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id #283 categorized under 레이니로그/세상 바라보기 & written by 레이니돌 오늘자(8월 13일 수요일) 경향신문 1면에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낸 '건국 60년 국민 대축제'라는 광고가 실려있었다. 위대한 국민, 기적의 역사라는 기치 아래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전야제와 광복절 및 건국 60년 중앙경축식,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60년 큰울림 한강축제 같은 것들에 대한 간단한 내용 소개와 일시, 장소 등이 소개된 그런 광고였다. 솔직히 처음 이 광고를 봤을 때에는 뭐랄까, 경향신문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들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의 '건국 60년'이라는 표현을 경계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들이 이런 '위험한' 광고를 내놓다니, "경향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에서부터 "돈이 궁하긴 궁했나보다"라는 생각까지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경향신문의 이러한 태도 변화(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아래와 같은 기사와 기고, 사설만을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다. 아래의 것들을 읽고 있노라면 자꾸만 '변절자'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그저 씁쓸한 따름이다. 정부 “건국축제 준비”… 혼란스러운 광복절 - 경향신문, 8월 12일자 [기고]역사 축소·왜곡하는 ‘건국60년’ - 경향신문, 8월 11일자 [사설]광복절도 ‘건국절’로 밀어붙이려 하나 - 경향신문, 8월 4일자 경향신문이 오늘자 1면에서는 건국 60년 기념행사를 광고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의 '건국 60년'이라는 표현은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어야 옳다"며 시리즈 기사까지 내보냈던 그들이다. 그리고 그 시리즈 기사는 오늘자 신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1면에는 건국 60년 행사에 대한 광고를 머금은 채로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경향이라도 별 수 있겠느냐. 이런 광고, 저런 광고 다 거절하면 경향더러 죽으란 소리다. 당신들이 언제 경향에 돈 보태준 적 있느냐"는 목소리가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건 억지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논리다. 애초에 돈이 아쉬웠다면 지금껏 촛불을 끌어안으며 보여줬던 그 모습은 죄다 위선이나 그 비슷한 따위였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미국육류수출협회의 10억원짜리 광고를 거절한 한겨레가 떠오르는 것은 도무지 어쩔 수가 없다. 한겨레를 믿고 40여 차례의 광고와 신문 구독으로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의 기대를 져버릴 수가 없었다는 그들. 그러면서도 악화된 경영 여건에 "정말 놓치기 아쉬운 돈"이었다며 한숨을 내쉬는 한겨레를 보며 나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더랬다. 믿음을 팽개치지 않은 그 단호한 결단에 대한 고마움이었고, 신문 구독과 지인들을 통한 구독 권유로도 채워줄 수 없는 그들의 빈약한 재정 상태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만약 경향신문이 이러한 이유로 건국 60년과 '타협'을 한 것이라면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끌어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할 말은 그것 뿐이다.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다. 다만, 오늘자 경향신문 1면의 광국 60년 광고에 이어 17면에 실린 기사 하나가 내 머릿속을 혼란케 할 따름이다. 정부 “건국축제 준비”… 혼란스러운 광복절 - 경향신문,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