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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게시물ID : panic_562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33세
추천 : 17
조회수 : 191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8/20 13:34:14
 믿는 사람도 혹은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사물에도 영혼이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영혼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적절한 단어일 수도 있다. 영혼보다는 사념이라고 해둘까.
 이건 내가 새롭게 주장하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 주위에 사람 손이 많이 탄 물건은 도깨비가 된다 하였다.
 헌 빗자루, 짚신, 부지깽이, 오래된 가구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는 오래되고 또 사람의 손이 많이 탄 물건일 수록 그 사람의 평소 생각,
사념과 같은 것들이 물건으로 옮아져 도깨비로 만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난 당연히 이 말에 동의한다.
 이는 어떤 객관적인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진 않지만, 내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한다.
 
 현대 한국사람에게 한시도 몸에서 붙어 떼어놓지 않는 물건이란 무엇이 있을까?
 카드나 옷, 가방 등 여러가지 물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물건이라 함은 전화기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스마트폰이라하여 전화뿐만 아니라 카드나 지갑, 수첩 등의 기능을 모두 대신해 주니 그야말로 이 문명의 이기가 없으면,
사람은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기 힘들어지는 시대까지 되어 버렸다.
 
 난 만약에 현대에도 과거 옛날처럼 도깨비가 있다고 한다면,
이 전화기가 도깨비로 변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실제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해버렸다.
 
 불과 며칠전의 이야기이다.
 동해 바다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동해시까지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출발시간이 일이 끝나고 난 뒤인 오후 8시라, 몸이 굉장히 피곤하고 고단했었다. 
 당연히 버스에 타자마자, 의자를 뒤로 재끼고 볼 것없이 잠에 빠졌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에어컨이 좀 강했었는지 으슬한 기운에 꿈을 꾸게 되었는데,
왠 긴머리에 빨간 입술을 가진 얼굴이 하얀 여자아이가 하늘거리는 흰 원피스를 입고 날 무엇인가 할말이 있는 듯, 계속 바라보는 것이다.
 난 비록 꿈이었지만, 그 아이가 혹시 귀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왜 날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 아이에게 한걸음 다가섰드랬다. 
 그렇게 내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 여자아이는 마치 벼랑에서 떨어지듯이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가 덜컹거리는 것에 잠이 깼는데 동해시 터미널이었다.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고 좀 으슬해서 그런가 싶어 옷을 좀 더 껴 입으려 가방을 열며 소지품을 확인했는데, 아뿔사.
 전화기를 버스안에 놓고 내린 것이다.
 난 부랴부랴 그 버스를 잡으려 뛰어갔지만, 이미 버스는 경유지인 동해시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삼척으로 출발한 뒤였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 꿈에서 나온 소녀가 내 전화기가 도깨비로 변하여
내 꿈에 나타나 자신이 주머니에서 떨어졌다고 알려주려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꿈에서 그런 소녀가 내게서 멀어지는 꿈을 꾼 것도 이상하지만,
하필이면 그런 꿈을 꾸고 난 뒤에 이런일이 벌어진다는게 그냥 우연치고는 좀 찝찝했기 때문이었다.
 
 동해시 터미널에 전화기를 찾을수 없겠냐는 문의를 해보았지만,
이미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간이라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음날이나 찾아보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애 탄 마음에 숙소의 전화기로 내 전화기에 수번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는 도통 받질 않더라.
문자로 숙소 전화번호를 적으며 사례드린다고 보냈는데, 역시 감감 무소식.
 아무리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 고기를 먹어도 마음속에 그런 꺼림직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더군.
 
 결국 그 다음날 밤.
 난 또 그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을 가진 소녀를 꿈에서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소녀는 반듯이 누워 숨이 가쁜듯, 힘든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누군가 커다란 지퍼백이 달린 투명한 비닐을 그 소녀의 머리부터 씌우고 있던 것이다. 
 난 그 씌우는 장면을 보며 말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 
 그리고 어떻게든 일어나야겠다는 순간, 잠이 깨어버렸다.
 
 그렇게 동해에 있는 동안에는 전화기를 찾지 못했다.
 3일뒤 금요일에 잃어버린 전화기는 겨우 월요일이나 되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백방 수소문 끝에 버스기사가 전화기를 주워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난 버스기사를 만나러 동서울 버스터미널로 갔고, 그 버스기사는 내 전화기를 건내어 줬는데,
 놀랍게도 전화기는 투명한 지퍼백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배터리는 다 닳은채로.
 
 난 그냥 우연의 일치이거나, 데쟈뷰와 같이 내 뇌의 착각이겠거니 생각을 한다. 
 마음속의 찝찝함이나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화를 버릴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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