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만큼이나 정상을 지키는게 어렵다는 의미다.
올시즌 두산과 SK가 나란히 처한 상황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황금기를 누리던 두 팀이 추락하고 있다. 10일 현재 두산은 25승1무27패로 6위, SK는 22승1무26패로 7위다.
사실 두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트렌드를 주도한 빅2였다. 두팀이 만난 2007·2008시즌 한국시리즈와 2009시즌 플레이오프는 진짜 라이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명승부로 기억되곤 한다.
두 팀은 여전히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야구 전문가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FA 홍성흔을 다시 불러들인 두산을 삼성·KIA와 함께 3강 전력으로 구분했다. 앞서 두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SK도 전력 누수가 적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이 4강 후보로 꼽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든 팀이다. 모두가 어렵다는 상황에서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저력을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개막 후 약 두달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강팀다운 경기력이 안나온다. 좀처럼 반전 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추세라면 4강도 장담하기 어렵다는게 현장 분위기다. 두산은 5월 마지막 주 휴식기와 함께 전력을 추스리면서 중위권 도약을 노렸는데 당시 흐름이 좋지 않았던 첫 상대 롯데에 싹쓸이 패배를 시작으로 이후 홈 넥센전, 원정 LG전에서 위닝시리즈(1승2패)를 내줬다. 지난 주말 삼성과의 대구 원정에서도 내리 3연패했다. 5연패에 빠진 두산의 순위는 3위에서 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SK 역시 지난주 4일 휴식 후 8위 NC, 9위 한화를 연달아 만나는 ‘행운의 일정’을 맞고도 2승4패로 고개를 숙였다.
공교롭게도 두팀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준수한 선발 로테이션을 갖췄으나 불안한 불펜진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8차례, SK는 7차례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벌떼 불펜진을 운용하던 두산은 홍상삼을 고정 마무리로 불펜을 정비했지만 홍상삼이 지난 7·8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이어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다. SK는 의존도가 높아진 마무리 박희수가 지난 9일 홈 한화전에서 무너지면서 여전히 불펜 고민을 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때 불펜 왕국으로 불렸던 두산과 SK의 불펜 방어율은 각각 4.56과 5.04로 실망스럽다.
타선의 꽉 막힌 득점 변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야구에서 공격은 흐름 싸움이다. 상대가 쫓아올 타이밍에 도망갈 점수가 나와야 하고, 도망가지 못할 때는 추격하는 점수가 필요하다. 두팀의 강점은 필요한 점수를 뽑아내는 타선 집중력에 있었지만 올해는 계속 엇박자다. 득점권 타율은 두산이 2할7푼7리, SK가 2할6푼1리지만 여기에도 허수가 많다. 실제로 두산은 각종 공격지표에서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음에도 잔루가 많아 득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의 무기력증을 보여주는 기록은 또 있다. 7회까지 뒤진 상황일 때 두산은 승률이 0(1무23패), SK는 1승(20패) 뿐이다.
양팀의 부진은 라이벌전을 주도한 베테랑의 슬럼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두산은 김동주·손시헌·김선우 등이 슬럼프에 빠진 상태이고,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우·정재훈 등도 아직 예전 기량과는 거리가 있다. SK에서는 박정권·박재상·김강민 등이 극심한 빈타에 허덕이면서 좀처럼 공격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시즌을 절반도 채 치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위권 싸움도 혼전 양상으로 전개된 탓에 4강 싸움에서 멀어지지도 않았다. 4강과는 두산이 2경기, SK가 3경기 차다.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거리다.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빠른 전환점이 필요하다. 벼랑 끝 두산과 SK는 11일 잠실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벌인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의 리더십도 부상과 부진이 겹친 최대의 위기 상황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두산은 신예 이정호를, SK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워 반전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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