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한 집주인이 있어요. 아주 작지만 아늑한 방을 내줬어요. 계약서에는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 때까지는 머물러도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죠. 단, 집주인이 방을 비워달라 할 땐 원래 없었던 듯 정리하고 두말하지 않고 나가기로 했어요. 3년째 집주인은 내게 머물러도 된다(는 말은 한 적 없지만) 나가야한다는 말은 한 적 없어요. 그래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언제든 나갈 수 있게 방을 깔끔하게 하고 짐보따리를 한 쪽 구석에 두고 있어요. 시간이 오래될 수록 제 흔적이 자꾸 많아져 틈나면 정리하고 짐을 새로 싸고 있어요. 근데 그게 참 어렵네요?
* 저에게 방을 내어줄 수 있냐고 지나가듯 어떤 사람이 물었어요. 오래 머물지는 않을거고 가끔씩 쉬었다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저는 작지만 아늑한 곳을 열고 깨끗하게 청소했어요. 최대한 그 사람이 편안했으면 해서요. 그 사람은 자주 오진 않아요. 잊을만 하면 노크했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 알게모르게 방에 누워있어요. 언제 올지 몰라 저는 방을 계속 들여다보고 치우고 청소해요. 언제든 오면 쉬어갈 수 있도록이요. 불편한 건 없는지 늘 주위를 기울여요. 그렇게 3년이 지나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