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십알단'이라고 불리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 불법 댓글 알바팀을 운영했던 윤정훈 목사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선관위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십알단 사건이 단순한 집행유예로 끝났다고 단신으로 처리했지만, 십알단 사건에는 굉장히 중요한 두 가지의 쟁점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새누리당이 SNS와 댓글을 활용한 선거 전략을 미리 준비하고 불법으로 이를 자행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국정원과의 연계성입니다.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사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범죄행위,그러나 처벌은 솜방망이'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 (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는 구속 기소된 윤정훈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에서 설립을 금지하는 선거사무소와 유사한 조직 또는 시설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사무실에 'President War Room(PWR)[SNS선대본부]’라는 문구를 게시해 놓거나 매일 ‘D-6’ 등 대선일까지 남은 일자를 표기해 놓았던 점과 새누리당 관계자들만 얻을 수 있는 내부자료와 임명장이 다수 발견됐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SNS 교육기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근혜 후보 선거 운동을 '대선 사역'으로 지칭하고 <새누리당 산하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점은 '공직선거에서의 자유 및 공정 등 공직선거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어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십알단의 행위가 선거의 자유 및 공정을 해하는 별도의 위법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선거운동을 위한 근로자임에도 이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정선거에 대한 헌법정신을 훼손한 범죄행위라고 해놓고 이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는데, 이는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 불법 선거 사무실 비용을 댄 국정원과의 관계는 왜 수사하지 않았나?'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선거 사무실 비용을 누가 댔느냐는 부분입니다.
사무실 비용이 새누리당에서 흘러나온 것은 맞지만, 이 자금을 국정원이 제공한 것으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연계성을 알려주는 증언이 윤정훈 목사 본인의 입에서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십알단 윤정훈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 여의도에 오피스텔을 얻었거든, 41평짜리,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나를 지원하는 분이 '국정원'이랑 연결이 돼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사무실을 여의도로 얻은 이유에 대해서도 "김무성씨와 박 후보님이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고 해서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겼다"는 말도 '나는 꼼수다'에서 공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불법으로 선거 사무실을 이용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면, 이에 대한 배후까지 캐야 마땅하지만, 검찰과 재판부는 그 자금의 출처는 물론이고, 국정원과 같은 국가 기관이 자금을 댄 엄청난 사건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국정조사까지 열렸으며,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한 재판에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이 국정원 요원 김하영에게 "선거도 끝나고 이제는 흔적만 남았네요.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 결과 편히 지켜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런 여타의 증거물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단순히 십알단 윤정훈 목사만 조사하고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은 아예 처음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의지가 없었고, 오히려 조직적인 연관성을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는가 의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운동, 다시 파헤쳐봐야 한다'
지난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새누리당은 유독 약했던 SNS와 인터넷 여론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었습니다. 중앙선대위, 대선기획단에서는 '뉴미디어를 담당할 본부의 확대 개편'을 추진했으며, 'SNS를 포함한 뉴미디어 총괄 컨트롤 타워' 등에 대한 논의도 계속 있었습니다.
디지털정당위원장이었던 전하진 의원도 "페이스북은 가슴을 담다 빠른 대응으로 지지자를 확보하고, 트위터에선 반복적으로 집단으로 대응해 네거티브를 저지한다"는 대응지침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이런 SNS 전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2012년 9월 17일 ROTC 정무포럼 정례 세미나에 박근혜 후보가 참석한 부분입니다.
새누리당 성향의 ROTC 모임에서는 'SNS 현황과 전략'이라는 주제를 통해 "정무포럼은 영향력 큰 일반 논객들과 '새마음포럼'을 공동으로 조직하여 이미 30여명의 논객이 활동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12월 13일 서울시 선관위가 십알단 윤정훈 목사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증거물에는 '새마음 포럼' 파일 자료가 있었습니다. 이는 새누리당이 SNS와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에서 자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지고, 이것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 투입됐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며, 대개 이런 불법 선거운동이 적발되면 국회의원은 대부분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