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디오게네스’는 ‘탁월한 지혜를 통해서만 인간이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그러한 지혜는 ‘적게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설법했다. 이에 따라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술통을 집으로 삼아 생활했는데, 이러한 그의 가르침과 실천은 한편
으로는 기인으로서 취급 받았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세인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의 명성은 알렉산더 대왕에게까지 알려졌고, 이에 알렉산더는 신하를 시켜서 왕궁 초대
의사를 밝혔지만 디오게네스는 ‘관심 없음’의 입장을 밝힌다. 몇 차례 거부의사를 전해들은
알렉산더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고관대작들을 이끌고 디오게네스를 찾아간다. 마침 디오
게네스는 한가하게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에 알렉산더는 위세를 보이며 “난 제
국의 대왕인데 뭐든지 다해줄 수 있다. 무엇이 필요한가?”고 묻는다. 이에 디오게네스는
“필요한 것은 없으니 일광욕하게 그늘 만들지 말고 좀 비켜 달라.”청한다. 이 일화는 그가
일상과 권력이 제공하는 욕망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디오게네스의 무소유 정신은 철저했는데, 그의 유일한 재산이라야 물을 떠먹을 때 쓰는 표
주박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개가 물웅덩이에서 혀로 물을 먹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흉내 냈고, 혀만으로도 물을 먹을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 난 후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표주박을 버렸다고 한다. 하여 이때부터 디오게네스가 물먹는 모습이
‘개 같다’는 의미에서 세인들은 개‘견’자를 써서 견유학파의 시조로 칭했다.
디오게네스에 대한 다양한 일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는 대중의 시선에 초연함을 보이기
위해서 시장판에서 자위행위까지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명색이 거지인 디오게네스가 매 끼
니를 구걸해서 먹어야할 처지 이었음으로 그러한 퍼포먼스는 대중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
기에 충분했고, 이로 인해서 끼니를 때우기가 더욱 어려워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자위행위를 마친 디오게네스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을 향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배고픔도 이처럼 문질러서 해결할 수 있다면...”
실천과 하나로 이어졌던 그의 지혜는 세인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했는데, 그 후 수천 년에
걸쳐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다양한 후학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하나라도 더 갖고 높아지려는 멈출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이 스스로의 존립터전까지 망가트
리고 있는 시대. 그 암울한 현실조차 파악할 여력을 잃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더’ 그것을 채
우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는 작금의 시대. 그러한 ‘승자독식주의’로 무장한 인간 양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 대중소비사회 시스템과 이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배양되는 인간의 시대.
이 야만의 시대에 디오게네스의 삶은 세상을 보는 ‘지혜’와 그것을 ‘실천하는 용기’, 그 어떤
일상의 유혹과 권력에 의해서도 제한받지 않는 ‘자유’를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당신이 표주박 까지는 버릴 용기는 없겠지만, 다만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스마트폰, 컴퓨
터, 집, 직장 중에 단 하나만이라도 버릴 ‘사소한’ 용기를 실천할 수 있다면... 2500년 전,
그리스의 시장판을 전전하며, 굶주림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설법하던 노인의 생은
보람을 얻으리라.
그는 90이 되어 스스로 숨을 멈춰 죽을 때 자신의 유해를 땅에 묻지 말고 맹수들의 먹잇감
으로 던져주라고 유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