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90년대 가요계 풍미… 최근 힙합-R&B에 밀려 주춤
밴드 수준 높아 해외서도 주목 서울 마포구에서 24일 열린 팟캐스트 ‘백스테이지’ 공개방송 장면(왼쪽 사진)과 8월 발매될 블랙홀 헌정 앨범 ‘Re-encounter the Miracle’ 표지(가안). 임희윤 기자 [email protected]·유니언스틸 제공
“자, 엉클조 형님 나오십니다. 다같이 박수!”
등장 음악은 미국 밴드 건스 엔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 거친 메탈 기타 소리에 장내 분위기는 프로레슬링 경기장처럼 변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연장 ‘롤링스톤즈’. 팟캐스트 ‘백스테이지’ 론칭 3주년 기념 공개방송 현장이다.
메인 진행자 락도(본명 이태훈·42)를 비롯해 존자, 자존심, 엉클조, ‘메탈계의 허참’ 염기타(이상 가명) 등 40대 패널 다섯 명이 펼치는 아재 개그 릴레이에 30여 명의 관객이 박장대소했다. ‘스톤 휠’ 등 국내 밴드가 축하 무대로 화이트스네이크의 ‘Still of the Night’ 같은 추억의 메탈 명곡을 들려줬다.
한국 메탈계가 최근 잇따라 숨 가쁜 존재 증명에 나서고 있다. 베테랑 밴드 ‘블랙홀’ 30주년 기념 헌정 앨범도 나온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메써드, 바세린, ABTB 등 국내 대표 메탈, 하드록 밴드들이 모여 준비 중이다. 8월 발매가 목표. 음반을 기획한 조일동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서 헌정 음반을 정규 앨범 형태로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제작 후원금을 모금 중이다
‘백스테이지’는 2016년 시작한 국내 유일의 헤비메탈 전문 팟캐스트다.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보폭을 넓혔다. 스콜피언스, 메탈리카 등 다양한 해외 밴드에 관한 ‘썰’을 질펀하게 푼다. 음악이 아니라 코미디 부문 순위(‘팟빵’ 48위)에 올라 있다. 진행과 기획을 맡은 락도는 “너무 진지한 평론보다 아재들이 공감할 수다를 섞어내고 있다”고 했다. 국내 메탈 밴드 멤버들을 패널로 초대하는 식으로 한국 메탈계도 소개한다.
한국 헤비메탈계는 한때 서태지 김종서 이승철 김태원 등 톱스타를 배출하며 가요사에 산파 역할을 했다. 힙합, R&B 등의 장르가 주목받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중의 조명은 잦아들었지만 밴드의 수준은 되레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메써드, 데이 오브 모닝 등은 일본 공연을 하거나 유럽 시장까지 두드리고 있다. 데이 오브 모닝은 한국 팀이지만 밴드의 얼굴인 보컬이 멕시코인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조 평론가는 “해외 유수 메탈 팀과 겨뤄도 손색없는 팀들이 늘고 있다”면서 “해외 쇼케이스 등의 기회만 늘어난다면 한국 음악의 힘을 더 알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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