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써야할지몰라서..
지금 꼬꼬마 스레더들은 알랑가 모르겠는데 라디오에 fm과 am을 둘 다 잡을 수 있는게 있어.
fm은 일반적으로 보통의 라디오방송이고, am은 음...쉽게 말해 군,경,소방관들이 쓰는 종류의 주파수대를 말해.
한마디로 fm, am겸용 수신라디오로는 주파수만 잘 맞춘다면 가끔 짭새들이나 소방관들의 무전.
1/1000 확률로 군부대의 무전 내용도 들을 수 있지.
gop에서 복무한 사람들 중에는 공감하는 사람들 있을거야.
gop초소에서 몇 걸음 앞이 바로 휴전선이니 그곳에서 라디오 주파수만 잘잡으면 가끔 북한 라디오방송 들을 수 있는거랑 같은 맥락이지
그러면 이제 여기서 하나의 흥미로운 가설이 등장해
(가설이 아닐수도 있고. 난 가방끈이 긴게아니라)
어떠한 목적으로 특정대상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를 보내면 그것이 닿을때까지, 혹은 닿은후에도 계속 메아리처럼 몇십년이고 몇백년이고 떠돈다는거.
몇년 전에 영화에도 나왔었지.(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자신이 연설하는 장면이있는 주파수를 우주로 쏘아보내었고, 그것이 몇 십년 후 미국의 한 연구소로 다시 송신되어졌다는거.
이론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충 엇비슷 하다고 생각하면되.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한참 군인이었을때야.
gop를 철수하고 나서 feba 지역에서 한참 훈련과 젖뺑이를 치던 때였어.
당시 상병이었던 나는 재수가 더럽게 없었던 관계로 통신병을 하고있었어.
그때 내가 들고댕기던 무전기가 pxxx라고(왠지 보안에 걸릴거 같아.)
네모난 박스처럼 생긴 좀 큰 무전기야.
암튼 그걸 메고 작전지역인 산속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작전지역이었던 산속에 좀 깊고 음침한 지역들이 곳곳에 있었거덩.
그런 곳에 있다보면 필연적으로 무전이 안터질 때가 있어.
그럴땐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나무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곳을 찾아가서 안테나를 끝까지 다 세우고 교신을 할때가 있어.
그때도 그런 잦같은 경우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소대원들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본대와 교신할려고 무전기를 조물딱 거리고 있었지.
혹한에 해질녘이라 어둑어둑한데 혼자 산속에서 소대원들과 떨어진곳에서 무전기 조물딱거리는데 참... 나도 그땐 더럽게 겁이 없었던거 같다.
그런데 이놈의 무전기가 생각보다 더럽게 안터지는거야.
그래가지고 어디 문제가 생겼는지 몰려고 매고있던 걸 땅에 내려서, 이것저것 살피면서 조작하다 버튼을 하나 눌렀는데 그때 무전이 갑자기 터지는거야.
이게 무전이 들어오면 치익~~하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말소리가 들리는데 귀에 무전기 키를 대고 그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랄때로 있어.
이때도 깜짝 놀라다가 혼자 욕지거리하면서 무전할려고 키를 누르고 무전을 때렸지.
(영화보면 "여기는 ㅇㅇㅇ 당소ㅇㅇ 당소ㅇㅇ 응답하라")
이러는데 우리는 틀려. 위에처럼하면 통신장교한테 싸대기맞어...ㅜㅜ
"현망에 수신 대기중인@@@,@@@ 본국 ###인데 송신바람"
치익~(키때면 치익~하고 잡음이 생겨)
"현망에 수신 대기중인@@@,@@@ 본국 ###인데 송신바람"
(보통 한번만 때리는데 잘안터질때는 두번, 세번씩때려)
이렇게 무전을 보내고 나니 답이오더라고...
그래서 예정대로 작전지역 들어왔고, 현시간부로 각 분대별로 찢어져서 매복들어간다고 무전때리고
각분대별로 찢어졌지
군필자들은 알겠지만 혹한기에 매복하면 진짜 부랄이 얼어붙다 못해 산산조각 날거같은 추위에 시달려.
특히 깊은 산속이니 오죽하겠어.
암츤 그렇게 우리소대는 각 분대별로 매복지역으로 찢어지고, 나랑 소대장. 그리고 들어온지 얼마안된 비리비리한 이등병색퀴랑같이 전시투입용 벙커로 기어들어갔어
(원래 가면 안되는데 훈련상황이고, 또 추으니까 몰래 들어가는거지)
벙커에 들어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소대장은 춥다고 어디서 마른나뭇잎들 모아와서 그거 덮고 자고, 이등병생퀴는 온지 얼마되지도 않는것이 빠져가지고는 같이 옆에서 졸고있고, 난 통신병이라 망대기(무전 기다리는거)해야해서 선잠 밖에 못자는데...ㅡㅡ
암튼 그렇게 꾸벅구벅 졸다 본대에서 상황보고하라는 무전와서 알겠다고하고 매복중인 각분대에 무전을 날렸어.
"현망에 수신대기중인 ### 예하통사들 ###예하 통사들~ 본국### 인데 송신바람"
치익~
그러고 나니까 각 분대로부터 이상없다고 무전이 왔는데, 3분대(각소대는 4개분대가 있어 1, 2, 3분대에다가 본부분대까지) 무전내용이 이상한거야
그 당시 3분대에서 날아온 무전내용이
"현재 우리분대 좌측전방 500m 지점에서 적이 몰려오고있다. 한개 분대병력으로는 어림도없다"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라고 오는거야.
각 분대마다 pxxk 라는 조금 작은 무전기를 주거든.
내가 각 분대마다 나보다 짬(계급)안되는 놈들한테 줬으니까 이런 무전은 못날려.
죽을려고 환장하지 않는 이상은...
그래서 혹시 3분대장이 장난치는 줄 알고
"아~##병장님 장난치지 마십쇼~ 본대에서 상황보고하라고 무전왔단 말임다"
라고 보냈거든.
근데 또 답이 온게
"당소###당소### 귀소측에 말한 탄약과 인원은 어찌되엇나?
현재 참호앞 200m전방에서 교전중이다. 번복한다 현제 참호앞 200m지점에서 교전중이다.
속히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라고...
뭔가 이상하자나.
그래서 다시 한 번 각 분대에게 무전 날렸지.
근데 이번엔 3개분대가 정상으로 무전이 다온거야.
그래서 일단은 본대에 매복 중 이상없고, 적동향은 안보인다고 보고한 담에 3분대 통신한테
"야 ㅆㅂ 방금 장난친생퀴 누구야!!"라고(원래 평어쓰면 안되는데 본대 채널이랑, 소대원들간 채널이랑 따로 설정되있어서 본대는 못듣거든.)
소리치니까 그 놈은 쫄아가지고 자기가 계속 망대기하고 있었고, 이상없다고 답신보낸뒤로는 무전기를 안만졌다는거야.
그래서 아...ㅆㅂ 3분대장이 장난치고 입막음 하는거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지.
그러고나서 30분정도 있었나? 갑자기 무전이 들어오는데...
상당한 잡음이랑 같이 왔었어...
내용이 "야이 미친새끼야. 중대장 바꿔, 빨리 바꿔 이 씨박색끼야.!!!"
이게 소리가 어찌나 큰지 잠자던 소대장까지 일어나서 나를 보는거야.
소대장이 나보고 뭔소리냐고. 누구무전이냐고 막 물어보고...
난 뭐라 설명해야할지 머리 굴리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무전이 와.
"야, 통신병!! 빨리 #$# 중대장 바꾸라고!!!"
우리 중대장이름도 아니고, 우리대대 중대장 중에 저런 이름은 없거든...
소대장이 멍하게 있다가 어디서 오는 무전이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지금 소대채널로 맞춰져 있다고 하니까, 무전기 키 낚아채더니 어떤 새끼가 장난치는 거냐고
막~뭐라뭐라 역정을 내다가 무전기 분대장들이 관리하고, 현 시간부로 1분대부터 다시 총원이랑 이상유무보고하고 장난치면 죽여버린다고 했어.
그러고 1분대부터 무전이 오고 3분대 차례가 되었는데 답이 없는거야.
소대장 열받아가지고 온갖 쌍욕다하다가 3분대생퀴들 죽여버린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어.
그렇게 소대장 나 이등병 셋이서 3분대 매복지역갔는데, 이생퀴들이 이등병이고 뭐고 할거없이 다 자빠져자고 있는거야...ㅋㅋㅋ
소대장 열 이빠이 받아가지고, 애들 군홧발로 걷어차면서 이씨박새끼들이 다빠졌다고, 애들 존내 밟는데 와....진짜 살벌하더라.
그렇게 3분대애들 자다가 갑작스레 조카 얻어맞고, 좀 진정한 소대장이 방금 무전기로 장난친것들 누구냐고... 3분대장 너냐고 막 윽박질렀지.
그런데 하는 소리가 대박이더라.
혹한기때는 너무 추워서 베터리가 종종 빨리 달아버리는 경우가 많거든.
3분대무전기도 일찌감치 꺼져있는거야.
언제 꺼졌냐고 물어보니까 매복들어가고 얼마안가서 나가버렸다고 하더라구.
그럼? 그 이상한 무전은?? 3분대에서 온 보고는???
난 이해가 안가서 착각일거라고, 3분대 무전기 체크해봤는데 진짜로 켜자마자 삐빅거리고는 꺼지더라구.
소대장이 인제 타겟을 바꿔서 니가 졸다가 무전기 잘못건드린거 아니냐길래, 내꺼 무전기 내려서 다보여줬어 체널이랑 다른 상태들.
당연히 정상일 수 밖에 없었지. 그래서 소대장이랑 나랑 둘다 얼빠진 표정으로 있을 때 내 무전기에 다시 무전이 들어오더라
"잡음과 뭔가 터지는소리가들리면서 ####,### 지역으로 후퇴한다."
나랑 3분대원10명+소대장 이등병 전부 얼어서 정신못차리다가 소대장이 키 낚아채서 수화자 누구냐고 물어보는데도 오로지 잡음과 총성과 터지는소리랑같이 ####,### 지역으로 후퇴할테니 그쪽에서 합류하자고만 하더라.
소대장이 작전 지도 달라길레 지도꺼내주고, 좌표확인했는데.
아...ㅆㅃ 지금 쓰면서도 소름돋다.
지도상에 좌표확인하고 나서, 나 조카심각하게..무슨 병걸린 사람처럼 덜덜떨면서 소대장한테 말했어.
"저...소대장님?"
"왜?"
"지도상에 좌표####,### 지금 3분대매복지, 그러니까 지금 저희가있는 곳인데 말입니다."
내 말에 너나할거없이 전부 다 비명지르면서 매복지에서 뛰쳐나가고 나만 그자리에 얼어있었어.
(ㅆㅃ생퀴들...전우애를 px에서 냉동이랑 바꿔처 먹은거 같았어...ㅜㅜ)
그러다가 무전이 또 들어왔는데
"당소###당소### 최초위치####,##에서 현위치####,###으로 합류완료"
"반복한다. 최초위치####,##에서 현위치####,###으로 합류완료"
"현재 생존분대원 4명 속히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현재 파악된 적은 중공군 약 2개중대이다. 현재####,##지역은 중공군이 점령하였다.
속히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이상."
그 무전 듣자마자 무서운거고 나발이고, 바로 작전지도 꺼내서 최초위치인가? 거기 좌표 체크해봤는데 ㅆㅂ...이거 확인하고 나 바지에 오줌 찔끔 쌌었어.
알 수 없는 무전에서 말한 그 최초위치는 처음에 소대장이랑 나랑 이등병이랑 들어가서 꾸벅꾸벅 졸던 바로 그 전시투입벙커였었어.
만약 귀신이었다면 우린 그 안에서 귀신이랑 같이 있었던거지.
그 시간이 정말 나한테는 미칠거같은 시간이었어.
문제는 그런 무전이 들리고 아까 그 장소나 지금 이장소나 어쩌면 귀신일 수도있는 것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주위공기도 왠지 틀린거 같고, 발도 안떨어지고 입에서는 침까지 흐르더라.
근데 이번엔 새로운 무전이 들어왔어.
마치 영화가 진행되는것다는 착각이 들정도였어.
새로운 목소리로 들려온 무전내용은
"현재 이 무전을 듣고있는 모든 부대에게 알린다. 현재까지 파악된 적은 중공군인거 같다."
"반복한다. 현재까지파악된 적은 중공군인 것같으며 규모는 약 3개연대이다"
"중대 규모로는 막을 수 없다. 함락직전이다.(잡음.총성 비명과 같이 들렸어), 함락직전이다 이 무전을듣는 모든 부대에 알린다. 속히 지원을 바란다. 적의 규모는 약 3개연대이다. 중대병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함락직전이다. 속히 지원을바란다"
이윽고 한번 더 무전이 오는데
"이 무전을 듣는 모든 부대에 전한다. 난 1x연대8중대장 #$#대위다.
1x연대 8중대장 #$# 대위다. 미군들도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8중대 총원19명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
"반복한다. 난1x연대8중대장 #$#대위다 현재 이 무전을 듣는 모든 부대에 알린다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개입하였다. 미군들도 후퇴하고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우리중대는 괴멸상태이다. 현재 8중대 총원19명,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포위망을 뚫고 지원을 바란다."
이 무전까지 듣고 나니까 왠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서럽게 울었었어.
무서운걸 떠나서 내가 어렴풋이 예상하던 "그 정보"랑 엇비슷하니까.
눈물이 날수밖에 없더라구.
국사시간에 대충이라도 들었던 사람들은 알거야.
한국전쟁 당시 잘나가다 갑자기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침공하는 바람에 미군이고 국군이고, 모두 후퇴했던 그 뼈아픈 사건. 중공군으로 인해 포위당해 전멸한 부대도 있었다는...
맞아. 1.4후퇴.
그러니까 지금 이 무전은 1.4후퇴직전에 어떤 중대의 이야기인거 같았어
마치 그 끔찍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고있는 것처럼 무전은 계속 들어왔었어.
무전기에 음성은 화를내기도... 누군가에게 빌듯이 호소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무전을 계속 날리고있었어.
그러기를 수십 분... 난 그저 울면서 무전기의 내용을 듣기만하고
(왜 울었는지를 모르겠어. 갑자기 가슴이 탁 막힌것처럼 답답하고 이유없이 서러워지고 눈물이나더라구)
그렇게 있기를 수십분...
최후의 내용을 듣고 난 울다가 쓰러졌었어.
(내용을 미루어볼때 1.4후퇴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나봐 그러니까 날이 바뀌었단 소리지)
"현재 우리는 포위된 상태이다. 더이상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처지이다.
8중대장 대위 #$#
학도지원병 $%$
2등중사 @@@
상등병 $$$
일등병 &&&
이상 8중대 총원 5명은 옥쇄[玉碎]의 각오로 이곳이나마 사수하겠다.
현재 이 무전을 듣는 부대는 속히 퇴각하길 바라며, 우리는 계속 국군의 건승을 기원하겠다.
이상 1x연대 8중대장 #$#이하 4명...이상"
그 무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난 미친듯 소리내어 울다가 쓰러졌었어.
일어났을 땐, 대대 의무실이고 훈련이 끝난 상황이었더군.
그러니까 이틀을 그렇게 누워 있었던거야. 군의관은 탈진에 동상으로 그랬다고 하더구만...
내가 쓰러지던 그 때 내 울음소리를 들은 소대장이 3분대장이랑 같이 왔을때, 난 무전기를 끌어안고 쓰러져 있었다고 해.
작전지도에는 좌표 두 개가 그려져있고 그 위에 "잊지않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글씨체로봐서는 내가 쓴거 같았데.
그렇게 2주를 더 의무대에 있다가 상담하러 오신 행보관님한테만 그날 일을 살짝 이야기하니까
부대 연혁표를 보여주시던데 거기에 그사람들 이름이랑 그 중대장 사진이 있더라고...
참...얼마나 눈물이날려던지...
그후에 의무대에서 퇴실한 그 날 바로 px가서 냉동(군인이니까...)이랑 먹거리 몇 개사서 부대막사 뒤쪽에 간 담에 그 날의 그 산이 보이던 방향으로 음식놓고 속으로 빌면서 절하고 했었어.
그러고 한 한달 뒤였나?
새벽 탄약고근무가 있어서 나갔는데 그때 심심해서 fm이랑 am 다 수신되는 라디오 들고 갔었거든.
fm듣다가 지루해서am으로 바꾸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그 날의 그 목소리를 아주짧게 잠깐 들었었어.
"고맙다..."
라고....
찰나의 시간이었고, 다시 지직거리는 잡음만 내귀에 들어왔지만 마음만은 상당히 편했었어.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야.
지금도 가끔 라디오 am으로 맞추고 주파수 돌릴때가 많은데, 이젠 아무것도 안들려.
아침에 문득 그분들 생각이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투고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어.
그래도 글재주는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풀어썼으니 비난은 말아줘.
그리고 읽어줘서 고마워.
이 일 이후로 다른 일들은 겪은 적이없어. 아직까지는...
지금 이 일이 내 일생일대의 가장 무서웠던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