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를 좀 빠져나와 국도로 방향을 잡고 좀 가다가 보니 잘 지어진 건물이 보여 가까이 가 보았다. '연변박물관'
연변까지 왔으니 이제 너무 자전거만 타지 말고 주변도 좀 둘러 보면서 가자는 생각으로 박물관 구경하기로 하고 문 앞으로 가니 입구는 뒷쪽이라는
안내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뒷쪽으로 가니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쉬는 날이었다. '월요일은 폐관입니다'라는 안내가.. 힝.. 뭐가 안된다.
박물관 뒷쪽으로 큰 종합 경기장이 있었는데 스케이트 타는 연습을 하는지 연변의 체육인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Antu(안도)'를 목표로 더운 가운데 열심히 가고 있는데 영 느낌이 안좋아 보니 앞 바퀴 바람이 많이 빠져 있었다. 그나마 그늘이 있는 버스타는
곳에서 빵꾸를 때웠다. 빵꾸 때우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잘 달리다가 맥이 끊어지는거 같기도 하고 더운데 30분 땀 흘리며 빵꾸 때우고
나면 더 지친다. 빨리 슈발베 타이어로 바꿔야 할 텐데..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차들. 기차를 볼때 마다 '기차 한번 타고 가봤으면.. 기차 타면 얼마나 빠를까?'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된다.
외국에 나와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더우니 땀 삐질 삐질 흘리며
자전거를 타다 보니 그런 생각들이 더 간절해 진다.
오르막길 시작. 점점 더 뜨거워 지는 날씨. 시계에 온도계 기능이 있어 자전거 핸들어 걸어 놓았다 보니 31도다.
오르막은 산으로 이어졌고 생각보다 길었다. 2시간 정도. 대신 내리막도 길게 이어져 30분 정도 신나게 내려갔다.
작은 마을이 나오고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라 주변에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말을 거니 한국말 할줄 아는 조선족분들 이었다. 그런데 안도가는 길에
산이 무너져 한달째 차들이 다니질 못하고 있다고 하신다. 아니 산이 얼마나 오지게 무너 졌는데 한달째..? 그럼 어디로 가면 되냐고 하니
연변으로 갔다가 돌아서 가라고 하신다. 헐.. 내가 돌아가시겠다. 오전 내내 온길에 30분 신나게 내려온 길을 올라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전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는지 계속 물어 보니 사람들이 산을 넘어 다니는 산길이 있다고 하셔서
그 길로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산길 위치를 물어 찾아 나섰다.
(나중에 구글 지도를 보니 산 낙석이 떨어지거나 한것이 아니고 터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터널이 무너진것 같네요.)
몇번 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1시간 정도 후에 산길에 접어 들 수 있었다. 산길 입구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포크레인이 흙을 쌓아 놓아
안도쪽에서 넘어 온 차 몇대가 넘어 가지는 못하고 흙먼지를 뽀얗게 쓴 채 그 앞쪽에 서 있었다. 운전자들은 보이지를 않았다. 이곳에서 산길이
얼마나 되나 물어보니 3킬로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헐.. 비포장 산길에 자전거에는 짐이 잔뜩이라 무거워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나마 차들이 그래도 많이 다녔는지 완전 쌩 외길 산길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되돌아 갈 수는 없으니 가 볼수 밖에..
길이 딱딱하지 않고 먼지 많이 일어나는 흙길이다. 자전거 바퀴도 잘 빠지는 흙이다. 땀 삐질 삐질 흘리며 끌고 올라가고 있는데 종아리가 따끔하여
보니 쇠 등애가 붙어서 신나게 빨대로 우유 빨듯이 주둥이 꼽고 피를 빨고 있었다. 놀래서 바로 후려쳐 죽였다.
힘들어 죽겠는데 별게 다 훼방이야. 상노무 등애 쉐끼야 넌 죽어도 쌈
한 40분 정도 오르다 보니 산 능선을 넘는 길이 나왔다. 설마 오르막 끝인가? 했는데 정말 짱 신나게도 4시간 고생할 각오를 하고 오른 길이
40분 만에 끝이 났다. 한 1킬로미터 쯤 오르막이고 2킬로 미터는 내리막이었던 것이었다. 비포장 2킬로 미터 내리막을 아주 기쁜 마음로 내려왔다.
산 넘은 후 오르막 내리막이 좀 힘들었던 도로를 다시 1시간 정도 달리니 작은 마을이 나왔다.
참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풍경. 아주머니는 빨래를 하고 있고 송아지는 누워서 졸고 어미소는 풀을 뜯고.. 정다운 시골의 모습.
그리고 한참 이어지던 가로수 길. 좀 슬펐던 길이다. 지나가 버린 소중한 나의 유년시절, 다시는 돌아 갈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 났던 길..
다시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생각하면 또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한참을 더 달려 역시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많이 지쳐서 안도에 도착하였다. 크지 않은 마을이라 많이 헤메지 않고 적당한 려관을 찾아 들어 갔다.
그런데 내 여권으로 숙박업소에서 해야하는, 컴퓨터에 입력하는 숙박자 등록이 되지 않자 려관 젊은 아줌마가 공안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바람에
동네 공안까지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안에서는 전화를 받고 나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데리고 오라고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려관
아줌마 차를 타고 한 2킬로미터 떨어진 공안 사무실에 가게 되었다. 나는 외국인은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대로 3성급 이상의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아무데나 가서 등록도 하지 않고 숙박하고 돌아 다닌게 꼬투리 잡혀 문제가 될까봐 상당히 걱정되었다.
처음에 가니 근무하고 있는 공안 중에서 선임정도 되보이는 젊은 공안이 내 여권을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내 짧은 중국어와 영어로
'나는 자전거 여행자며 오늘 연변에서 이곳으로 왔다'고 설명을 해 줬다. 내 여권도 계속 들춰보고 려관 아줌마하고도 뭐라 뭐라 한참 얘기하고..
그리고 기다리라고 한다. 뭐 기다리라고 하니 그냥 계속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이 젊은 공안은 뭐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내쪽으로 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 30분 지나니 좀 말랐지만 눈매가 날카로운 사복 입은 아저씨 한명이 오더니 한국말로 따라오라고 하더니 2층 자기 사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사복 공안 아저씨 생김은 조양은(조폭)+정명석(JMS교주)이다. 둘의 공통점은 말랐으며 눈빛이 안좋다는 것이다.
나도 긴장을 많이 했는데 려관 아줌마도 좀 긴장한것 처럼 보였다. 그 사복 공안 아저씨도 이것 저것 물어보며
컴퓨터에서 뭘 조회해 보는지 입력하는지 계속 자판을 두드렸다. 어떻게 상황이 되어 가는지 모르니 나도 계속 긴장하고..
그러더니 어떤 문서에 이것 저것 쓰더니 나보고 싸인하라고 한다. 뭔지 물어보니 주숙등기 확인서이다. 내가 알던대로 외국인은 새로운
동네에 가면 신고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해준다. 사복 공안 아저씨 눈매와 말투는 차갑지만 이것 저것 자세하게 설명해 주려고 하는 것을 느끼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주숙등기 확인서 한장을 주면서 돌아가도 좋다고 한다. 휴.. 중국여행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네. 다행이었다.
30위엔짜리(5,500원 정도) 려관비 받으면서 려관 아줌마도 괜한 고생이었다. 돌아오면서 내가 아주머니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긴장이 풀리니 더 허기가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영양가 있는걸로 먹자 해서 한식파는 식당에 들어가 돌솥비빔밥을 시켜먹었다.
18위엔(3,300원 정도) 돌솥밥은 맛이 괜찮았는데 반찬들은 맛도 한국에서 먹던것과 다르고 영 부실했다.
그래도 간만에 먹는 한식이라 반찬까지 싹싹 다 긁어 먹었다. 역시 배에 밥알이 들어가니 든든하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