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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첫 롤
게시물ID : deca_60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아케
추천 : 4
조회수 : 5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30 22:04:06
로모카메라를 사고 지난 토요일 출사를 다녀왔다
실은 진짜 첫 롤은 가평 도착해서 필름을 감다 찢어먹었다
정확히는 두번째 롤인 셈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상은 처음 맡겼으니 첫 롤이라 치련다

출사를 가기 전 부터 집 근처의 사진관을 알아봤다
마침 집 근처에 필름 현상을 주로 하는 사진관이 있었다
토요일 출사를 다녀오고
일요일은 사진관 휴무였으니 패스
월요일인 오늘 퇴근시간이 다가올수록 전전긍긍해졌다

사진관은 오후 7시까지
내 퇴근시간은 오후 6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슬아슬하게 7시가 안되는 시간

결국 실장님에게 10분만 일찍 퇴근하겠다 말하고
퇴근하자마자 택시를 잡아 타서 집으로 왔다

사진관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반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현상을 부탁드렸다
한 롤에 현상과 스캔을 합쳐 3500원
스캔파일은 메일로 9시 반쯤 받을 수 있을거란 말에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남기고 집으로 왔다

7시, 8시, 8시 반, 9시
9시부터 계속 메일함을 들락날락하길 여러번
9시 21분, 드디어 메일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파일을 내려받고 압축을 푸는데
묘한 긴장과 함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아, 그래
내가 처음 내 돈으로 디카를 사서 처음 셔터를 누르고, 그 결과물을 볼때도 이런 느낌이었지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묘한 설렘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압축을 풀고, 파일을 확인했을때의 그 도취감이란....


실은 주변에서 첫 롤은 망하는거나 다름없다며 큰 기대를 말라 해서 기대를 안했었다
물론, 필름을 제대로 감지 않아 겹친 사진도 있고
촛점이 안맞은거, 노출 과다, 노출 부족 등등
망한 사진이 여러장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 마음에 들게 찍힌 아이들이 있었다
모든 사진을 버린것이 아니였다


결과물을 확인하자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카메라를 이렇게 가슴뛰며 잡았던게 언제지?
지금은 그저 업으로써 아무런 감정 없이 셔터만을 누르고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는거지?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가 뭐였을까
내 손에 카메라가 들린 이유는 뭘까
대기업 관두고 나와서 연봉 반으로 깎아가며 사진을 찍는건 왜일까


온갖 생각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혼란스러움과 고양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늘 밤은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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