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호전되었다 싶을 때 커다란 한 덩이씩 마주한다 그 덩이들은 내가 호전된 만큼보다 더 큰 것들이어서 나는 늘 새로운 불안에 또 마주한다
나는 지금 치료 중인데 나중에 이것마저 소용없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가능성에 대한 기우 같은 것
지금까지 잘해 온 만큼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확신이 보다 타당하지만 나에게는 확신이라는 말보다 불신이라는 말이 아직 가까우므로
조금 버겁다 힘이 든다
머리가 아프다
까먹지 말아야지 웃으며 날 반겨주는 진료실의 교수님과 또 무엇이 ㅇㅇ씨의 머리를 아프게 하냐는 든든한 농담까지
그리고 늘 자신없어 하는 나에게 나 자신보다 더 나를 믿어주신다
나는 나라서 잘 모르는데 잘 살아서 나왔다고 늘 칭찬해 주신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넘치게 대단한 거라고 그 말씀이 또 무너지려 하는 나에게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되어준다
나는 나를 조금 더 믿어도 되고 하는 아직은 투명에 가까운 확신 같은 것들이 꼬물꼬물
오늘은 헬스장에서 또 좋은 일이 있었다 머리 아프고 울고 이것저것 해도 그냥 들어오지 않고 샤워라도 하고 온 것이 다행이다
나는 항상 수건을 한 장만 써서 오늘도 역시 한 장을 들고 들어갔는데 빈 자리가 딱 하나 있었고 그곳 물건 올리는 거치대는 파손되어 물을 축이는 용도 외로는 아무도 쓸 수 없는 자리처럼 보였다 나는 딱히 거치대가 필요한 건 아니고 걸이만 있으면 되는 파우치를 가져다니기 때문에 수건 거는 곳에 항상 같이 거는데 그 자리엔 이미 수건 하나가 걸려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은 없고 수건만 있고 세제 같은 것도 없기에 누가 안 치우고 갔나보다 싶어서 바깥 수건 수거함에 넣어두고 다시 자리로 와 씻고 있는데 그 수건 걸어둔 사람이 내가 가져온 수건을 가기키며 여기 있던 수건이냐며 묻는다
아니라고 했고 여기 있던 건 주인 없는 수건 같아 수거함에 넣었다고 하니 자기가 자리를 옮기면서 미처 못 옮겼는데 하며 난처해 하시길래 그냥 이거 쓰시라고 가져왔던 수건을 내밀었다
대충 털고 가면 된다고 드리니 아까 수건을 같이 옮긴다는 게... 하시며 자리로 가셨다
샤워가 끝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물이 안 털어져 바닥에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물기만 짜내고 털고 있었더니 바로 옆 거울에 서계시던 분이
수건 없죠? 하시며 잠시만 기다려요 하셨다 놀라서 쳐다보니 아까 다 들었다고 새거 하나 있으니 줄게요 잠시 있어요 하신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수건이 없어요? 하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그분 남는 새 수건 하나를 얻어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