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소통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곧 실제로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접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하고 자신의 견해와
동일한 의견만을 선별적으로 접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티즌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네티즌들과 집단이
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네티즌은 자신이 읽고 싶은 정보만을 골라 읽고, 듣고 싶은 의견만을 선택하여 듣
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견해를 지닌 사람들만 만나 소통하면서 집단 정체성(group identity)을 공유하고 그 집단으로부터 사회적 도덕
적 지지(moral and social support)를 획득한다. 이런 상황은 인터넷이 다양한 정보와 견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기에 실현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기존의 생각이나 태도와 부합하는 의견만을 골라 접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like-minded people)끼리
만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 만족감 그리고 즐거움을 얻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개인의 자아실현 및 권리증진 차원에서만 본다면 물
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숙의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와 의견의 편식으로 인해 편견과 고정관념
이 강화될 수 있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포용력이 약화되며, 사회의 파편화를 심화시키고 집단 극화(集團極化;
Group Polarization)를 일으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숙의와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평소에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지닌 무리하고만 지낸 사람은 자신이 보유한 의견의 정당성을 더욱 굳게 믿게 되며, 그 결과 반대 의견
의 타당성이 드러났음에도 그 의견을 인정하거나 포용하는 데 인색한 경향을 보인다.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인터넷
공동체는 마치 울림방(echo-chamber) 같아서 자유롭게 소통한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의견만을 반복적으로 듣게 된다. 울림 효과는 보강
효과로 이어지고 구성원의 편견과 아집은 더욱 견고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
을 제대로 이끌어 내기 힘들다. 이런 맥락에서 유유상종의 원칙에 따라 모인 집단 내의 소통은 기존 의견의 극단화를 초래함으로써 집
단 극화 현상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이렇듯 파편화된 집단 내의 유유상종식 소통은 집단 내 의견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인터넷상에는 이런 상호 대립
적이며 이질적 집단들이 다수 존재하므로 집단 간의 의견 다양성은 오히려 증가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집단 간에는 다양성의 풍요가,
집단 내에서는 다양성의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적 소통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