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슈미트 교수 주장
계속해서 팽창하는 우주 암흑에너지로 인해 가속
빛보다 더 빠르게 되면 가까이 있는 은하도 관측 못해
"1000억년 뒤 인류는 텅 빈 우주와 마주하게 될 겁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브라이언 슈미트(45) 호주국립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8차 국제천문학연합회(IAU) 총회 연설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인류는 우주에서 또 다른 생명을 찾고자 하지만 외로움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미트 교수 발언의 근거는 암흑에너지. 2001년 존재가 발견됐으나 이 에너지가 우주의 73%를 채우고 있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한다는 것을 제외하곤 밝혀진 게 없다. 나머지 우주는 암흑물질(중력을 갖는 수수께끼 물질ㆍ23%)과 별처럼 눈에 보이는 우주물질(4%)로 이뤄졌다.
137억년 전 빅뱅(대폭발)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한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는 "팽창한다는 말을 우주 공간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우주 안에 있는 물질 간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구슬치기에 비유하자면 운동장은 우주 공간이고, 맞부딪힌 구슬(우주물질)이 서로 멀어지는 게 팽창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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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공간에 작용하는 중력과 암흑에너지를 그린 상상도. 위쪽 격자는 척력(미는 힘)을 지닌 암흑에너지, 아래는 은하의 영향으로 굴곡 지어진 중력을 나타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
20세기만 해도 과학계에선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차 느려질 거라고 내다봤다. 우주에 널리 흩어진 수천 억 개의 은하가 서로를 잡아당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 슈미트 교수를 포함해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사울 펄무터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애덤 리스 교수 등 3명은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암흑에너지로 인해 우주의 팽창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였다.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들 3명은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수봉 교수는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척력(미는 힘)을 갖고 있는 암흑에너지가 이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의 팽창속도는 초속 71㎞다.
그런데 암흑에너지가 지금보다 더 크게 작용해 우주 팽창속도가 빛의 속도(초속 30만㎞)보다 더 빨라지면 어떻게 될까. 송용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빛보다 더 빠르게 우주가 팽창하면 다른 은하에서 나온 빛은 지구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가까이 있는 은하라도 관측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관측은 지구에 도착한 빛을 통해서 이뤄진다. 가령 우리 은하 중심에서 2,174조㎞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50만년 걸린다. 방금 관측한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만 년 전 모습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 은하에서 나온 빛의 속도보다 우주 팽창으로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 빛은 지구에 도달하지 못하고, 결국 안드로메다 은하를 볼 수 없게 된다.
텅 빈 우주와 마주하게 될 거라는 슈미트 교수의 말은 이런 관점에서 한 얘기다. 송용선 선임연구원은 "우주의 미래에 관한 예측 중 슈미트 교수 말처럼 암흑에너지의 작용으로 관측할 수 있는 우주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구에서 우리 은하에 있는 다른 행성(수성, 금성 등)을 볼 수 없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우주 가속팽창은 은하와 은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은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에 있는 행성들은 만유인력으로 서로가 서로를 꽉 붙잡고 있어 우주 팽창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더 멀어지지 않는다.
학계에선 우주 팽창으로 우주가 서서히 생명력을 잃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주의 평균온도는 영하 273도. 빅뱅 이후엔 이보다 높았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서서히 온도가 떨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전망이다. 김수봉 교수는 "온도가 높다는 건 에너지를 많이 가졌다는 뜻"이라며 "우주는 서서히 식어 가고, 별은 점차 빛을 내지 않으면서 나중엔 아무런 활동도 없는 그런 우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