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반란은 박정희가 술을 상당량 마시고 지휘한 '취중 쿠데타'였다. 거사 시점으로 잡은 5월16일 0시가 되기 2시간 전 준비상황에 차질이 생기자 그는 청진동 술집에서 막걸리를 서너 대접이나 마셨다.
이로 인해 박정희는 거의 만취상태였으며 당시 전화 통화한 장도영이 그의 발음에서 취기를 느낄 정도였다. 장도영은 박정희에게 "박 장군, 지금 취한 것 같은데 그만 들어가고 내일 얘기하자"고 말했다. 쿠데타라고 해도 주모자가 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거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 초조감과 스트레스를 술로 달래는 행태였다.
그것은 '구국의 결단'이나 '역사적 혁명'을 감행하고자 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될 수 없었다. 이른바'구국의 혁명'이라는 주장과는 턱 없이 거리가 멀었다.
반란군 차질 빚자 청진동 술집에서 막걸리 세 사발 들이켜
"대포나 한 잔 하면서 생각해 봅시다."
박정희가 앞서고 장경순과 한웅진이 뒤 따라서 세 장성은 청진동 골목의 한 대폿집으로 들어갔다. 막걸리 술상이 나오자 박정희는 다른 두 사람을 상관하지 않고 자작으로 연거푸 세 대접이나 들이켰다. 술이 아니라 마치 냉수를 마시는 것 같았다.
밤 11시30분, 청진동 대폿집.
박정희는 취했다. 취하자 그의 사고력이 한골수로만 파고 들었다. "쿠데타를 꿈 꾸어 오기 10년, 이제 거사하려는 마당에 탄로났다고 해서 내가 여기 앉아서 대폿잔이나 기울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마침내 박정희는 결심을 했다. 취기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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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를 에워쌌던 장교들도 모두 그의 뒤를 따라 부사령관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박정희의 거동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입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역겨워할 정도로 심하게 술냄새가 풍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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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은 1961년 5월16일 이렇게 청진동 술집에서 시작해 79년 10월26일 궁정동 비밀술집에서 막을 내린 셈이다. 10.26 박정희 살해사건도 중앙정보부가 관리하는 궁정동 안가의 비밀연회장에서 벌어졌다. 박정희와 그의 최측근 권력자들이 함께 위스키를 마시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