린아이가 멀뚱멀뚱 모험가를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마계인 소녀는 어린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어린아이는 잠시 마계인 소녀를 보았다가 다시 모험가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쟤 너한테 관심 있나 봐."
 "모험하다가 너한테 들은 소문들 좀 말해줬더니 매일 와. 귀찮게. 근데 심심해서 계속 얘기해주는 중."
 "소문? 얘, 너 얘한테 소문 들으러 왔어? 너 네 수준에 맞는 친구 찾은 듯?"

 마계인 소녀의 말에 모험가는 아무 말 않고 마계인 소녀의 귀를 잡아당겼다. 마계인 소녀는 아프다고, 귀 떨어진다며 소리 질렀고 곧 모험가의 머리채를 잡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 둘이 서로를 놓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어린아이는 모험가의 침대에 붙어 소문을 들려달라 졸라대었고 그 둘은 그제야 서로를 놓아주었다.
 모험가는 마계인 소녀에게 얼른 돌아가라며 대충 손을 휘저은 뒤 어린아이에게 해줄 이야기를 떠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마계인 소녀는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는 듯 어린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였다.

 "너 안 가냐?"
 "너 얘한테 이것저것 말해줬다면서. 나도 얘기 줘도 되지?"

 마계인 소녀의 말에 모험가는 잠시 생각하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인 소녀는 재밌겠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할 준비를 시작했다.

──

 얘, 얘.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쟤가 하는 얘기들 재밌었어? 어, 재밌었어? 너 엄청 용썼나 보네? 너 말 엄청나게 못하잖아. 에이, 너 이런 사소한 말에 일일이 화내면 안 돼. 속 좁게 보여. 손 올라간다, 손 올라가! 때릴 거야? 작고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를 때릴 거야? …하면 되잖아, 하면.
 에헴! 너 무슨 무슨 얘기 들었었어? 으음…불법, 귀신, 고어…애한테 해줄 말이 있고 못 해줄 말이 있지 너 어떻게 그런 것만 말할 수 있어? 내가 할 얘기? 후후후, 아주 흥미롭고 재밌고 무써어운 이야기? 어쨌든 네가 해준 이야기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소문의 근원지께서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란다? 아, 때리지 좀 마! 알았어, 이제 시작할게.

 얘, 혹시 제국에 대해 아는 거 있니? 응, 요즘 막 마을에 돌아다니고 던전 앞이라던가 여기저기서 경비도 서고 하는 그 제국. 잘 몰라? 그런가…. 그럼 있지, 제국에 대한 얘기를 해줄게. 모험을 하다 보면 제국인들을 몇 번 만나볼 수 있곤 하거든. 말은 말대로 막 던지고 듣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던 막 말하고. 어떤 제국인은 막 조금만 신경 거슬리게 하면 엄청나게 화내고 그래. 제국의 기사단장 님은 성격은 괜찮은데 뭔가 좀 찜찜하기도 하고. 애초에 제국의 황녀…님부터가 되게 사람 말하는 게 기분 나빠!
 뭐…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그래도 기분이 나쁜 걸 어떡해! 게다가 마치 자기네들이 전부 다 잡아먹겠다는 양 이곳저곳 끼어들고 여기 서있고 저기 서있는 것도 찝찝해서 기분 나빠! 언더풋도 흑요정들 마을인데 왜 지들이 경비를 서? 천계도 천계인들 동네인데 왜 지들이 경비를 서? 그거 엄청나게 찝찝한 일이잖아!
 게다가 걔네들은 실제로도 찝찝해! 걔들이 옛날에 무슨 짓 했는지 말해줄까? 어…그럼 너 가까이 와봐. 차마 크게는 못 말하겠어서 그래. 응. 얘 너 전이 알지? 응, 몬스터들 막 흉포해지고 세계가 막 이상해진 전이. 걔들이 전이 실험을 했었더래니까? 그거 때문에 걔네 실험장은 개판 났었어. 내가 봤어. 진짜야.
 전이 실험뿐만이 아냐. 전이 실험에 동물실험도 했었어. 전이 에너지에 취해서 그걸 제멋대로 다뤄서 지 힘으로 삼고 싶었던 건지 뭔지. 동물들을 잡아다가 전이 에너지를 주입해서 변이 시킨다거나 뭐 그랬었지. 그 실험장 근처를 지나다가 전이 에너지를 한 됫박 맞은 사람들도 잡아다가 실험을 했댔나?
 그런데 그 실험에 대해 들리는 얘기가 있어. 이런 류의 이야기에선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인간성을 버리는 실험 이야기! 무슨 이야기냐고? 당연히 사람 데려다 하는 인체실험이지. 방금 말한 거 아니냐고? 음…방금 말한 것은 전이 실험의 부속실험의 느낌이고 이건 뼛속까지 순수한 인체실험.
 소문으로 들리는 실험도 여러 개야. 하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놓고 그 경과를 지켜본다는 실험. 주사 놓는 것들이 워낙 독한 약물들이라서 피실험체는 다 죽었다고들 해. 다른 하나는 동물을 이용한 실험. 말도 안 되는 시시한 실험에다 유인원도 안 할 실험 얘기 뿐이더라. 또 다른 거로는 사람들 데려다가 마법적인 거 불법적인 거 온갖 거 다 써서 강하게 만드는 거랬나? 이 실험은 결과가 나와도 얼마 못 가서 다 죽어버렸더래. 마지막 하나는 몬스터를 이용한 실험이야. 몬스터를 잡아다가 사람과 섞어 키메라 병사를 만드는 실험이더래. 그 실험은 키메라가 폭주해서 아무것도 안 남았대.
 왜 이런 실험이 밝혀지지 않았냐고? 모험하다 보면 제국이 진짜 실험을 한 곳에 가볼 수 있는데 거기가 진짜 진짜 어두워. 얼마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건지 가늠도 안될 정도야. 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그 빛도 기분 나쁘게 음습하고 다 꺼져버린 기계들이 내는 빛도 기분 나쁜 곳이야. 그런데 인체실험장은 그것보다 더 깊고 음습한 곳에 있더래. 그러니까 당연히 알려지지 않지. 이렇게 소문만 무성할 뿐이야.
 나는 그 실험들 중에서 마지막 소문을 믿어. 말 잘 듣는 키메라 병사를 육성하기 위해 인륜도 저버리고 사람과 몬스터를 융합한다잖아. 얼마나 있을법한 얘기야? 나도 한 번 나중에 호문쿨루스 가지고…아, 이 얘기는 그냥 넘겨. 별거 아냐. 아무튼 키메라 병사를 원했다가 제 뜻대로 안돼서 자멸했다는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잖아.

 그나저나 제국이 얼마나 미움받았으면 그런 소문까지 돌고 그랬을까? 그런데 얘, 가장 재밌는 게 뭔지 알아? 제국이라면 그 소문이 진짜여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야. 나는 마계인이라 많은 것은 모르지만,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인체실험은 못 봤지만, 실험하는 것 자체는 봤거든.
 아, 이거 내가 말했다는 건 비밀이야? 제국한테 찍히는 건 싫거든. 난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 아직 고향에도 못 가봤고! 그러니까 비밀이야?

──

 마계인 소녀는 제 얘기를 마친 뒤 재밌었다는 듯 웃었다. 마치 비밀을 말해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린아이는 무섭다며 모험가에게 매달리며 칭얼거렸다. 모험가는 귀찮은지 어린아이를 살짝 밀어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떨어지지 않았고 계속 모험가에게 붙어있었다. 모험가는 계속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다시금 밀어내며 말했다.

 "꼬맹아, 혹시 제국 기사가 와서 그 소문 어디서 들었냐 물어보면 모험가에게 들었다고 해. 그럼 넌 아마도 괜찮을 거야."
 "어…아저씨랑 아저씨 친구는 어떻게 돼?"
 "…잡혀가나?"
 "안 돼!"

 어린아이는 모험가의 대답에 그래선 안된다며 침대를 연거푸 내리쳤다. 모험가가 그럴 일 없을 것이라며 간신히 어린아이를 진정시켰지만, 어린아이는 진정이 덜됐는지 계속 씩씩대었다. 모험가는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마계인 소녀에게 뭐 좀 해보라 부탁했고 마계인 소녀는 어린아이의 흥미를 돌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

 "얘, 너 호문쿨루스라고 알아?"
 "호…그게 뭐야?"

 어린아이는 시작되는 마계인 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진정되어갔다.


사실 이야기꾼인 모험가는 제가 첫날에 올린 아라드의 모험가에 나오는 그 모험가였습니다.
4일 째가 되어서야 동료가 문병을 와주는 모험가 ㅠㅠ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남법 신직업과 직변권 미지급 소식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글을 옮기러 찾아왔습니다.

오늘로 아라드 기담도 4일차입니다...만...
...이건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아...
기이한 이야기보다 더 기이한 게 현실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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