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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포획, 방사, 집 그리고 숨바꼭질
게시물ID : animal_58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우더화니
추천 : 14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3/08/13 01:41:33
안녕하세요. 

냥이 집사입니다. 

오늘도 역시 질문이 있어 이렇게 늦은 밤 글을 올립니다. 

얼마전 동게에 냥이가 없어졌는데, 어떻하면 찾을 수 있을지 글을 올렸더랬습니다. 


간략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지인이 이사하면서 주고 간 러시안블루 암컷 두마리를 사무실에서 키우기로 하고 

데려왔습니다. 

건물벽과 인테리어 벽 사이가 50cm정도되는 공간이 있었고 (물론 천장 역시 인테리어 마감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벽뒤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는 에어컨 호스구멍 밖에 없어서 

박스로 잘 테이핑까지 하여 막아 놨습니다만, 

한날 출근하니 모조리 뜯어내고 두마리 모두 행방을 감춘 뒤였습니다. 


몇 일뒤 벽뒤에서 자꾸 냐옹거려 간식으로 유인하여 한마리는 찾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라 눈에 익는 시간만 주어지면 애교도 잘 부리고 착한 아이입니다만, 

벽뒤의 한 아이는 부스럭하는 소리만 날뿐 한번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기를 한달째.. 

사무실을 이전해야 되서 노심초사.. 

간식으로 유인도 해보고 고무줄을 이용한 간단한 덫도 설치해봤으나 모두 fail..

이윽고.. 이삿날이 다가와 제 방 가구하나를 빼니 벽 뒤와 소통이 가능한 가로세로 30cm 정도되는 

문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벽 뒤로 전선공사를 위한 용도였을 듯 합니다. 

마지막이다 생각되어 MDF박스 뒷면을 부수고 그 구멍에 정확히 배치한다음 앞문은 고무줄로 당겨져 

나오기만 하면 자석에 박스문이 착 하고 닫히면 제 방에 갇혀 있게끔 설치를 했습니다. 

물론 탕비실 에어컨 공간은 물샐틈없이 테잎으로 모두 발라놓고 그곳을 유일한 출구로 만들어 놨구요. 


이튿날.. 

예상대로 문은 닫혔으나 필사적으로 MDF 박스를 뜯어내어 도망가 버렸습니다. 

다시... 전원까지 차단하여 불빛하나 없고 에어컨도 못켜는 사무실을 일부러 찾아가 

피스로 고정합니다.  분노의 드라이버질... 


이틀후 문만 닫혀있고 나오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시.. 셋팅.. 


또 다음날.. 다음날.. 이튿날.. 삼일 후.. 사일 후... 

반복.. 반복... 


이젠... 석고보드 벽 자체를 부수고..(저것이 과연 고양이가 맞는 것인가..)

도망갔네요..


그렇게.. 한달동안 사투를 벌인뒤.. 탕비실에 그렇게 단단히 막아놓은 박스들 모두 뜯어내고 나와서  덫 놓을때 쓰려고 한 

사료를 봉지째 탈취해 갑니다. 


사실.. 냥이를 참 오래 키웠고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지간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지만, 

걱정하는 마음 반.. 애증이라 믿고 싶은 살기가 반이었습니다.  잡히기만 해봐라... 기어코 널 ㅉㅣ..ㅡㅡ^

두마리를 처음 데리고 온 날 본 5분여가 전부이기에  정이란 것도 없었구요. 

또, 이사한 빈 사무실에 계속 드나드는 것도 주변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이고,

휴가도 못갈 지경으로 한가하지 못한 때에 매일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그냥.. 이젠 철수를 할까...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인분께 이런 상황을 토해내니.. 구청에서 무료로 덫을 빌려준다고 하네요. 

하... 이게 마지막이겠거니.. 전화를 해봅니다. 

그랬더니 모 동물병원에 연락하면 빌려준대서 위치확인하고 방문을 하여 덫을 빌립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더군요. 

1. 냥이가 잡히면 바로 병원에 연락해야 하구요. (꺼내면 안됨)

2. 병원에서 덫을 수거해서 냥이를 강제 TNR을 해야하구요. 

3. 잡았던 위치에서 방사를 해야 한답니다. 

??????????

다만,  냥이 집사가 양도를 원할 경우 잡았던 위치에서 입양이 가능하답니다. 

대신 그정도로 낯을 가리는 정도는 상태를 봐야하겠지만,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닌 듯 싶고

만약 그렇게 입양하여 집에 데려가도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네요. 

그래서 되도록 방사를 하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시네요. 


먼저... 이 경우는 길냥이의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요? 라고 되물었지만.. 

룰이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을땐 할 말이 없더군요. 

사실 저도 제가 냥이의 주인이라고 강력히 어필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없었던게 주요했겠지요.. 

'그냥.. 방사가... 더... 좋으려...나?... '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리에서는 회전되는데 "이 나쁜 놈아"를 외치는 마음은 브레이크를 잡느라.. 

이 더운 여름.. 땡볕아래서 커다란 덫을 들고 사무실까지 3km넘는 거리를 이 둘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별 느낌없이 걸었네요. 

'그냥 잡히면 집으로 데려오고 안 잡혔다 거짓을 말할까...'

어쩌지? 어쩌지?... 

그렇게 꿈속에서 까지 갈등중... 바로 다음날 건물 소장님이 새벽부터 전화하셔서 들뜬 목소리로.. 

"그 여우가 잡혔써어~~~" 를 연발하시네요. 저보다 좋아하십니다. 

비몽사몽에  "아. 그렇군요 잘됐군요.  그 아이는 냥이가 아니라 여우였군요. 그래서 힘이 쎘군요.. 네.."

그후로 몇분간.. 멍하니 천정을 바라봅니다... 

하아... 이틀동안은 지방에 있는터라.. 제가 못갑니다. 거짓을 말하기엔 좁은 덫안에 냥이의 탈을 쓴 여우는 못 버틸듯 하군요. 

동물병원에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삼일후.. 오늘. 0시가 지났으니 어제.

동물병원에 들렀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잘 회복중이라고 합니다. 

방사할때... 입양하실 거냐 물어봅니다. 

흡사.. 저희집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그 집을 다시 입찰 받을거냐 물어보는 듯한 

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크게 문제는 없는듯한데... 

워낙 낯을 가리고 두려움이 큰 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원 주인이었던 분이 나중에 해주셨던 부분이었는데

1년을 넘게 키우면서 책상서랍이나.. 장롱뒤에서 밥만 먹고 가버리는 아이었다고 하네요. 

본적이 몇번 없으신데 밥은 없어지니 잘 있나보다 하셨대요. ㅡㅡ;; 


처음 뵈었을때 제 눈에서 무엇인가를 읽은듯한 원장님은 방사에 촛점을 맞추시는데 

'아.. 내가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까? 밥만 없어지는 냥이 유령을?'

'아.. 똥은 장롱뒤에 오줌은 서랍안에 남겠구나.. 온 집이 달콤 쌉싸름하겠는걸? 껄껄껄....' 


... 

방사할때 냥이 등에 사료나 몇 줌해서 가방이나 매달아 줄까... ㅡ.,ㅡ




결론을 냈습니다. 


"키..울..께요... "

"힘드실텐데..."

"케이지 큰~거 하나 사서.."

"화장실 청소나 밥줄때 도망갈겁니다."

"도망 못가게... 방에 가두어 놓고.."

"그렇게 왜 키우게요.."

"얼굴 익힐때 까지만.. 겁이 없어질 때까지만.."

"그게 가능 할까요?"

"그럼... 저렇게 겁 많은 애가 밖에서는 머 먹고 산대요.."

"흠냐.. 좋을대로 하시죠.. 방사할때 연락할께요.."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냥이를 입양보내주신 원주인 분께도 죄송한 마음에 상황을 이야기 하였으나, 

그 아이가 좀 걱정이 되었었다 얘기하셨고 이미 마음에서 보냈으니 현집사가 알아서 하라고 하시네요. 


이 아이가 오면 이름은 유령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젠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냥이와 친해지는 법... 

예전에 베오베 글중에 10가지 인가 올려주신 분이 계셔서 스크랩 해놓고 그대로 잘 해보려 합니다. 

그 외에 케이지에서 얼마간 키워라.. 라던지

조금이라도 이런 케이스에 효험있다 경험있다 하시는 노하우 등이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댓글 갈무리 잘 하겠습니다. 

책임감없이 길바닥에 버리려 했던 제가 부끄럽고 후회될 수 있도록 

그 친구와 소중한 인연 나누었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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