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이 참 좋았다. 조금 춥긴 했지만 구름이 뭉게뭉게, 예뻤다. 이런 날 손잡고 팔짱끼고 조근조근 이야기했으면. 5월달에 어디 가볼래? 여기 가볼래? 거기 괜찮다더라. 아주 작은 앞날에 대한 기대를 했으면. 나 요즘 일이 넘치고 넘쳐서 사실 좀 불안하고 좀 그래. 잘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어 걱정과 우려에 대한 위로를 주고 받았으면. 아메리카노 싼 거 있더라 먹자, 테이크아웃해서 서로 나눠 먹으며 걸어다닐 수 있었으면. 아주 예쁜 스킨십을 강하게 하다가 서로 웃음을 터트리며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었으면. 아주 맛있는 안주를 서로 얼굴이 안 보일정도로 쌓아놓고 술 한잔 기울이며 의미 없지만 우리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내색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눈치보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숨기려고 억지로 다른 이야기만 빙빙 돌리는 게 아니라. 할 말 안 할말 고르고 고르느라 할 수 있는 말이 몇 개 없어 말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뒤에 숨어 숨죽이며 울지 않으려고 입술 깨물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랑 받기 위해서 너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바보 같이 마음이 커져 포기하는 것도 체념하는 것도 많이 울어야 그때서야 잊어버린 듯.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욕심 부리고 있어서 마음만 커져버린 내가 어쩔 수 없음을 납득하기 위해 참 애쓴다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너를 지우려면 얼마를 어떻게 노력해야하나.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크게 마음 두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하나.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 내가 어쩔 수 없고 네가 어쩔 수 없으니 별 수 있나.
인정하는 것 밖엔. 내 마음을 전달하는 배송지 주소가 없는 주소였음을. 다시 반송될 수밖에 없는 곳에 계속 택배를 보내고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