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PD "발해도 우리땅, 드라마로 보여주마"
[동아닷컴]
2001년 고구려 '연개소문’을 소재로 남북 합작 드라마를 제작하려 했으나 북한측이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미뤘던 것으로 밝혀졌다.
SBS 김재형PD는 26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여인천하’를 찍던 중 북측이 ‘영화 한편 같이 찍자’는 제의를 해왔으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북측이 주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구려는 남북이 공유한 우리의 '척추'" ▽
김PD에 대한 북측의 관심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임동원 전 청와대 특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김PD가 연출한 ‘용의 눈물’‘여인천하’를 즐겨본다”고 말했을 정도.
북측은 이런 김PD에게 2001년말 영화 공동 제작을 제의했고, 당시 김PD는 북한을 직접 방문해 “영화보다는 연개소문을 드라마로 찍어보자”고 역으로 제의했다.
김PD는 “연개소문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북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면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제의했다”며 “고구려의 옛터에서 직접 연개소문을 찍는 것은 연출가로서 정말 욕심나는 일 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협상에 참여했던 북한 관계자들은 연개소문에 대한 김PD의 구체적 제안을 듣고 난 뒤 방향을 바꿔 “좋은 생각이지만 자칫하면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PD는 이에 대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발해와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역사 왜곡 움직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고구려가 어떤 나라인가. 남과 북이 함께 공유한 우리의 ‘척추’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그려서 남과 북이 ‘같은 날 같은 시’에 방송하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연개소문’은 고구려말 대막리지로 당나라 태종이 17만 대군을 이끌고 침입했을 때 당을 격퇴한 고구려의 대표적인 명장.
김PD는 당시 이 드라마를 통해 7세기 고구려가 당과 어떻게 대립하고 경쟁했는지를 보여줄 계획이었고 이를 북측에 상세히 설명했었다.
▽“우리 역사에 진지한 관심 필요”▽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북은 지난해 “현대극 5부작 정도를 함께 하자”고 다시 제안해왔다.
김PD는 “남한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전원 북한 배우들이 출연하거나, 반대로 북한 작가가 집필하고 남한 배우가 출연하는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현재 북측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PD는 이와 별도로 대하 사극 ‘발해’를 준비중이다.
“고구려의 마지막을 빛낸 연개소문과, 고구려의 맥을 이어 발해(대외적 정식명칭은 ‘대진국’) 를 건국한 ‘대조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우리의 웅대한 역사를 조명할 계획이다.”
김PD는 “연출가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역사에 대해 더욱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은아 동아닷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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