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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도 - 1.1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게시물ID : readers_88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누구없소?
추천 : 1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11 02:43:39
서장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8832&s_no=8832&page=2
 
제 1.1화 :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신나는 자명종 소리가 울린다. 이곳은 누군가의 방이다. 침대살 없이 매트리스만 있는 침대에서 한 남자가 일어난다. 눈이 부어 있는 것이 어제 라면이라도 먹고 잤나보다. 아니면 원래 붓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눈을 비비며 자명종을 찾는다. 더듬거리며 찾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아침을 생각나게 한다. 신나는 자명종 소리를 따라 손이 더듬더듬 움직이고, 길지 않은 시간에 시계를 찾아 소리를 멈추게 한다. 가만히 남자에게 다가가 본다. 눈이 부어 있어서 그렇지 나름 괜찮게 생겼다. 뭔지 모르게 궁금하다. 이 남자의 일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자명종을 끄고 나서 침대는 정리하지도 않고 욕실로 향한다. 욕실 테이블 위에서 안경을 찾아 쓴다. 칫솔을 들고 이를 닦는다. 이를 닦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뭔가 매력적인 사람인가보다. 나는 다가가서 남자의 볼을 만져 보았다. 손이 닿지 않는다. 뭔가 기분이 좋지 못하다. 만져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뭐 당분간은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시간은 많이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를 닦고 나서 남자가 수건을 찾는다. 속옷을 벗고, 샤워기를 튼다. 나는 부끄럼이 많은 여자니까. 아니 여자라고 생각되니까. 욕실 밖에 나와 샤워기 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기로 했다. 두곡을 흥얼거리니 그가 나왔다. 속옷만을 입고, 머리의 물기를 터는 모습에 놀라. 일단 창문으로 달아나기로 했다. 창문을 나와 세상을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에 매일 바라보았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기분이 든다.
 
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여자이기에 창문 근처에서 벗어나 태양을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긴 하지만, 눈을 피할 정도는 아니다. 많은 나의 친구들이 저곳을 향해 날아갔지만, 나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 아직 무언가 해결해야 할 것이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이다. 근데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남자가 그걸 알게 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럴 것만 같다. 왜 그럴 것 같은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질문은 여자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혹시 그런 질문을 속으로 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남자면 자신 주변에 여자가 없는 이유를 그것이라고 말해주고 싶고, 여자라면 당신은 여자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한참을 태양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가 간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놀라 창문으로 다가간다. 그가 외출할 준비를 마쳤다. 창문을 통해 들어가 보니 일어나면서 어지럽혀져 있던 침대도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남자다. 남자는 어두운 색의 면바지에 잘 다려진 파랑색과 하늘색으로 되어 있는 체크 셔츠를 입고 있다. 제법 자신에게 잘 어울리게 꾸미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그에게 다가가 바람을 불어 본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외출을 하는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고르는 것에서 그가 신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며 신발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씻는 시간보다 신발을 고르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신발을 골라주고 싶어질 때 그가 오늘의 짝꿍을 선택했다. 어두운 색의 면바지와 잘 어울리는 어두운 갈색의 스니커즈가 오늘의 짝꿍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손은 열쇠를 찾고 눈은 스마트폰을 향해있다. 손이 열쇠를 찾자 잠시 열쇠에 시선을 두더니 이내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린다. 잠시 더듬거리며 열쇠 구멍을 찾더니 이내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근다. 문을 잠그고 나서 열쇠를 가방에 던지듯 넣는다. 가방엔 서류뭉치 조금과 책 두 권이 들어있다. 한 권은 매우 두꺼워서 남은 한 권을 세 개 합쳐놓은 듯 했다. 얇은 책엔 표지에도 이쁜 파랑새가 그려져 있는 것이 무식하게 큰 책보다 내 마음에 든다. 얇은 책엔 “너나 나나 파랑새가 필요하다.”라고 적혀 있다. 큰 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글자로 적혀 있다. 뭐 별로 읽고 싶지도 않다. 그는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계단으로 내려간다. 고장난거 같지도 않은데 이상한 사람이다. 덩달아 나도 계단으로 내려간다. 그의 뒤에 바짝 붙어 움직이는데 여전히 나를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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