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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 님에 대한 답변: 박정희 논쟁의 제3지대를 위하여
게시물ID : history_61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기저편
추천 : 6
조회수 : 52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0/28 22:07:02

제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감히 논쟁을 해보려고 합니다.

참조로..... 저는 박정희를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역게 분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푸쉬킨 님이 바라는 사회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말이 좀 셉니다. 그렇지만 이분법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프레임'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역사가가 현재적 의미에서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는 말입니다.

푸쉬킨 님이나 저나 역사가가 아닌 이상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좀 세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비록 모순적일지라도 모두가 역사가이죠. 일.베.인들이 저렇게도 모순적인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 박정희 가카 까지 말라능! (새누리당 만세)"이라고 하는 프레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MB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MB가 제1진영, 반MB진영이 제2진영이라고 하면, 제3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태진 논쟁에 제가 끼어들었던 것도 이분법의 문제를 넘어서기 위함입니다.

외람되지만, 푸쉬킨 님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1990년대에 문민정부가 논하던 '유교자본주의론'이 푸쉬킨 님의 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유교자본주의론? 그럴까요?

교육에 대한 상세한 수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어렸을 때 어렴풋이 보았던 초등학생용 교육책자나 경제성장에 관한 애들용 만화를 읽었을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든지, '유교'가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유교자본주의론' 등이었습니다.

이 논리는 사실, 여기저기서 많이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베버가 당시 발전하던 서구자본주의의 동력을 논하기 위하여 '프로테스탄티즘(개신교)'를 끌고 왔듯이, 비로소 발전한 것 같으니 '유교'라는 정신문화를 끌고 와서 토대의 발전을 이야기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즘 유교자본주의론은 장하준은 물론이고,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의 경제발전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에 유교자본주의론을 끌고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유교자본주의론은 문민정부 시절에 이러한 이야기를 끌고 들어온 것이며 IMF와 함께 사라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교육의 중시라는 것이 박정희정권과 떨어진 '유교문화'의 특성이 아닙니다. 물론 엄청난 교육열은 부인할 수 없지요. 그러나 어떤 독재정권이든 교육의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적자원(맨파워)은 기본적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교적 교육열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근대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부딪치게 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개량서당'이 굉장히 많았던 조선에서 일제가 굳이 '보통학교'로 대표되는 근대교육체계를 심으려고 하였던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 결과 1930년대가 되면 개량서당의 영향력은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박정희정권기의 초등-중등교육이라고 하는 것도 교련 등의 근대적 규율훈련을 중심으로 한 교육입니다. 민족주의 논쟁할 때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겁니다. 유교문화 중에서도 과거 조선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강상윤리적 기반에 근거한 교육이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에 도움이 되는 복종적 충효문화를 심으려고 노력했던 것이죠. 상관, 사장, 관료의 말에 잘 복종하는 충실한 인간상의 주조인 것이죠.

말 그대로 선택적 수용 아닌가요? 서구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상업을 죄악시하던 문화가 연옥의 주조, '합리적 자본가'상의 추출 등을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유교문화도 선택적으로 수용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사실관계이고, 이러한 논리가 어떻게 보면 역(逆)오리엔탈리즘인 옥시덴탈리즘으로 흐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발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이나 이슬람국가들의 경제발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는 것이죠.


3. 그렇다면 푸쉬킨 님께서는 왜 유교자본주의론을 끌고 오셨는가? 저의 생각.

푸쉬킨 님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교국가였던 베트남, 중국, 한국, 일본 등의 교육과 그 인프라가 결국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2) 자본투자도 중요하지만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투자자본이 중요하여 외환벌이가 중요하였다.

3) 이러한 외환벌이에 나섰던 파독 광부들, 월남전 용사들 등의 일반 민중(설마 민중 이야기한다고 고소하는 어린 아이들이 있지는 않겠죠 ^^;)이 있었기에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

4) 쿠데타정권이 아닌 '정상적인 합법정부'였다면 보다 나은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였을 것이다.

2), 3)에 저도 크게 동의합니다. 4)도 동의할 만한 점이 있고요.

다만 4)에는 100% 동의하기 힘듭니다. 그것이 사실 푸쉬킨 님과 제가 다르지 않은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따로 글을 쓴 이유입니다.

소련의 스탈린은 "우리가 서구가 100년 동안 해왔던 발전을 몇십 년만에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더 쥐어짜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까먹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의 엄청난 경제'성장'을 위하여 백만에 달하는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블소홀릭 님이 아래서 잘 정리하였듯이 산업화라는 것은 비단 박정희만 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닙니다. 이승만, 장면 정부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추진되었고, 사실 관료들만 하더라도 과거 일제시대 조선은행 등에서 일하였고 이승만, 장면 시기에 정부에서 일했던 관료 출신들이 상당수 존재했습니다.

사실 어떤 정권, 정부, 나라더라도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민들을 쥐어짜왔습니다. 한국은 동시대 국가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하였고요. 물론 김대중 당시 국회의원이 지역균형발전책으로 제시한 '경부고속도로 무용론'이라든지, '대중경제론'은 당시의 중요한 산물이지요. 그러나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어서 한 경제정책을 생각해보았을 때(물론 시대는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과연 그것이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그 자신이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베인들과 마찬가지로 박정희 짱!이라고 외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박정희정권기 경제'개발' 자체를 박정희와의 연결성을 없애면서 민주정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정권들이 서민경제에 대해서 논할 때 떳떳할 수 없다는 점을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4. 시민사회를 넘어서 탈근대로

쌍용차 등의 문제가 터지고, 서민들은 더 잘 못 먹게 만드는 현재의 문제들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모두 MB와 박정희의 잘못을 강조합니다. 틀린 말 아닙니다. 그들은 자본과 국가의 화신입니다. 그러나 '더 좋은', '더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나아질까요? 그것이 의문입니다.

안정적인 시민사회 구축을 통한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 소위 그람시의 논의를 비튼 '시민사회론'입니다. 그러나 본래 그람시는 '시민사회'라는 것을 선진적 서구자본주의 국가가 '민주주의'와 안정된 '의회정치'를 통하여 대립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안정적 근대가 아닌 탈근대를 원한다는 의미에서 시민사회론을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푸쉬킨 님, 제가 글이 중언부언하지만 여기까지 글을 썼다면 무슨 말을 썼는지 아실 겁니다. '탈민족주의' 논쟁을 할 때도 언뜻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였는지 보여드렸던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제 주장을 위하여 박정희정권기에 대해서 논하였습니다. 잘 쓴 글이 아니지만, 푸쉬킨 님의 내공 높은 답변을 기대하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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