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힘들던 일도 다 추억이라지만, 저는 죽어도 고등학교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고2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갑자기 어릴 적부터 쭉 친했던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받았던 때거든요
이유는 지금까지도 모르겠어요
그 정도로 괴로웠으면 한 번쯤 미친 척이라도 대체 왜그러느냐고 뒤집어볼만도 했는데
그땐 지금보다도 어렸고 여렸고 혼자였기에 무섭기만 했던 것 같아요
죽을만큼 학교에 가기 싫던 날이 많았고 어떤 때엔 너무 속상해서 집에 오자마자 울기도 하고..
결국 엄마도 알게 되시고는 저보다도 더 속상해하시던 모습에 한번 더 울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서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어요
이유도 모른 채 따돌려지고 조롱당하다보니, 조금이라도 트집 잡힐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완벽하진 못해도 완전하려고 무진 애를 썼네요
공부도 더 열심히 했고 자기관리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요
우스갯 소리로나마 고맙다고 해야할지
결국 대학도 기대했던 것보다도 좋은 곳으로 가게됐고, 다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저는 그 이후로 식이장애가 생겼어요
꼭 그 일 탓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이런 트라우마 없이 보다 잘 견뎌내시는 분들도 계실테니까
그때 이후로 그렇게 맹목적으로 남들에게 잘 보이는데 집착아닌 집착을 하다보니
먹을 때면 죄책감이 들었어요 먹으면 살찔 것 같고 그럼 다들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일때는 늘 마음이 불편해요 먹는 것도 많이 자제하게 되고..
문제는 남들 눈에서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몰래 먹는다는 건데요 그러다보니 방학만 되면 스스로 컨트롤이 안되선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속은 속대로 버리고 살은 쪘다 빠졌다 쪘다 빠졌다 몸도 상하게 되네요
지난 학기엔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가있던 터라,
아무래도 집이라기엔 집이 아닌 곳이라 항상 긴장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항상은 아니여도 일상의 끈을 놓지 않을 정도로는 규칙적으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한국에 돌아와서 지내다보니 다시 반복이 돼요.
한 몇년을 반복하고 나니 이제 스스로 자제를 못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서
방학이면 더 바쁘게 지내려고 계절도 다니고 학원도 등록하고 했는데,
한차례 다 끝나고나니 스스로 집에 갇혀서 또 그 굴레를 돌고 있더라구요
카톡도 지워버렸어요 다른 사람들의 연락이 버겁기만 해서, 더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다 이제는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억지로억지로 자리를 털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도 하고 먹는 것도 조절하고
일부러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물론 방학이 끝나기 직전이든 언제든 정신은 차렸을 테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말이 길어졌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한창 자신만의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섭고 모든 게 최악인 것만 같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거에요
저같은 경우는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무기력하고 의욕도 없고 사람들 대하는 게 점점 무서워지거든요
게다가 점점 악순환으로 반복되서 정도는 심해져 현실이 너무 벅차게만 느껴져요
그치만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 걸음 내딛고 나면 다음은 훨씬 쉽더라구요.
또 매번 느끼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슬럼프일 땐, 스스로 만들어낸 늪에 빠져 모든 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졌던 거겠죠
지금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다시 흔들릴까봐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어서
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이렇게 혼자 끄적여봤네요
너무 길어서 읽으신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좋은하루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