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가정을 해봅시다.
제가 어느 날 학교를 가다가 이상한 것처럼 보이는 석기를 찾아냈다고 칩시다. 혹하는 마음에 분류와 편년을 해보니 거의 '세계 최초의 석기'쯤 되는 물건이었던 겁니다. 저는 이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한 편 썼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농경이 이뤄졌으며, 한반도의 역사는 이 유물을 기점으로 새로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요. 그러자 일본 혹 중국에서 다른 논문이 나왔습니다. 이 유물이 가지는 가치는 인정하지만 이는 한반도의 역사만이 오래됐다는 증거가 아니라 한반도와 영향을 주고받았던 중국, 일본의 선사 또한 마찬가지이며 전 세계의 역사가 지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뜻이라고!
이 상황에서, '사실'은 무엇일까요?
간단하죠. 제가 유물을 찾아냈다는 것 (제발 그랬으면!) 과 그 유물이 알려진 그 어떤 석기보다 오래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해석'은 무엇일까요?
첫째, "한반도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
둘째, "한반도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가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된 증거다."
이것이 해석입니다.
사실 역사학에서는 '사실'과 '해석'이 모두 역사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종종 착각을 합니다.
'해석'은 사람마다, 국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 뉴라이트의 교과서 역시 결국은 해석의 차이입니다. (다만, 그 해석이 한국과 한국인의 심리 및 인식, 나아가 한국의 기초를 부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 '해석의 차이'는 결단코 왜곡이 아닙니다.
왜곡은 '사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입니다.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가끔은 잊을 때가 있지요.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