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헤헤 역게는 처음 와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베스트에 올라온 역게나 관련 글들을 보면
"단군 신화는 우리 민족의 상고사를 신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일제가 조작한 것이다!"라는 주장이 가끔 보이더라구요.
제가 사학과는 아니지만 인문학도로서 평소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데
이런 주장을 보면 씁쓸해서 짧은 소견으로 몇줄 남깁니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건 기원전 4~5세기 정도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서양 최초의 역사서(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을거라 추정은 되지만 현재 알려진 최초의 역사서)인 헤로도토스의 역사나
동양의 경우 공자의 '춘추'가 이 시기에 발견됬죠.
그럼 그 이전의 인류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을까요?
아니죠, 인류의 역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조상들은 후손들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자신의 조상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줬죠.
그리고 그 후손들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이전의 조상들이 들은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들려줬을 거구요.
이렇게 이야기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고, 이것이 모여 지금까지 살아온 인류의 기록인 '역사'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전'의 장점이라면 끊임 없는 생명력이겠죠. 한 사람에서 여러 사람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구전은 그 맥이 쉽게 끊기지 않습니다.
이전의 조상부터 들어온 이야기를 자손들에게 해주는 것은 나이 많은 어른의 당연한 일이였죠.
현대를 사는 우리만 하더라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가 아주 친숙하잖아요.
다만 단점이라면... 이들에게는 자신이 듣고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역사'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 것은 말 그대로 이야기였고,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면서 보다 재밌고 신비하게 각색되었죠.
우리 주변에서도 내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전혀 다른 말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봤잖아요?
다만 이 경우에는 그 각색의 스케일이 훨씬 컸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신비, 그리고 고대 신앙과 결합되어
일종의 '신화'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거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역사가 '신화'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란겁니다.
고대인들은 신화라는 형태를 구전하면서 역사를 남겼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너무나 많을겁니다. 근대까지만 해도 신화로만 치부되었던 '일리아드'가 발굴을 통해 실존했던 역사란 것이 밝혀졌고,
구약성서 또한 신화와 결합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만 해도 전설 상의 왕조로만 여겨졌던 '은'이 실존했던 왕조임이 밝혀졌구요.
전세계 수많은 부족의 창세기나 탄생설화는 그 부족의 역사를 신화의 형태로 담고 있는겁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에요.
고조선이라는 고대 국가의 탄생을 신화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 시대에 기록을 통한 역사라는 개념은 없었을 테니까요.
일연이 말한 기원전 2333년이 정확한 연도는 아니겠지만 그 즈음 고조선이라는 국가의 형태가 나타났다고 본다면,
오히려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게 이상한 거 아닐까요?
그리고 현대의 학자들은 현재 남아있는 단군신화나 주몽, 박혁거세의 전기를 통해서 분석해내는 겁니다.
신화 속에 숨겨져있는 역사적 사실들을요.
일제 시대의 식민 사관과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드리고싶은 말씀은, 신화와 역사는 결코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대의 역사는 신화라는 형태를 통해 전승되어온 것이 일반적이며,
단군 신화에 대한 부정은 오히려 한민족의 뿌리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러분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지식으로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