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체육관 관장님이나 코치님은 여성 회원분들 스파링을 붙일 때, 따로 요구가 없으면 주로 남성 회원분들하고 붙여줘요.
말로는 여성 회원들의 기량 향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남자랑 붙이는게 맞아주기도 괜찮고(...) 좋거든요.
근데 그게 가능한게, 여성 회원분들 펀치는 남성 입장에서는 별로 안세니까요.
실제로 남성 회원분하고 붙는거랑 여성 회원분하고 붙는거랑은 느낌이 확 달라요.
저보다 경력 더 쌓인 남성 회원분하고 뛰면 움직임 따라가기도 힘들고, 맞든 막든 뼈까지 욱신거려요.
이거 제대로 꽃히면 스파링이어도 다운될 것 같은 쎄-한 느낌도 있고요.
근데 여성분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여성 회원분들은 저보다 경력 긴 분과 붙더라도 사실...그런 느낌 안와요.
테크닉이야 좋으시지만 일단 데미지가 너무 약하니...
여하튼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오늘도 어떤 여성 회원분과 살살 한번 뛰었는데 그분이 3라운드 중간까지 뛰고 나서 코치님께 뿌듯한 얼굴로
말하시더군요. 이젠 길거리에서 치한 만나도 내 몸 지킬 자신 있다고...
ㅡ_ㅡ;;;;;;;;;
코치님도 체육관 운영하는 입장인데 차마 뭐라 말은 못하시고...실전과 링 위는 다를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하라고만 하시더군요.
허허....저와 친한 분이었다면 뭐라고 해드리고 싶었네요...
사실 격투기 배우면서 그런 이유가 아주 없는 사람은 없겠죠. 체육관 홍보도 여성분들께는 대개 다이어트 + 호신으로 어필하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고요.
그리고 격투기가 실제 싸움에서 도움 되는 것도 맞아요. 일단 격렬한 운동으로 쌓이는 체력에 격투에 특화된 근육 단련, 기술 습득이되니
틀린건 아니에요.
근데 그게 최소한 비슷한 체격의 남자'여야만' 가능한 말인데...대개의 경우 남성의 체격은 여성보다 크니까 최악의 상황에선 문제가 될 것 같더군요.
아무리 근육을 기르고 테크닉을 익혀도 체급이 달라져버리면 낼 수 있는 힘이나 데미지 버티는게 달라요. 두체급 정도 차이가 나면 애초에
선수 기량과 관계없이 경기가 안된다는 말이 있죠.
근데 여성분들은 그걸 생각 못하시고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게 무섭더군요...차라리 호신용품을 쓰면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에서,
괜히 격투기 쓰시다가 안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도 되고요.
제 애인도 저랑 같이 복싱하기는 한데, 전 호신용 스프레이 하나 사주고, 뭔 일 있으면 먼저 도망가고, 그게 안되면 그거 먼저 쓰라고 늘 말합니다.
직접 주먹 뻗는건 최후의 상황에서만 하라고요...
물론 안좋은 상황에서, 격투기를 배운 것과 안배운 것은 천지차이겠죠. 저항하는데도 운동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의 차이는 클테고,
특히 단련된 펀치로 급소라도 한 방 갈긴다면 죽음이긴 할거에요.
다만 저한테 가끔 호신용으로 권투 어떻냐고 묻는 사람들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격투기가 만능은 아니라는 인식은 좀 퍼졌으면 좋겠어요. 격투기 협회나 체육관에서는 당연히 말 안하겠지만, 내 주먹에 자신이 있더라도 그건
비슷한 체격일 때 이야기고...호신용품 사용이나 차라리 하이힐로 내리치는게 더 나은 상황이라는게 있죠.
특히 요새 세상이 흉흉하니, 운동을 하건 안하건 호신용품은 늘 챙겨다니시는게 좋아요.
근데 써놓고 보니 여성분들께 기분나쁠 수도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그로 끌려고 쓴건 아니고...그냥 걱정이 좀 되어서 끄적여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