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그냥 여느 날 처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다만 다른 것은 동네에서 마신게 아니라,
서울에서 수원까지. 다시 수원에서 저희 동네(오산)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는 점?
뭐 다들 아시겠지만,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수원역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했어요.
이미 늦은 시각이라 날씨도 시원했구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귀에 이어폰 꼽고 노래 들으면서 버스를 탔어요.
뒷자리를 선호하는터라, 뒷 좌석에 앉고 노래 들으면서 갈 길 가는데
어느 순간 다섯 명 정도 되는 외국인들이 버스에 타더군요.
그리고는 앞 쪽 좌석에 나란히 앉았구요.
몇 분이 흘러, 자꾸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면서 저와 눈이 마주치는 거에요.
그리고서는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하다가 번갈아보면서 계속 쳐다보구요.
사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굳이 허리를 돌려가면서 까지 뒤를 쳐다본다는 것과 자꾸 눈을 마주친다는 것 때문에 점점 무서워졌어요.
거의 30여 분을 그렇게 버스에서 보냈네요.
그 많던 승객들은 어느 순간 하나 둘 씩 내리고, 제가 내릴 정류장도 가까워졌어요.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해서 문이 열릴 때,
혹시나 그 사람들도 우연히 같은 곳에서 내리는 걸까봐 먼저 내리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문이 닫힐 즈음 급하게 내렸어요.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들도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어요ㅜㅜ...
다행히 길거리에 사람이 몇 명 있어서, 일부러 갈 길 안가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갈 길 안 가고 그냥 저를 쳐다보기만 하네요ㅜㅜ...
이러다 정말 큰 일 날 것 같아서 무작정 편의점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손에 잡히는 거 아무거나 고르고, 뒤를 돌아봤는데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그 사람들...
역시나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저를 쳐다보기만 했어요.
편의점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으니까, 용기내서 그 사람들한테 얘기했어요.
왜 자꾸 따라 오시냐고. 그랬더니 못알아듣는 표정으로 일관하면서 쳐다봐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때는 오히려 화내면서 강하게 얘기하니까 그 사람이 도망갔었거든요.
그러나 이 경우는 도대체 이 인간들이 한국말을 알아듣는건지도 모르겠고, 전혀 상황 개선이 안되더라구요.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벌벌 떨면서 카운터의 알바생에게 도와달라고 얘기했고,
점포 안에 사장님이 계셔서 사장님이 절 창고(?) 쪽에 잠깐 안보이게 숨겨주시면서 달래주셨어요.
전후사정 얘기하고 잠시 쉬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들도 사라져 있었구요.
겨우 정신 차리고 바로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갔네요. 택시 타러 가는 3분 남짓한 그 길에서 뒤만 수십번 돌아봤어요.
택시에서 내리면서도 혹시나 쫓아올까 무섭더라구요.
물론, 제가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는 없었지만, 꼭 피해를 입어야만 그 상황이 위험하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오유님들도 꼭 !! 밤 길 조심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