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옛 도를 벌이고 초빙되기를 기다리고, 부지런히 힘써 학문을 닦아 쓰여지길 기다리고,
충성을 품고 등용되기를 기다리고, 힘써 실천함으로써 벼슬자리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닦고 있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삶에 엄격하고 어려움을 두려워하며, 그들의 거동은 공경하고 말은 신의를 앞세우며 행동은 올바릅니다.
길을 나서서는 편리한 길을 다투지 아니하고, 여름과 겨울에 따스하고 시원한 곳을 다투지 않습니다.
그가 목숨을 아끼는 것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며, 몸을 보양하는 것은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대비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금은보화를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충의를 보배로 삼습니다.
땅 차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의로움을 세우는 것으로 땅을 삼으며,
재물을 축적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학문이 많은 것을 부로 여깁니다.
벼슬을 얻는 일은 어렵게 생각하되 녹은 가볍게 생각하며, 녹은 가벼이 생각하되 벼슬자리 머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으니 벼슬 얻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의로움이 아니면 화합하지 않으니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버리고 즐기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이익을 위하여 의로움을 손상시키지 않고,
여럿이 위협하고 무기로써 협박하여 죽음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사나운 새나 맹수가 덤벼들면 용기를 생각지 않고 그에 대처하며,
큰 불을 끌 일이 생기면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그 일에 착수합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아니하고, 장래에 대하여 미리 점치지 아니하며, 그릇된 말을 거듭하지 않고 뜬소문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의 위엄은 끊이는 일이 없으며, 그의 계책을 미리 익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의 뛰어남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친근히 할 수는 있으나 위협을 할 수는 없고, 가까이 할 수는 있으나 협박할 수는 없으며, 죽일 수 있으나 욕보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사는 데 있어 음락을 추구하지 않으며, 음식에 있어 맛을 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과실은 은밀히 가려줄 수는 있어도, 면대하여 꾸짖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꿋꿋하고 억셈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충성과 신의로써 갑옷과 투구를 삼고, 예의와 정의로써 방패를 삼으며, 어짐을 추대하여 행동하고, 정의를 안고 처신합니다.
비록 폭정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스스로 처신함이 이와 같습니다.
- 유림, 최인호 中 "조광조의 스승 한훤당이 가르친 선비의 자세"
정도전, 조광조, 허균, 정약용 등이 조선이 아깝게 잃은 재상감이지요.
큰 가르침이 있는 글이라, '선비'로 유명한(^^?) 오유에 위 글을 공유해봅니다.
난세인 요즘에 "큰 불이 났을 때, 자신을 헤아리지 않고 불을 끈다"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