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전공의입니다.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졸라게 구르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사이트가 생겼다니 매우 반갑군요.
예.. 저는 전공의입니다. 좀 폼내서 말하면 의사입니다, 의사.
수능도 재수하지 않고 단박에, 요즘 그리도 선망하는 의대(중부지역에 있는 지방대 의대)를 가게 됐고, 이제 전공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전공의 삶을 아시는 분?
1. 월화수목금 당직(즉, 출근 따위는 없고 환자에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고 하면 24시간 내내 당장 환자를 보러 나가야 하는 처지라는 뜻입니다)
2. 토요일~일요일 2일 중 1일 쉬는게 전부입니다. (그나마 토요일 퇴근해서 일요일 오전 들어오거나, 일요일 오전 나가서 일요일 저녁 들어오는 것임)
3. 평소 근무 강도? 환자는 30명 이상은 기본으로 보고, 여기에 응급실 당직인 날은 밤 새도록 몰려오는 환자들을 응급처치해서 입원시켜 놔야 합니다.
(cf) 환자를 본다는 것 = 교수 회진 + 명령 처리 + 환자의 동태 파악.. 같은 의학적 업무 뿐만이 아니라!
면담 : 본인 면담 해주면 부모님이 오고, 부모님 해주면 누나가 오고, 누나를 해주면 이모가 오고..
+ 환자의 각종 징징거리는 요구 사항 해결 : 이왕 병원에 왔는데 온 김에 내시경을 하고 싶다거나 허리 다리도 쑤시니까 정형외과도 같이 보고 싶다거나.. 이 날은 외래에 오기 힘드니 다른 날로 잡아 달라거나... 이럴 때 모든 행정적 절차는 거의 전공의가 맡아서 해결하게 됩니다.
+ 의무 기록 : 매일 30명 이상의 일기 및 정리까지 해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동의서 작성 등... 각종 잡무 역시 환자가 1명 1명 늘 때마다 미칠 듯이 생깁니다.)
에.. 대략 월화수목금 24*5 = 120시간에, 주말 중 1일은 근무를 하니까 대충 24시간 더하면 1주일에 144시간 일하네요.
간호사도 3교대 하는데.. 킥... 힘들어 죽겠더이다. 갈수록 지치고, 지치니까 일은 밀리고..
그런데, 그래요, 저는 소위 말하는 의사입니다. 이 헬조선반도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마지 않는 그놈의 의사란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어요. 미칠 것 같아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나만 못나서 이렇게 힘든 것인가?
아니더라구요.
20대 젊은이들은 다 힘들더라구요.
취업 안 된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디에나 취직한 놈들도 하나같이 야근에 주말 근무에 다들 짐승같은 삶을 살고 있더라구요.
그럼 저보다 클래스를 더 올려서 법조계?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판사 임용되기 전에 여기도 열정페이 비스무리한 쓰잘데기 없는 걸 만들어서 각 로펌에 근무하게 되는데.. 이놈들도 주말 근무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드디어 판사에 임용이 되더라도, 그 배석 판사 있잖습니까? 얘네들은 부장판사들이 일 내리는 것 때문에 쉴 수가 없어요.
의사, 판검사도, 이 헬조선에서는 존나게 힘듭니다.
그렇습니다. 이 빌어먹을 나라의 20대, 30대들은 다 존나게 힘든 겁니다.
누가 못나서 그런게 아니란 말입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이 시스템이 엿같다는 겁니다.
이 썅놈의 나라는 너나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의 피를 한계까지 빨아먹고 있는 겁니다.
다들 어렴풋이 그걸 알고 있기에, 이 나라는 OECD 자살률 최고 국가, 출산률 최저 국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면 이렇게 토나오게 힘든 걸 아는데, 누가 자기의 예쁜 자식에게 이런 삶을 살라고 하고 싶겠습니까?
돈도 없는데 안 낳는게 낫지.
근로기준법이 준수되고, 인간다운 삶이 돈벌이보다 우선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 이 나라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로는 안됩니다.
그 노무현 대통령도 실패했습니다. (보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비폭력적인 방법으로는 기득권의 교묘한 방해 공작에 와해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때려 엎어야 됩니다.
다 때려 부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원칙과 정의를 세우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해야 합니다.
경제발전? 좆까라 그래.
사원들 피 빨아먹지 않으면 수익을 못낸다고 징징대는 기업 따위, 망해 없어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위에서, 이 나라를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 지옥불반도를 갈아 엎고 싶습니다.
지도자만을 기다립니다.
썰을 풀고나니 조금은 속이 시원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출처는 헬조선-
저의 경우에, 제 주변을 봐도 뭐 의사친구는 없지만,, 직장인친구들 보면은 대체로 맞는거 같습니다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않으면, 한 5년 이민준비해서 떠날생각도 하고 있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네요.
교육도 요새 교사들 학생 성추행이다 뭐다,,, 막장이고,,
그래도 여기서 살아보려고, 이 나라에선 과연 어떻게 살아야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될수 있을지 요새 생각해보고 있긴하지만,
뭐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에 복지정책이라는것이 있기는 한지,, 열심히 사시는 열분덜 힘내십시요. 하루하루 생각만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