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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오는 나의 동네 피자가게 지옥 전투 알바 이야기(신세한탄 多)
게시물ID : menbung_59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년백수연합
추천 : 1
조회수 : 10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1/25 15: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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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올해 32세 되는 근면 성실한 청년, 애증이 교차하는 나의 동네 피자가게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 보려 한다.

20살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귀어 본 여자친구 외에는 여자 손도 잡아 본 적이 읎거니와 앞으로도 읍을것을 나 스스로 확신하는 바에 음슴체로 가려 했으나 오그라들고 주책맞아 보일까봐 그냥 엄격근엄진지 궁서체로 가겠다. 이 글은 구라는 아니나 철저히 본인의 시각에서 작성됐으며 염세주의적이고 신세한탄과 자기비관으로 비춰질 내용이 많으니 부담스러우신 분은 읽다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면 되겠다.

 

평범하고 무던했던 날들의 이야기는 집어 치우고 오늘의 핵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나는 여타 사회초년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갖은 알바와 더불어 회사 생활, 노가다, 야간택배 상하차 등등을 포함해 안 해 본 일들이 거의 없다. 쪽잠을 자며 하루에 알바 4개를 뛰었던 기억도 1년 정도 남아 있다. 돈이 없었다기 보다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돈이야 있으면 좋은거고 모을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사회의 눈초리도 그랬다. "요즘 젊은애들은 쉬운 일 안 할라 그래." 그 말이 제일 싫었다. '요즘 애들은 이렇다 저렇다 우리 때는 안 그랬다.' 이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그래서 뭐라도 해 보고 싶어서 그랬다. 그래, 그게 한 4~5년 되었으니 27살쯤이 되었었겠지. 새벽 5시에 기상해서 번화가 상가쪽에 있는 빌딩 화장실 청소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약 2시간의 화장실 청소가 끝이 나면 인근 중학교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러 가야한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 하시는 이모들과 더불어 조리보조를 했으며 전동 카트를 끌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식사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식사시간이 끝난 후에는 설거지를 했으며 짬아저씨 노릇도 했다. 고단했던 두개의 노동이 끝나고 귀에 이어폰 꼽고 휘유 한숨 돌리며 버스타고 피시방에 파트타임 알바로 출근을 했다. 대학교 바로 앞에 있던 우리 피시방은 학생들이 라면 먹으러 단체로 놀러 오는 일명 라면 맛집이었다. 사장은 또 어찌나 깐깐하던지.. 그래 이제 피자집으로 출근을 한다. 문제의 그 피자집.

우리 동네 피자가게 지옥 전투 아르바이트. 그 끔찍했던 기억. 하지만 여전히 난 아직도 이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사장과 예의없는 진상 손님들.

남의 지갑에 있는 돈을 벌어 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지.

 

손님의 유형

1. 급발진형

아무런 이유도 없거나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 유형이다.

우리 동네 피자가게는 가격이 저렴해서 소스류나 피클 등은 따로 구매를 해야 하는 곳이다.

50 후반에서 60초반이나 되어 보어 보일까? 할아버지 손님이 들어온다.

피클이 없다고 개난장판 소란을 피운다. " 아니 내가 지금 만원짜리 피자를 샀는데 왜 피클을 안 줘!!!!"

"사장!!!!! 이런 x발!! 사장 나와!!!!!!!!!!!!" 다행히 자기 혼자 분을 삭이더니 나갔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이 할배는 아직도 한달에 한 번씩은 오는데 올 때 마다 피클은 돈 주고 사야 되냐며 꼭 한번씩 딴지를 건다.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주문 후 한 5분 기다리더니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어따!!! 시방 빨리 빨리 만들어 주소!! 내 성질 더러우니께!!!"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알바 경험이 소소했던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2. 묵언수행형

대학교 때 교수님이 그러셨지. 묵언수행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나 몸짓으로라도 의사소통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래 엄연히 말하면 묵언수행도 아니고 딱히 진상손님도 아니지만 내게는 참 까다롭고 기분 상하는 손님들이다.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웃고 낄낄 대면서 떠든다. 단지 주문을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으로  이거 저거 가리키기만 하고 뭐 더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봐도 긍정, 부정의 일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치즈 크러스트 추가는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원을 그린다.

우리 가게에 고정으로 오는 손님들 중에 4명 정도가 묵언주문을 하신다.

 

3. 귀마개형

묵언수행형과 언뜻 비슷하나 다르다. 나는 얼마전까지도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 지폐와 동전을 내던 현대문물에 아주 무던한 청학동이다.

처음에는 귀에 꼽고 다니는 저게 보청기인가? 싶었다. 요즘은 젊은 애들도 보청기를 끼고 다니나? 곧 그것이 무선 이어폰, 에어팟 이란걸 알게됐지.

이 분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어떨 때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동시에 주문을 하기도 한다. 물어봐도 들리질 않으니 자기 할 말만 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좁쌀만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딱히 진상은 아니나 기분이 많이 상하는 유형의 손님. 이어폰을 끼고 주문을 하더라도 대답을 잘 해 주면 아무런 문제 없이 괜찮다. 요즘은 대다수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다니더라.. 나도 하나 장만할까...?

 

4. 선택장애형

이건 뭐 딱히 설명 안 해도 될 듯 하다. 다만 정도가 지나친 손님들이 종종 있다.

"뭐가 제일 맛있어요?" "뭐가 제일 잘 나가요?"

충분히 상냥하게 응대 해 줄 수 있지. 그것 또한 알바의 마땅한 책무가 아니겠는가!!

"뭐가 제일 맛있어요?" " 예, 저희는 고구마피자가 제일 많이 나가요. 달달해서 어르신들도 애기들도 다 좋아해요."

"그 다음에는 뭐가 맛있어요?" " 음. 무난하게 드시려면 치즈피자나 슈퍼슈프림으로 드셔도 괜찮아요."

"그 다음에는 뭐가 맛있나요?" " 고기 좋아하시면 불고기피자나 소세지피자로 드셔 보세요."

"그 다음에 또 뭐 맛있어요?" 여기서 부터 슬 빡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두세번 더 응대 해 주다가 반복되는 질문에 뒤에 밀려드는 손님들.

한 아저씨는 나보고 약 2~30개 되는 피자의 메뉴들이 있는데 맛있고 많이 나가는 정도에 따라서 점수를 매겨 달란다.

"고구마 피자 몇점, 슈퍼슈프림 몇점, 이렇게 정확하게 고객에게 얘기를 해줘야 주문을 하지!!"

이런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면 나도 싫증을 내게되고 불친절 하게 변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아 그냥 피자는 다 맛있으니까 본인 입맛에 맞는 거를 찾아서 드세요!! 사람 입맛이 다 다른건데!!!"

 

5. 타임머신형

빨리빨리 어여 만들어서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피자는 오븐에 들어가는 시간이 있어 주문 후 최소 10분은 기다리셔야 한다.

그리고 항상 예상 조리시간을 손님들에게 공지를 한다. 기본 10분에서부터 주문이 많이 밀릴 때는 20분, 30분 까지도.

이 시간을 기다리지 못 하는 손님들이 은근히 꽤나 많다. 가장 충격적인 일은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주문을 받으면 포스에 주문 시간이 뜬다. 나는 15분 기다리실 것을 안내드렸다. 정확히 1분 23초? 24초 쯤 지났으려나.

"제거 안 나왔어요??"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동시에 내 뇌를 의심했다. 내가 뭘 잘못 본건가? 내가 머리가 어디 다친건가?

"방금 주문한 거 아니세요?" 아주머니는 한 3분쯤 지나더니 다시 카운터로 왔다.

"제거 왜 안 나와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라 말이 안 나오고 헛웃음이 다 나오더라.. 후에 알고보니 이 문제 때문에 사장과도 몇번 대판 싸웠다고..

장사 하시는 분들은 또 장사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기 때문에 서로 알고 이해하고 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다만 어떤 분들은 그 반대의 경우로 행동하는 유형도 있다. 옆집 족발집 사장은 항상 전화로 주문하는데..

"예, 15분 후에 오시면 되세요!!" 어김없이 6~7분 지나면 와서 아주 그냥 개지랄을 하신다.

"아니 15분 후에 오라며!!!" 포스에 찍힌 시간과 시계를 보여주며 7분이 지난 것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나도 처음엔 그냥 넘어갔지.. 근데 자꾸 반복되니 짜증이 나더라. 증거를 들이밀며 항변을 한다. 꿍시렁 꿍시렁 거리며 기다리다가 계산 할 때도

카드를 던진다. 족발 장사 하시는 분이 어째 이럴까. 이런 일은 내가 다른 데서 일 할 때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2시 이후에는 매장 음식판매가 불가했던 적이 있는데 근처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던 사장이 술에 얼큰하게 취해 오더니 

음식을 팔지 않는다고 아주 개지랄을 하고 가셨다. 안 팔 거면은 다 치워 놓으라고. 아시는 분이 왜 그럴까? 엿멕이려 그랬을까?

하여간 모를 일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고 좋은 손님들도 많았다. 복 많이 받으시라는 따뜻한 한마디, 슬며시 놓고 가는 초콜렛상자.

글 솜씨가 없어 다 적지 못 한 이야기도 있고 급하게 두서없이 주저리 주저리 쓰느라 읽기 많이 불편하시리라.

평생 안고 갈 우리들의 기억, 추억, 향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모두들, 자영업자분들, 공부하는 청년들, 일하는 알바생들, 직장인들, 외로운 어르신들..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그 날을 기약하며 모두 화이팅하고 제가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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