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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안개8
게시물ID : panic_54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5
조회수 : 6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6 14:57:04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아...신발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그제서야 그 부적을 성의없이 받아 챙겼다는 사실에 후회가 밀려왔다.
여자의 얼굴이 내 머리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처럼 여자는 입을 쩌억 벌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소름끼치는 한기가 몰려왔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차근차근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이 와중에서도 내 두 손은 그 부적을 찾기 위해 좁은 통로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었다.
종이의 촉감.....
바지 주머니속의 오른손에 느껴지는 종이 촉감....
난 그것을 잡자마자 팔을 비틀어 그것을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여자에게 보였다.

"꺄~~~~~~~~~~~~~~악!!"

온몸의 털이 쭈삣서는 듯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함께 여자가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적막감.....

'무당이 날 한번 살려주는구나.'

나는 길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나는 건축도면에서 본 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몸을 이동했다.
그 어둠의 통로를 조금씩 지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를 전진한 걸까?
끝도 없어 보일 것 같은 좁은 통로의 끝자락이 보이는 듯 했다.
서서히 작은 빛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내 머릿속에 기억된 도면대로 진행했다면 저 곳이 바로 박형사가 말한 그들의 비밀창고다.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앞으로 전진했다.
입에 물고 있던 손전등마저 전원을 끄고, 그야말로 귀신처럼 다가섰다.
체크무늬처럼 환풍구 창살 사이로 빛줄기가 뻗어나왔다.

나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환풍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너무나 어두운 곳에서 봐서 밝아보였던 걸까, 창고 안은 생각보다 어두었다.
많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운송용 지게차도 한 대 보였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준비해온 손가락보다 짧은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환풍구 창살 사이로 간신히 손가락을 내밀고, 환풍구를 고정하고 있는 나사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했다.
쌓여진 상자를 디딤돌 삼아 나는 조금씩 발걸음을 아래로 내딛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대부분이 술상자들 뿐이었다.
그러나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보다도 작은 빨간색 딱지가 붙은 술상자였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손으로 들어 내부를 열어보았다.
알 수 없는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

[펜타닐(fentanyl)]

나는 그 옆의 술병을 열었다.
거기엔 귀에 익숙한 주사약들이 들어 있었다.

[염산페치딘(Pethidine Hydrochloride)]
[모르핀(Morphin)]

한 눈에 봐도 정상인 상황이 아니었다.
술상자 속에 들어있는 주사약이라니...

나는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모드로 그것들을 돌려가며 찍었다.
그러던 중 상자들이 쌓인 뒷편에 유난히 커 보이는 나무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것을 열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심스레 나무로 만든 뚜껑을 밀어냈다.
시큼한 소독약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검은 비닐 같은 것에 뭔가가 덮여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비닐을 벗겨냈다.
놀랍게도 그 간호사의 시체였다.
나무상자안에서 등을 기댄 채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혼령으로 나타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자의 사각진 곳에 머리를 옆으로 기댄 채, 다소곳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눈은 많이 졸린 듯한 표정을 짓고 물끄러미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에 큰 상처가 보였고, 얼굴로 흘러내린 피는 딱딱히 굳어버린 상태였다.

바로 그 때.....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곳을 찾았지만 개방된 그 곳에서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미친 짓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 여자가 들어있는 상자안으로 몸을 우겨넣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뚜껑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상자를 닫았다.
여자와 단둘이 있던 시간 중에 이렇게 공포스러운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무 상자의 틈 사이로 몇몇의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내부로 들어오자 서로 마주보며 2열로 줄을 서더니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뒤 이어 두목으로 보이는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졸개들 사이로 걸어 들어왔다.
적어도 40은 넘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모두들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윗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형사들이 왔다며?"

두목의 물음에 건장한 청년이 대답을 했다.

"네. 회장님."
"무슨 일이야?"

"저번 흑검 형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왔답니다."

"몇 번이나 왔다갔는데 왜 또 왔어? 마무리되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희 클럽에 대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두목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 그는 긴 연기를 내뿜었다.

"몇 놈 왔어?"

"두 놈은 형사고, 한 놈은 흑검형님이 죽은 자리에 같이 있던 놈입니다."

"흑검에게 전화했다는 놈?"

"네. 회장님."

"도대체 그 놈 정체가 뭐야? 경찰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아무리 뒷조사를 해 봐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저 꼴통 형사 놈들 어떡할거야? 빨리 내보내."

"현장 조사만 하고 간다길래..."

"아...이 새끼들 아무래도 냄새맡고 온 것 같은데...차에 집어 넣어서 한강으로 처박든가 해야지..이거 원"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오늘 밤 이 물건들 다른 창고로 옮겨. 형사놈들이 뭐라도 캐면 영장들고 여기까지 조사하러 나올거야."

"네. 회장님."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부르르 떨렸다.
여기 숨어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형사만큼 내 목숨의 값어치를 처줄것 같지 않았다.
두목은 연신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흑검새끼는 왜 지 애들과 싸우다 죽은거야?"

"......."

모두들 답을 내 놓지 못하자,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며 뒤로 돌아섰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어? 뭐야... 저건?"

두목이 개방된 환풍구를 본 것이다.

"젠장....."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땅히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중간보스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누군가에게 명령을 했다.

"야! 손전등 갖고 와봐!!"

그는 쌓여진 상자 위로 올라가 커다란 손전등으로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의 눈에 내가 쓸고 다닌 바닥의 흔적이 보였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신발...짭새새끼들....우릴 가지고 놀았어. 야!! 가서 담궈버려!!"

나는 서둘러 박형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들켰어요! 도망쳐요!!-

"야!! 너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들어왔나 확인해!!"

중간보스의 명령에 호리호리해 보이는 한 청년이 환풍구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 새끼들 잡아!!"

"예!! 형님!!"

졸개들은 떼거지로 달리는 발발굽 소리같은 구두소리를 내더니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두목과 그 중간 보스는 청년이 들어간 환풍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크아~~~~~~~~악!! 크아~~~악!! "

환풍구에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그 둘은 넋나간 모습으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중간보스 놈이 환풍구 안으로 몸을 우겨넣어 먼저 들어간 그 놈의 다리을 잡아당겼다.

"쿵!!"

환풍구에서 상자를 거쳐 다동그라지 듯이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떨어졌다.
얼굴이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몇 차례나 얼굴을 회칼로 그었는지, 이목구비가 제 위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오른손에 피로 젖은 회칼을 든 채 그는 마지막 숨을 몇 차례 헐떡거리고 있었다.
두목과 중간보스는 할 말을 잃고 경기를 일으키는 시체로부터 몸을 뒤로 물렀다.

"뭐...뭔 일이야? 이.. 이자식 왜 이래?"

공포에 질린 두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나는 바로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의 표정이 바뀌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빨을 살짝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당장이라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은 내 입을 간신히 틀어 막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피가 역류하는 듯 했다.
두목과 그의 중간보스는 서둘러 창고를 빠져 나갔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조용히 발을 내 딛고 나는 남자 시체가 있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아직도 숨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얼굴에서는 갈라진 틈 사이로 연신 붉은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피거품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 죽어가는 남자 위로 내 등 뒤에서 생성된 검은 그림자가 올라왔다.
모두 다 나간 게 아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재빨리 몸을 던져 그에게 달려 들었다.

"야~~ 강아지야!!!"

그의 복부를 감싸고 미친 듯이 밀어냈다.
그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자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중간 보스놈이었다.
나간 척 하고 나를 기다린 것이다.
나는 오른 주먹을 치켜 올려서 그에게 날렸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그 주먹을 피하더니 몸을 일으켜 세워 사정없는 발길질을 나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쥐새끼 같은 놈!!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고?"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그 놈에게 달려 들었다.
그 놈이 손에 무엇을 들고 나를 내리쳤는지 모르지만,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내 몸은 얼굴을 난자당한 그 흉측한 시체 위로 고꾸라졌다.
여기까지만 기억이 난다.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지금 난 어두운 밀실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옆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을 더듬거리며 그 정체를 확인했다.
만져지는 옷의 종류의 보아 박형사가 틀림없었다.

"박형사님...."

나는 간신히 새어나오는 숨소리로 그를 불렀다.

"박형사님...."

나는 주머니 속을 뒤지며, 작은 손전등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그 놈들이 다 털어간 것 같았다.
지갑, 휴대폰, 손전등 그 어느 것도 없었다.
나는 박형사의 주머니를 뒤졌다.
나와 같이 텅 빈 그의 주머니 속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라이터가 만져졌다.
나는 라이터를 켰다.

피범벅이 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던 박형사가 불빛의 자극으로 정신이 들었는지 몇 번의 기침을 토해내고는 눈을 떴다.
그 옆에 있는 강형사는 상황이 더 안 좋아 보였다.
오른쪽 팔이 3등분으로 꺽여 있는 것이 보였다.
팔이 부러진게 분명했다.
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숨은 끊어지지 않고 의식만 잃은 것 같았다.
그들을 모두 확인한 나는 주변을 살폈다.
두 평도 안되는 공간 속에 우리는 갇혀 있었다.
문으로 보이는 곳을 발로 힘껏 밀어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바닥이 유난히도 차겁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철로 만들어진 구조물 같았다.

"우린 이제 죽었네...."

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듯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강형사 좀 똑바로 눕혀줘."

박형사는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강형사가 체온을 잃지 않도록 그 웃옷을 덮어주었다.
나는 강형사의 꺽인 팔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자세를 바로 잡아 주었다.
그의 부러진 팔을 바로 잡는 동안 마치 내가 다친 듯 뼛속까지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강형사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숨소리처럼 새어 나왔다.
어느 정도 자세가 바로 잡혔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자리로 돌아와 벽에 등을 기댔다.
라이터를 끄자 그 방안은 다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다.

"넌 어떡하냐? 억울해서..."

박형사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요?"

"나야 죽으면 국립묘지에 묻히지만, 너는 기껏해야 동네 공동묘지 아니냐?"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는 모습으로 보아 박형사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놈들이 우리를 왜 안 죽인거죠?"

"좀 더 우리한테 정보를 뽑아낸 다음 죽이겠지.."

나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입을 다물었다.

"아....딸내미 시집가는 거는 보고 죽고 싶었는데...."

"딸이 몇 살인데요?"

"이제 10살인데, 엄마가 일찍 죽어서 지가 빨래도 하고, 밥도 알아서 해먹고 다니지....큭큭큭.."

무슨 서러움이 밀려오는지 그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흐느끼는 소리를 나는 아무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부디 좋은 놈 만나야 할텐데....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양아치같은 건달놈 만나면 큰 일인데...."

그 말에 나는 순간 움찔했다.

"그런 놈 걸리면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좇아가 죽여버릴거야."

그 딸내미의 미래의 배우자도 아닐텐데 나는 괜한 죄책감에 그를 달랬다.

"헤헤...그럴리가요? 좋은 사람 만나겠죠."

"그래야지.."

"그런데, 문자는 받았어요?"

"확인하고 문을 나섰는데 그 때 들이닥치더라구."

"무슨 형사가 깡패 새끼들 하나 못때려 잡아요?"

"훗...."

나의 푸념에 박형사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형사 한두 명이 깡패 수십명 때려 잡는거?...후후...그런 건 다 영화 속에나 있는 거란다.
깡패들 때려잡으려면 형사기동대, 기동타격대..다 출동하는거야.
누군 칼 맞으면 안 아픈 줄 아냐?
저 튼튼한 강형사도 그 놈들의 방망이 찜질에 팔이 부러진 것 아니냐.
그나저나 넌 한창 나이에 안 됐다. 괜히 형사 사건에 말려가지고..."

그의 말을 듣자 푸념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 놈의 귀신은 결정적일 때는 안 나타나네....."

"너 창고 안에서 뭐 봤냐?"

"엄청난 양의 주사약하고, 여자 시체 하나 봤어요."

"뭐? 여자 시체?"

"그 시체는 제가 전에 병원에서 봤던 그 귀신이였어요."

"그 놈 시체는 못 봤어? 깡패 놈들 몰살시킨..."

"없었어요. 그리고 그 놈이 느껴지지도 않았어요.
그 무당이 준 부적 때문인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그 놈이 어디로 갔던가, 아니면 묻힌 곳이 여기가 아닐 지 몰라요."

"결국 거기가 마약 창고 겸 살육의 장소였군."

"오늘밤.. 그것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어요."

"뭐? 오늘 밤?"

"그리고 유일한 증거인 제 핸드폰도 빼앗아 갔어요..."

더 이상 아무런 답안이 없었다.
우리 둘은 동시에 긴 한숨을 내뱉고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어둠 속이라 시간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난 건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당탕탕!!"

무엇인가 격렬하게 무너지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그러더니 갖은 욕설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새꺄!!"

"퍽!!"

몇 초 동안 그 소란이 진행된 후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 자식이 나타난 건 아닐까?
잠시 후 삐그덕 소리를 내며 철제 문이 열렸다.
강렬한 빛이 우리에게 쏟아졌고, 그 빛줄기 사이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 실루엣은 우리에게 말을 했다.
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

"살고 싶으면 묻지 말고 따라와..."

박형사와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강형사를 가리키며 그에게 외쳤다.

"이 사람 좀 도와줘요!!"

그의 SUV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어느 덧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갔음을 알게 되었다.

"당신 누구요?"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박형사가 그에게 물었다.
운동모자를 쓰고 운전에 여념이 없는 그 낯선 남자는 살짝 미소를 띄우더니 입을 열었다.

"박형사님...서운합니다. 제 목소리도 잊어먹고?"

"뭐? 당신 나 어떻게 알아?"

박형사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전화로만 들어서 잘 못알아듣나?"

그의 말에 갑자기 박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마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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