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재인 죽이기'에 참여한 사람들과 문재인 의원의 주장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양측은 국정원 대선공작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문재인을 공격하는 이들은 이 문제를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권력투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국정원 대선공작 사건을 박근혜 정부 정통성의 문제로 바라보고,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보수언론도 그랬고, 민주당 내 반문재인 세력도 그랬으며, 문재인 지지자들도 그랬다. 오직 문재인 의원만 그렇지 않았다.
만일, 문재인 의원이 지지자들과 같은 관점, 즉 이기는 선거를 빼앗겼다고 접근했더라면 대처방식이 어떠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국정원 대선공작과 박근혜 캠프와의 연계 여부, 특히 박근혜 후보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 집중 공격하고, 무엇보다 가장 약한 고리인 12월 16일 TV토론과 허위수사 발표의 진상규명에 정치력을 집중했을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의원이 국정원 대선공작 사건을 권력투쟁의 관점, 박근혜 정부 정통성과 관련하여 접근한다면, 가장 취약한 고리가 바로 12월 16일의 TV토론과 허위수사 발표다. 가히 '12·16 선거쿠데타'라고 부를 만한 이날 사건에 대해 집중 추궁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관련기사 :
"국정원 국정조사, 박 대통령도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은 국정원 대선공작 사건을 다르게 바라봤다. 권력투쟁의 관점,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의 문제로 이 사건을 바라보지 않았고, 그로 인해 훼손되고, 짓밟힌 것들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봤다.
이처럼 문재인 의원은 자신의 대선 승리가 빼앗겼다는 것을 강조하여 이후 정치적 포석으로 삼기보다는 민주주의 회복, 10·4 공동선언의 성과와 민주정부의 명예를 되살리고자 했다. 정치인에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문재인 의원이 진정으로 권력의지보다는 공동선을 우선시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야말로 정치인 문재인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연 어느 정치인이 문재인 의원처럼 무욕(無慾)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바로 이 점을 문재인 의원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무욕(無慾)의 리더십이 문재인의 매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의 무차별적인 '문재인 죽이기'를 극복하고, 민주진보진영의 위기를 돌파해내기 위해서는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랜 세월 군사독재의 탄압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이뤄낸 원동력이 권력의지에서 나왔듯이 권력의지가 강해야만 지금의 민주진보진영의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다. 민주주의 회복, 남북평화 정착, 복지국가 구현과 같은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