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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쇼크 : 인피니트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619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국맛피아
추천 : 14
조회수 : 3259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30 23:27:40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1/30 11:04:44




"부커"

그녀가 나직히 말했다.

 "신이 두려운가요?"

 "아니..."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잠시 숨을 멈추며 말했다.

 "난 당신이 두려워요."

 

 

 

 

 

'대상의 정신은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초차원 여행을 막는 장벽, R. Letece. 1889

 

 

 

 

 

 

 

 

1912년 메인주 인근 해안,

 

 

 

 

날씨가 좋지않다.

거칠게 내 뺨을 때리며 떨어지는 빗방울들, 휘몰아치는 거친 풍랑에 배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가끔씩 천둥번개까지 친다.

이런 악천후에 노 젓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미친 짓이 틀림없다.

뒤집힐듯, 말듯 계속해서 꿀렁이는 배를 보고 있자니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위태로웠지만,

용케도 이 작은 배는 남자 둘과 여인 하나를 태우고도 뒤집히지 않고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갔다.

 "거기 계속 앉아만 있을거야?"

 앞에서 노를 젓고 있던 노인이 말했다. 

나를 향해서 한 말인가 싶어 대답하려던 무렵, 노인과 마주보던 여인이 또랑또랑하게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서 있을 까요?"

 "서라는게 아니라 노를 저으라고!"

어처구니 없다는듯 대답하는 노인의 말에 여인이 다시 되받아쳤다.

 "노를요?"

잠시 말을 멈추던 여인은 품속에서 한 상자를 꺼내, 내게 건내주며 말했다.

 "그런건 생각도 안해봤는데."

 "내가 모든걸 다 해줄거라 생각한거야?!"

상자를 건네 받은 나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이게 뭡니까?"

내 물음을 못 듣기라도 한 양,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뇨, 저는 최소한 노젓는 일 정도는 해줄거라 생각했을뿐이에요."

 "왜?"

 "여기로 오자고 한건 당신 생각이었으니까"

 "내 생각이라고?"

 "난 그 실험 못 믿겠다고 줄기차게 이야기했잖아요."

도통 무슨 소리인지 원... 나는 주변 풍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노 젓는거 말인가?"

 "아뇨, 그건 아주 좋은 운동이라 생각해요."

 "그럼 뭐??"

 "그 사고 실험 자체를 못 믿겠다구요."

도대체 얼마나 이 지루한 얘기를 들어야 되는건지, 

참을성이 없어진 나는 노인을 향해 물어봤다.

 "잠시만요, 얼마나 더 가야 되는겁니까?"

그들은 여전히 나를 없는 존재 마냥, 취급하며 얘기했다.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도 참가하는 법이야."

 그래,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나는 아예 신경을 끄기로 결정하고, 여인이 건네준 상자를 쳐다보았다.

 

-부커 드윗

운디드 니의 제7기병대

 

 내 이름이 적힌 뚜껑을 확인하고는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윗면에는 의미 모를 표식이 그려진 카드와, 천사 그림이 있었고,

아랫면에는 독특한 형태의 권총과 의뢰인이 부탁한 소녀의 사진, 그 외에 불필요해 보이는 잡동사니들이 있었다.

나는 권총을 집어들어 한 번 당겨보고는 품 속에 넣었다.

그들은 여전히 철저히 자기들끼리만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험이 실패할 걸 알고도 거기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죠"

 "그냥 노나 저으시지?"

 "당신이 하는게 좋을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거기 도착 못할테니깐"

 "아니, 난 그저 나 좀 도와주면 눈물나게 고마울 것 같다는 뜻이었어." 

 나는 상자 안에 담긴 소녀의 사진을 집어들었다.

엘리자베스라고 적힌 사진 속의 소녀는, 예쁜 드레스와 리본을 달고 살짝 뒤돌아 서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뒤집어보니 '다치지 않게 뉴욕으로 데려와라.' 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이 소녀가 5살 무렵, 대략 15년 전쯤 납치를 당했다고 했었지... 

지금이면 20대일텐데, 다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알아볼 수나 있을지 조금 막막하다.

상념에 잠겨있을 무렵 여인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 남자에게 부탁해보지 그래요?"

 그 남자? 설마 바로 뒤에 있는 날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

상자에 사진을 던져넣은 나는, 바보가 된 느낌으로 여자의 말에 집중했다.

 "내 생각엔 그 사람이 나보다 거기 도착하는데 더 관심 있는 거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부탁해도 소용없어."

 "왜죠?"

 "왜냐면 그는 노를 안저으니까."

 "노를 안저어요?"

 "그래, 노를 안젓는다니까."

 "아. 뭔말인지 알겠어요"

 확실히 나를 두고 하는 말이 맞다. 그런데 왜 날 저런 식으로 부르는 걸까? 그리고 노를 안 젓는다니? 부탁하면 도와 줄 수도 있을텐데?

수많은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던 중, 멀찍이서 어렴풋이 나루터 같은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했네요."

 나루터로 오를 사다리에 배가 잠시 멈추자,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나루터 위로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음침한 느낌의 거대한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 돌아올지 이야기 해줘야 할까요?"

 "그런다고 달라지는게 있나?"

 "조금이라도 위안은 되겠죠."

 "음, 최소한 그 부분에는 동의할 수 있겠군."

노인과 여인은 내가 나루터 위로 올라서자 마자, 바로 배를 돌려 떠나려 하고 있었다.

 "이봐요! 여기서 누굴 만나야 되는 겁니까?"

 무얼 해야 할 지 막막한 기분에 노인을 향해 물어봤다.

 "나도 그러길 바라."

 "음, 발을 딛기엔 너무 끔찍한 곳 같네요."

아무래도 저들에게 제대로된 답을 듣기란 요원한 일인것 같다.

배를 타고 떠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나는 천천히 등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에 누가 있을지도 몰라."

 짠 내음이 물씬 나는 다리를 건너, 나무 계단을 올라가자, 멀리서 봤을 때의 침침했던 분위기와 달리

의외로 아늑한 집같은 분위기의 문이 보였다.

노크를 하기위해 문앞으로 다가가자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 드윗, 여자를 데려오면 빚을 면제해 주겠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나는 쪽지를 무시한 채로 문을 두들겼다.

 쿵! 쿵! 쿵!

 "계십니까?"

아무 반응이 없다.

 "부커 드윗입니다. 혹시 저랑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지 않습니까?"

문을 밀고 들어가자, 방 한가운데에 촛불이 켜져있는 아늑해 보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즈풍의 노래가 실내를 잔잔히 울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 봤지만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앞에 눈에 띄는 문구와 물이 담긴 대야를 향해 걸어갔다.

 

- 당신의 죄, 제가 씻어 드릴까요?

 

 나는 어디선가 밀려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해봐, 친구"

 고개를 돌려 보니 방금 본 문구가 또 하나 걸린 회전식 계단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여기 없는 것을 보니

윗층에 있지 않을까? 나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누구 없어요?"

 계단을 오르니 또다른 방이 보였다.

벽면에는 책상과 무언가를 표시해 놓은 미국 전역지도가 있었고, 또 한쪽 구석에는 한 명이 충분히 누울만한 침대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윗층으로 가는 계단 근처에는 탁자와 그 위에 있었을 것 같은 집기들이 깨지고 널부러진 채로 있어서 섬뜩함을 주고 있었다.

여기에도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더 올라가 봐야 되겠군.

 '당신의 죄, 제가 씻어드릴까요?' 라고 적힌 문구가 걸린 계단을 재차 오르던 중,

피로 새긴 듯한 손바닥 자국을 보고는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점점 올라갈 수록 계단에는 잡동사니들이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었고, 마침내 계단을 올라서자 의자에 묶여 얼굴을 가린채 죽어있는 시체를 마주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무슨..."

 황급히 시체를 향해 달려간 나는, 시체의 목에 걸린 문구를 쳐다보았다.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라.

 

 이것은..... 설마 그들이 한 짓인 건가. 

불현듯 여기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 보다는 등대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굳힌 나는 애써 시체를 무시하고, 반대편에 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구가 적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새로운 에덴의 동산에 당신을 심어드릴까요?

 

 계단을 점점 오를 수록, 재즈풍의 음악소리는 옅어지고, 빗소리가 진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등대의 꼭대기에 다다른 모양이다. 빗방울이 내 얼굴을 적시기 시작했다.

등대의 꼭대기의 구성은 의외로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그저 천사 형상의 조각과 각기 다른 표식이 새겨진 작은 종들이 달린 문이 붙은 독특한 형태의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문을 열려면 종을 울려야 되는 모양이다. 표식에 따라 어떤 순서로 울려야 되는 것일까?

문득, 천사 조각과 종에 새겨진 표식을 바라보던 중, 표식이 어딘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카드가 어디있더라.."

 나는 아까 상자에서 본 카드에 새겨진 표식이 이 종들에 새겨진 표식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드를 꺼내든 나는, 카드에 새겨진 표식대로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두루마리 모양 한 번... 열쇠 모양 두 번... 검 모양 두 번....

 

땡---      댕, 댕---      탱, 탱------

 

 '자, 이제 문이 열리려나..'

 

 그 때, 갑자기 하늘이 시뻘겋게 물들며 굉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꾸아아아아앙------


 "이게 대체 무슨..."

 마치 온 구름이 불꽃에 휘말린듯 하늘을 벌겋게 적신 그 빛과

대지를 깊숙히 울리는 듯 한 그 장엄한 소리에 온몸이 전율하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꾸아앙--- 꾸아앙---


꽈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앙---


 붉은 빛과 굉음은 내가 울린 종소리에 화답하듯 정확하게 똑같은 패턴으로 울렸다. 

그러다가 빛과 굉음이 멈추더니 이번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뒤로 물러서라는 듯이 격하게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종소리에 살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사람이 앉을 만한 의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좋아.. 날 더러 이 끝내주는 의자에 앉으라는 모양이군."

 나는 천천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자 이제 뭘.."

 철컹!

 의자의 장식품 인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갑자기 수갑처럼 내 팔을 결박했다.

 "뭐야 이건?!"

  의자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한 안내원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준비하십시오. 순례자여.


뭔가 다급함을 느낀 나는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이 수갑 같은 것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점점 기계음을 내며 회전하던 의자를 강철 덮개 같은 것들이 감싸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예감이 안 좋은데..."

계기판 같은 것들이 붙어있는 강철 덮개들이 내 주변을 확실히 감싸자, 천천히 회전하던 의자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갑자기 바닥이 확 뒤집히더니, 피가 얼굴로 확 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뒤집힌채 역전된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품속에 있던 권총이 저 멀리 떨어졌다.

 "아, 안돼! 이런!"

권총이 떨어진 곳에서는 마치 러시아놈들이 비밀리에 만들고 있다는 로켓의 추진체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굉음을 내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때, 다시 안내원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천 준비!


 다시 바닥이 뒤집혔다. 얼굴에 쏠린 피가 다시 온 몸 깊숙이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5초 후 승천합니다.


 내 주변을 감싼 강철 덮개들이 큰 진동을 울리며 덜덜 떨리고 있었다.

 

-5초


 "오... 안 돼.. 이러지마."


 -4초


 -3초


 강철 덮개에 달린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점점 덜덜 떨리고 있었고, 

지금 앉아있는 의자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2초


 기이이이잉....

 

-1초


 "안 돼애애애애애!!"

 

 

 BIOSHOCK : INFINITE








바이오쇼크 : 인피니트의 초반 5분 영상을 글로 표현해 봤습니다.


모쪼록 어디에 올려야 되나 싶어서 책게시판에 올렸다가 지우고 여기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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