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봐서 좋았다. 불안하고 긴장했는데 그런 거 안해도 괜찮아서 좋았다. 내가 너를 구멍이 나도록 바라봐도 어느 누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좋았다. 너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좋았다. 너의 아주 작은 것부터 큰 마음까지 다른 누구의 개입이나 방해 없이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너를 만나면서 안정감이 주는 포근함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고 너를 만나면서 불안함이 주는 떨림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게 되었다.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 투성인데 내 마음이 이렇다고,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이렇다고 말하고 싶은데 도망가야하는 사람에게 날개 달아주기 싫어서 어차피 가야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야하니까 상처 받지 않은 척, 무너지지 않은 척, 이해하는 척, 슬프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게 네가 원하는대로. 내가 원하는 바는 아무 소용 없는 마음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네가 하고 싶은대로.
내 대답은 정해져 있는데 잔인하게 내 생각을 묻는 너. 말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나에게.
사실은 그냥 너와 따뜻하게 안고만 있어도 나는 더욱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