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솔직히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든 건 우리아닙니까
게시물ID : sisa_6033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정투쟁
추천 : 13
조회수 : 548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5/07/18 16:23:49
옵션
  • 창작글
더 이상 나라꼴이 개판이라는 말은 새롭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 때문에 시국은 하수상하고, 정치현실은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나라에 희망이 느껴집니까? 저도 이 나라를 빨리 탈출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박근혜, 국정원, 이명박, 박정희, 콘크리트 지지층, 보수단체, 대기업, 새누리, (+자주 새정치까지), 등...
 
다 문제 많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물론 진보정당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얘네들도 무능하긴 마찬가지고, 대중을 향해 증오심만 키워온 것도 사실이니까요.
 
우리 말이 대부분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이것으로 충분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는 항상 절반만 이야기하는 걸까요.
 
사실 스스로 알고 있잖아요. 서로 얘기를 잘 안 해서 그럴 뿐...
 
나라꼴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장본인은 우리 자신 아닙니까?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던 삶이 있었습니다.
 
5-6년 전만 해도 무슨 일만 터지면, 광장에 이렇게들 모였거든요.
 
1155329507.jpg
 
그런데 지금은 다들 키보드 워리어가 되기 바쁩니다.
 
일만 터지만 개소말닭이 다 나오지만, 우리가 잘못이다! 라고 말하는 용기 있는 사람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최근 세월호 참사 집회는 그래도 대단했지만, 그것은 일회적일 뿐 지속되기 어렵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침울할까요. 사는 게 각박하고 힘드니까, 정치에 관심가질 여유가 없어서?
 
맞는 말인데요. 충분한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치현실을 마치 일기 예보보듯
 
'아 X, 내일 비가 오겠네."
'아 X, 유승민 사퇴하겠네.'
 
이런 식으로 마치 자연현상 보듯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어쩌다 '촛불'을 들기만 하면,
 
일베에선 '광우뻥' '좌좀' '선동꾼' '씹선비' '이중잣대'라는 키워드로 되돌립니다.
 
지난 세월호 참사 집회 때도, 그런 댓글은 수두룩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박하는 댓글들은, '일베X'이라고 간단히 규정하고 마무리해버리더군요.
 
그런데 정작 광우병 집회 당시 촛불의 의미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사람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저는 그걸 직면해야, 우리가 다시 광장에 나와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우병이 단순히 쇠고기에 대한 반대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어떤 정상국가(Normal Society)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수구 정치인들에 반감을 품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걸 뚜렷한 신념과 사상으로 조형해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건 당연히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가 큽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어떤 모습인지 말은 할 수 없네"
 
이런 식인거죠. 단지 '열망'으로만 존재하다가, 그것이 표출될 계기가 여럿있었는데...
 
그게 하필 '광우병'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광우병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고요.
 
그런데 광우병 이야기만 누가 건드리면, 민감하게 반응하기 일쑤고
 
여기 오유에서도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마치 '불문율'이 되버린 것처럼요.
 
우리는 그 시기를 결산하고, 그 때의 열망은 이어가되 이를 사상으로 조형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끔 일베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인터넷 문화를 분석하는 걸 전공으로 삼는데요. 전문적인 이야기를 이 글에서 쏟아내기는 어렵지만,
 
일베 애들 중에서도 과거에 '촛불'을 들었던 사실을 고백하는 애들이 많거든요.
 
여러분들도 디시가 과거에 촛불집회에 나왔을 정도로 진보적이기도 했다는 걸 기억하시는 분이 꽤 있을 겁니다.
 
디시가 일베의 조상뻘이라는 것도 잘 아실 거고요.
 
디시가 입장의 전환이 전면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건, 바로 광우병 때부터 입니다.
 
일베로 접어들면서, 돌이키기 힘든 강을 건너버린 거죠.
 
그래서 우리가 그걸 직면하고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과거 촛불 때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 힘듭니다.
 
우리는 이제 말해야 합니다.
 
촛불.jpg
 
당시 촛불은 분명 표현이 미숙했지만 그 열망이 중요했고,
 
2015년 촛불은 그 열망을 회복해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바라는 바를 조리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자기 신념이 뚜렷한 사람은 위기를 겪더라도, 쉽게쉽게 입장을 바꾸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기 신념이 뚜렷한 사람은 위기를 겪더라도, 쉽게쉽게 침체되고 인터넷 안으로만 침잠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뭉치지 못해서, 우리의 이런 침체가 '제2의 천성'처럼 된 것은 아닐까요.
 
제가 오늘 새벽에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과 관련해서, 시국선언문 한 장을 썼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추천(서명)을 부탁드렸습니다.
 
오유 커뮤니티 전체 명의로 나가진 못해도 '오유 회원 ㅇㅇㅇ인' 명의로, 시민참여 저널리즘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통해 알리겠다고 건의를 드렸죠.
 
저는 오마이뉴스에서 시민, 누리꾼들이 힘을합쳐 오피니언을 제기한다는 건 사회의 파장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무슨 교수 시국선언이니, 학술 4단체 시국선언이니, 대학생 시국선언이니 해서 온갖 먹물들 시국선언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누리꾼'이 시국선언을 한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고 정치인들에게 경고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 진보문화에 한 번 호되게 당했던, 보수 정권으로서는 트라우마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한 번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열망에서 시국선언문을 써봤습니다.
 
그런데 서명을 해주신 분은 다섯 분 정도밖에 안 되더군요.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습니다.
 
제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건의를 해달라고 했는데도 아무도 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마 읽지도 않은 분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제 시국선언문이 별 관심을 못받아서가 아닙니다.
 
시국선언문은 누구라도 쓸 수 있고, 시국선언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광장에 모여 연대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요. 제가 정말 실망했던 건 그 게시물에 어떤 분이 남긴 댓글 하나입니다.
 
"시국선언에 대한 사이트 전체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지 시국선언문부터 써와서 00명 이상 추천하면 오유인 00명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외부에 기고가 된다고요? 적당히 좀 합시다."
 
당연히, 공감대 형성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언제는 집단행동을 할 때, 누가 밥상을 차려와야 움직였지
 
먼저 밥상을 차리자고 말하면 힘을 합친 적이 있었습니까?
 
댓글 창에서 "이건 밥상을 차려야해(근데 니가차려)"하는 식의 댓글은 많았지만,
 
내가 나서서 밥상을 차려보겠노라고 한 사람은 멸종상태입니다.
 
그래서 밥상을 차려와서 밥상이 마음에 안 들면, 반찬을 다른 걸 내올 수도 있으니 건의를 해달라고 했는데
 
"적당히 좀 하라"고 합니다. 외부에 기고가 되고 말고는, 해당 언론 매체 편집부에서 판단할 일입니다.
 
외부에 기고가 성공해서 사회적 파장을 낳으면, 그것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성공하지 못해도, 우리가 연대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니 밑지는 일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좀 하라"고 합니다. 제가 오히려 여쭙고 싶습니다. "적당히 좀 쭈그려 앉아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유는 초고속 인터넷 망이 막 보급되던,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역사를 함께해온 전통있는 커뮤니티입니다.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고, 또 지나갔던 공간이고... 그래서 인터넷 공간과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애정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날이갈수록, 인터넷은 인간에 대한 애정수준이 격하된 사람들이 혐오문화를 전파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상호존칭'을 전통으로 지켜오며 인터넷 상호존중의 마지노선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꼭 상호존칭을 해야 상호존중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상징적인 보루의 의미가 강하니까요.
 
결국 우리의 상호존칭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우리의 훌륭한 '의례' 문화입니다.
 
그런 인터넷 공간이 점점 저열해지고, 이제는 국가 정보기관으로부터 '잠재적 적'으로 규정받고 심리전 대상이 되거나,
 
마치 원형감시감옥 판옵티콘처럼 감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더 이상 나서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 저도 잘 모르겠네요. 더 이상 연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인터넷에서 일어날 수 없다면...
 
그만 포기하고 제 실속 차리며 살아야하는 건 아닌지...
 
브이 포 벤데타.jpg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