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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처럼 철들지 맙시다' 한홍구 칼럼중 일부
게시물ID : sisa_6234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럽오브더게임
추천 : 13
조회수 : 956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5/11/14 0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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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pg


(1980년, 신군부가 서울대 진압을 앞둔 순간 )

밤 10시가 다 되어 학교를 나오다가 유시민군을 만났다. 
빨리 나가자는 말에 뜻밖에 그는 자기는 학교에 남겠다고 했다. 
어떻게 군인들에게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일단 피해야지 무슨 얘기냐는 내 말에 유시민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던 그날, 학생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나는 그저 민망한 일로 여겼던 반면, 대의원회 의장인 그는 군인들이 의기양양하게 텅 빈 학교에 주둔하는 광경을 그렸던 것이다. 
망해가는 나라에서 황현과 같은 선비가 목숨을 끊은들 그게 대세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마는, 황현처럼 목숨을 끊는 선비 하나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이 얼마나 더 참담했을까? 

유시민군을 남겨두고 통금이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긴급 뉴스로 비상계엄 전국 확대의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현실에서건 역사에서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을 보게 될 때면, 광주 학살의 전야에 그 넓은 관악캠퍼스의 불 꺼진 학생회관에 홀로 남은 유시민을 떠올렸다. 
스물두살 어린 나이의 그는 다가오는 카타필라의 굉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출처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075000/2005/04/0210750002005040405540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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