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과거 제왕들이 선왕의 실록을 보지 않은 적이 없으니 나도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싶다!
아버지가 태조실록 안 본 것도 원래 하윤은 봐도 된다 했고 변계량은 안 된다 했는데,
그냥 변계량 얘기 따른 거 뿐이잖아.
마침 태종실록을 춘추관에서 편찬 마쳤으니 내가 한 번 검수해 보는 나쁘지 않을까?
맹사성,윤회,신장 등등등 : 오 전하. 말도 안 되는 소리. 제발 노노.
이미 우리가 제대로 다 검수했음요. 고칠 것도 없고 고칠 게 있다고 해도
왕님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근데 만약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태종실록 보면 후대 왕도 따라서 볼 거고
그럼 사관은 왕이 볼까 쫄아서 제대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 후세에 진실이 전달이 안 될 것이고 그럼 나라가 망하고 세상이 망하고~~
세종: 그래... 뭐 맞는 말이긴 하네 ㅠㅠ
7년 뒤...
세종 : 옛날 제왕들이 친히 전대 왕의 기록 본 적이 많았잖아. 당태종도 보려했는데!
당태종이야 당대의 일을 보려고 하니 주위 신하들이 못보게 한 거고,
난 내 이야기 보려는 것도 아니고, 울 아버지 일을 보려고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내가 아들로서 아버지의 훌륭한 업적을 알아야 나도 그걸 따라 왕노릇을 제대로 할 거 아니냐.
황희, 신개 등등: 당태종이 보려고 하자 저수량과 주자사가 뭐라 했냐면
'너님 혼자만 보면 상관없는데 당신 자손들도 너님보면 줄줄히 따라 볼 거 아님.
하다못해 사관이 좀만 왕의 기분에 안 맞는 기록을 하면 모가지 날라갈테고
그럼 전부다 제 몸 보전하느라 제대로 기록 안 할 거고, 제대로 기록 안 하면 후대에 대체 뭘 믿을 수 있겠슴둥.' 라고 했음요.
만약 왕님이 진짜 선대왕에게 본받으려 역사의 기록을 보려 한다면,
역대 다른 왕조의 사기가 널려있으니 그거 실컷 보며 본받으시고 태종실록은 보지 마셈.
지금 태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신하들이 상당수 멀쩡히 다 살아 있는데 님이 본다고 하면
그들 기분이 졸라 찝찝하지 않겠음?? 그니까 보지 마셈.
하니, 임금은 마침대 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세종!!
이틀 뒤 혹시나 아버지 태종이 태조실록을 열람한 적이 있나 없나 알아보도록
춘추관에 연락해서 알아봤는데.. 안타깝게도 없음 ㅠ.ㅠ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세종 51권 13년 3월 20일 (갑신) 2번째기사 / 《태종실록》을 보는 것에 대한 논의
세종 80권 20년 3월 2일 (병술) 4번째기사 / 임금이 《태종실록》을 보려 했으나 신하들이 반대하다
세종 80권 20년 3월 4일 (무자) 3번째기사 / 태종이 《태조실록》을 열람했는가를 상고하여 아뢰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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