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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원 벌었다.
게시물ID : humorstory_3957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hfgksthf
추천 : 0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27 08:40:17
윗집 언니와 일을 보고 버스에 오르니, 기사가 인사를 한다. 얼떨결에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버스 카드를 꺼내자 기사가 손을 저으며 그냥 타라고 한다. 내가 기사를 알고 있는지, 기사가 나를 아는지, 얼굴은 생소했다. 아는 분같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뒤의 빈 자리에 앉으니, 언니가 아는 기사냐 물었다. 고개를 작게 흔들며 아니라 했지만 영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고야 아!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랬구나.
 어제 아주 오랜만에 서방이라는 놈하고 한양을 갔다 밤 열 시가 넘어 늦게 귀가를 하려 버스를 탔다. 빈 자리가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사당에 오자 예상대로 많은 승객이 올라 버스는 혼잡했다. 과천에 들어서자 기분이 괜실히 찝찝했다. 슬쩍 옆을 보자 화상이 누군가를 노려 보고 있었다. 시선을 쫒아가자 그 복잡한 틈바구니에서 어느 젊은 연놈이 스킨쉽을 하고 있었다.  젊은 년이 사내 목에 양팔을 올려 놓고는 뱁새 주둥이를 내밀어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얼굴은 예쁘장한 것이 꼴값을 하는지 킥킥대며 좋아라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모두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서방이라는 화상은 그 연놈을 쏘아보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서방의 팔을 흔들어 보았지만 숨소리마저 고르지 못한 것 같았다.
"왜 그래."
"참 18........"
 요즘 무슨 일이 꼬였는지, 밤새 걸레를 물고 자는지, 점심 때 맨 쌀똥가리로 지은 밥만 처먹고 다니는지  서방의 말 중 반은 욕이고, 그 반중에 반은 18이 들어간다.
 옆 사람이 들릴 정도로 제법 큰 소리로 그 놈의 18을 또 되풀이하고 있다. 젊은 놈이 화상의 욕을 들었는지,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다 서방과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그러자 화상이 이번에는 젊은 년을 꼬나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됐어, 요즘 애들 다 그래."
 조용한 목소리로 서방을 달랬다.
"에이 지미랄......."
 서방 목소리가 이번에도 제법 크게 울렸다. 그리고는 몸을 비틀어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휴! 하는한숨이 새어나가기도 전에 일이 벌어졌다.
"왜요? 아저씨."
 가슴에 수십 근은 족히 될 듯한 돌맹이가 떨어졌다. 일이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 울고 싶어 미치겠는데 싸대기를 때려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우랴. 아니나 다를까.
"뭐라니, 이거 아주 개싸가지 아니야........"
지 승질을 못 이겨 발정난 소새끼 마냥 쉭쉭거리며 말을 잇지를 못했다. 젊은 놈의 얼굴이 순간 노여움에 떨며 서방을 보았다.
"뭘 봐. 이놈의 새끼야."
 갑자기 차가 멈추고는 기사가 운전석 쪽문을 열고 나와서는 젊은 년놈을 내리라 하며 등을 밀었다. 그제사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무어라 쫑알거리며 두 정춘 남녀가 버스에서 내렸다.
"정말 저런 꼴 보자니 이짓도 못해 먹겠습니다."
 기사가 한 마디 하고는 돌아서 운전석으로 향했다.
"잘하셨어요, 아저씨."
 앞에 앉아 있던 초로의 여인이 서방을 거들었다. 서방은 그저 눈을 내리감고 어두운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내릴까?"
 하는 나의 말에 서방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 다음 정류소인 인덕원 역에 내리려는데 30대 중반의 어느 젊은이가 서방을 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젊은이에게 건네는 말이 아주 작게 떨리고 있었다.
 정류소에 내려 한쪽 구석으로 가 담배를 피워문 서방을 보자니 참 마음이 그렇다. 
 전철이고, 공원이고, 공공장소이고 간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킨쉽을 하는  요즘 젊은 것들을 보자니 기분만 쿨하다. 이미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냥 봐주자니 열따구만 부글부글 끓는다.
 
 그 기사 분이었다.
 서방이 한 짓이 맹탕 헛짓거리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었다.
 그래도 1,100원은 벌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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