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넷.. 이렇게 가슴아픈 이유로 사랑에 상처를 받을 줄은 아마도 10년전에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그를 선택한건 난데.. 다시 받아준 것도 난데... 어떤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닦아도 닦아도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3년전 한살 아래의 그를 만났을때는 철없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습니다. 자상한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운 그... 교회에서 찬양을 하는 모습, 드럼을 치는 모습 그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 왔죠. 그런데 영원히 함께 하지던 그가.. 날 지켜주겠다던 그가 군대를 가면서 연락을 끊어버리더군요. 나중에 그의 누나가 그랬죠.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집에서는 널 인정할수 없다고.. 혁이가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이 너라고 폭탄선언하고 군에 입대해서 우리집이 얼마나 발칵 뒤집힌줄 아냐고...... 우리 혁이는 어렸을때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엄마 말씀은 절대 거역 못할 아이니까 너가 알아서 포기 하기를 바란다고....
그때 확실히 포기했어야 하는 건데...... 그 후로 그에게선 너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한번 기회를 줄 수 없냐며 나에게 몇번의 연락이 더 왔지만 나는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습니다. 10년이나 지난 내 상처를.. 꼭꼭 묻어두려는 내 아픔을 다시는 억지로 꺼내서 이겨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병을 이겨냈고, 건강을 되찾았고, 사회생활도 무리없이 해내고 있는.. 평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를 무너지게 할 것만 같아서......
그가 얼마전 제대를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날 도저히 못잊겠다고 합니다. 나를 너무 마음 아프게 해서 앞으로는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마음이 너무 가슴깊이 느껴져서.. 우리의 못다한 사랑에 너무 가슴이 저려와서.. 그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사귄지 아직 한달도 채 못됐는데 혁이는 벌써 집안 몰래 만나는게 힘이 든가 봅니다. 날 잊는 것보다 집안의 반대가 더 힘이 들다면.. 내가 곁에 있어서는 안되겠죠. 그의 자신없는 모습이, 집에서 전화만 오면 쩔쩔매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픕니다. 마마보이라고 욕할수도 없고..^^;; 너무 효자를 만나도 참 힘이드네요. 나는... 결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그냥... 삼년간 마음속으로 간직해온 사랑.. 조금이나마 함께 나눠보고 싶을 뿐이었는데...
백혈병이란 거.. 불치병만은 아니에요. 몇년간 치료하면서 어린마음과 몸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지만.. 나는 미래를 꿈꿔왔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습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쓰고 싶어서 간호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그 꿈대로 간호사를 하고 있는걸요... 근데.... 사랑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아플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린 병이 아닌데... 나는 잘 싸우고 이겨냈는데... 그 대가가 이렇게 아플줄 알았다면 그때 포기할 걸 그랬습니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오늘만큼은 사랑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네요.
그의 어머니에게서 떠나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내가 그를 보내주는 게 모든사람이 편해지는 길일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세상 모든 어머니의 맘은 그렇겠지만..그래도 미운건... 내가 나쁜거겠죠..? 나는 참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다음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구, 부모님께 잘하면서 오래오래... 이쁘게 살 수 있을것 같았는데.. 나는 더 이상 어린 백혈병 소녀가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