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의 기억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너. 평소에는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는데. 막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이었던 것 같다. 감정이 엄청 많은데 겨우 억누르며 보는 느낌. 내가 저랬을까? 내가 널 볼 때 그랬을까? 마음이 두근두근하면서도 그 눈빛을 다 받아내기가 참 어려웠다. 너도 그랬을 것 같다. 내 눈빛이.
사실은 너랑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다. 술 마신 김에.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술이 끊기긴 했지만. 소주였다면 2차를 갔을 것 같은 느낌.
거기서 했던 너의 말이 내 마음을 너무 쳤다. 그 말 듣기 전부터 이미 눈에 한 가득 물을 그렁그렁하게 담고 있던 나는 그 말 듣자마자 후드득 떨어뜨렸다. 눈은 울면서 입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와 함께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오랜 시간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제야 네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거의 3년 만에. 너도 많이 슬프구나. 내가 깊이 슬퍼하는 만큼 너도 마음 아파하는구나. 너의 마음을 늘 짐작만 했던 나라서, 추측만 하는 나라서 사랑하는 것 조차 잘 모르겠던 나였는데, 너의 모습을 보고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늘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보다 지나치게 작아서 하등 보잘것없으니 내가 너를 더 많이 사랑한다고 외쳤는데, 네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겠냐고, 너는 그 작은 마음으로 나를 보니 당연하게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너는 나와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게 나를 잊어버릴 텐데 나는 아니라고, 외치고 외쳤는데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나는 그 마음이 가늠이 안 돼서 더 슬프고 슬펐다.
그리고 그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다.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는데, 그 생각 때문에 멍하니 앉아서 그 시간을 다시 그린다. 네가 말한 내용, 그 때의 우리.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 우리에게 그 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서로의 마음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어쩌면 한동안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렇게 한꺼번에 터트리지말고, 조금씩 새어나오게 할 수는 없나.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너를 안고 울던 나, 나를 안고 울던 너. 너의 마음이 어떤지 어렴풋하게 알게 되니 나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이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