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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animal_60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룹두룹★
추천 : 0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01 10:32:13
가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봉식이가 생각나요
무뚝뚝하고 못생긴 고양이였는데
그래도 참 좋아했어요
햇빛 쨍한 겨울날에 마당에서 볓을 쬐거나
베란다 난간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엎드려 있다가 기지개를 켜곤 했는데
나는 봉식이의 펑퍼짐한 등의 곡선을보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곤 했어요
행복하지 않았던 그 무렵의 나에겐 생소한 감각이었어요
덩치는 커도 항상 동네 고양이들한테 맞고 돌아오기 일쑤였던 봉식이는 나한테만 유독 강했어요ㅋㅋ
고양이의 도도함을 몸소 가르쳐주겠다는듯 그릉그릉하다가도 깨물고 할퀴고..
좀 얄밉긴 했어도 마당에서 고개파묻고 울기시작하면 어느새 다가와서 엉덩일 내 옆에 찰싹 붙이고 앉았어요
뒷산에 오랫동안 안쓰는 푸세식 화장실에도 저혼자 빠지고, 나무에 올라가서 내려줄때까지 내려오지도 못하던 멍청한 고양이였는데
자기가 뭘 안다고 위로하는것 마냥.... 그럴땐 껴안아도, 쓰다듬어도 물거나 할퀴지 않았어요.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봉식이의 털이 손에 감기는 촉감을 떠올리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듬성 듬성 있던 약간 굵은 털이 주는 촉감도 이렇게 생생한데 왜 없는지...
오랫동안 함께해 많은 기억들을 공유하는 온기있는것들을 떠나보내는건
항상 이렇게 이상하고 낯설어요
이런 느낌이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요
봉식이는 폭신폭신한 털이 난 몸으로 겨울날에 갔어요
병원에선 약을 먹은것 같다고 했는데
그해 겨울엔 들고양이들도 많이 자취를 감췄어요
누군가 약을 넣은 먹이를 던져준것같다고.
집에서는 고기를 줘도 먹는둥 마는둥 했으면서 왜 그런걸 주워먹었는지 모를일이에요
봉식이는 약을 먹고 돌아와 꼬박 이틀을 앓다 죽었대요
잔정없는 어머니도 참 속상했나봐요
고양이는 자기 죽을때를 알고 떠난다던데 고양이가 다 그런건 아닌가봐요
우리 멍청한 봉식이...
봉식이는 내가 집에 없을때 떠났어요
그래서 더 이상하고 실감이 안나요
지금은 겨울도 아닌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날 햇빛을 쬐는 고양이를보면
가끔 봉식이가 생각이 나요
무뚝뚝한 표정, 뚱뚱한 몸으로 살랑살랑 걷는 모습, 살짝 꼬질꼬질한 윤기도는 노란 턱시도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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