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에 썼던 글 재탕이지만......
제갈량과 유선의 대사면
유비사후 촉한의 계보는 기본적으로 이렇다.
제갈량 - 장완 - 비의 - 강유
다만, 강유의 경우 그 전의 세사람처럼
군권과 정치권을 모두 섬렵하지 않았기에 좀 다르게 여겨야하지만,
기본적으론 이게 보통으로 여기는 촉한 수장의 계보다.
저 계보에서 유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 것은 장완 사후 부터인데,
이 때부터 그 전과 다른 양상이 하나 나타난다.
바로 '대사령'이다.
사령이란 사전을 공포한다하여 어떤 기념일이나
경사가 있을 때 죄인들을 풀어주는 일이다.
보통 '사면'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대사면이 유선이 정치에 관련한 이후 거의 매년 일어난다.
손권의 경우에도 집권말기 대사면을 빈번하게 선포한다.
나라는 망국으로 치닫도 있는데,
특별한 경사가 있을 때나 선포하는 대사령이 매해 일어난다는 건
당시 국가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제갈량 집권 때와 아주 다른 부분이데
제갈량 집권 시 그가 가장 피하던 것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사면을 내리지 않는 것과
두 번째는 연호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나라가 망국의 길을 걸을 수록 대사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국가가 내부적으로 약해진다.
특히나 사면을 받는 인물들 대부분은 위정자급의 인물이고
이로인해 법치주의가 흔들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제갈량은 주위에서 사면에 너무 인색하다고 할만큼
사면을 쉽게 내리지 않았다.
현대 정치에서도 무슨 기념일만 되면 사면이란 것이 시행되는 것을 보았을 때,
2천년전에 이미 그는 사면의 부정적인 부분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했다.
제갈량이 승상이 되고 난 후 대사면은 유비가 죽고 유선이 황제가 됐을 때 딱 한 번 뿐이다.
또 하나 그가 하지 않은 것이 국가의 연호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연호를 바꾼다는 것은 그 국가가 국가로서의 존엄성등을 다시 세우겠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요즘으로 따지면 정치권의 정당 이름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주석을 단 배송지의 경우 사면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연호를 바꾸지 않은 것은 부정적으로 본다.
제갈량 때와 200년후의 인물인 배송지의 시각에도
연호를 바꾸는 의식을 긍정적으로 보았음에도
제갈량은 국가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전혀 의미가 없는
연호를 바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어쩌면 연호를 바꿀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사령을 막고자함으로 볼 수도 있을 것같다.
이는 오히려 당시보다 현대의 시각에서 높히 살만한 부분인데,
현대에 정당이 아무런 이유없이 정당명을 바꾸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이 정당을 보는 시각이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대 대한민국의 정치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보다 훨씬 앞선 인식을 보인
제갈량으로부터 우리가 분명히 배워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