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도 안된 학생이 백화점 출입이 좀 잦다 싶으면, 여지없이 군소리가 들어온다. 화자의 다양성에 비하여 레파토리는 원패턴. 이제는 뭐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이전에는 그래도 반박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내돈 모아 산거거든?"
그래도 돌아오는 시선은 늘 한결같다. 네게 할말은 몹시 많으나 어차피 명품에 눈뒤집힌년한테 더 말해봐서 무엇하겠니.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 내지는 그 니돈을 모을수 있는 베이스가 뒤에서 받쳐주는 니네 부모 아니냐고. 어느쪽이든 결국은 철모르는 된장녀로 끝난다. 신기하게, 이런 류의 비난에서는 좀처럼 다양성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그들의 말도 맞다. 형편이 되니까 백화점에서 립스틱이라도 하나 건져올 수 있는거지 우리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웠다면 이것도 부담되는 짓이다. 맞다 맞아. 그럴 수 있어.
근데 그래서 뭐. 막말로 우리집 잘살아서 내가 좋아하는거 사고 다니겠다는데 그게 왜 돈자랑이고 돈지랄인지 모를 노릇이다. 내가 나는 백화점 쓰고 너는 로드샵 쓴다고 깔보기라도 했니? 느 집엔 이거 없지? 샤넬을 쓱 내밀기라도 했던가?
그러나 이런 말을 면전에서 했다간 니네집이 그렇게 부자야? 얼마나 잘살길래 날 무시해? 하는 말과 함께 굿바이 인간관계. 하겠지. 어휴 답답해. 그래. 니네 집이나 우리집이나 따지고보면 도토리 키재기야. 근데 그걸 아는 애가 그러니? 열등감도 좀 그럴만 한 곳에 가지면 말을 안해.
대체 나와 내 주변의 경제 사정이 허락하는 하에서 즐기는 취미의 어느 부분이 남의 비난을 받아 마땅한지 나로선 이해가 안된다. TV속 연예인이 그 비싼 드론을 날리고 외제차를 끄는건 걔네가 돈을 많이 벌어서 납득 가능하며 부럽고 막연한 일인데 소소한 내 여윳돈으로 4만원짜리 립스틱을 사는건 왜 사치이며 분수모르는 짓일까.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각자 물건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는 것 같다. 한끼에 만원 이상 쓰면 사치. 화장품에 2만원 이상 쓰면 사치. 뭐 그런 것들. 그런 것을 대다수 서민들의 기준이라고 마음대로 정해놓고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나올라치면 사정없이 분노한다. 속된 말로 부들부들이다. 이것이야말로 무가치하고 소모적인 일이다. 나를 된장녀라고 깎아내린다고 네가 개념녀 혹은 개념남이 되는건 아니라는걸 언제쯤 깨달아줄까. 어떻게 빨리좀 안될까.
"@@이는 돈이 많나보다~ 이런것도 다 사고ㅎ"
라는 말이 결국 자기 깎아먹는 소리인걸 왜 모르는걸까....ㅠㅠ 내가 ㅇㅅㅇ????이정돈 다들 사지 않아??? 이러면 너도 기분 나쁠거 아니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