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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5900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퀏클
추천 : 2/2
조회수 : 2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30 00:29:23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때 일베를 했었습니다. 그랬을 정도로 대한민국 진보진영에 혐오감이 깊습니다. (사실상 진보라는 단어를 잘 안 쓰려 합니다. 보수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으로 고착화되어 '마치 이 사회에서 영구히 사라져야 할 수구꼴통' 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유게시판을 돌아보니 이러한 논조의 게시글, 댓글이 꽤 되는것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습니다.) 극단적인 정치논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게 작년이었으니까 제가 인터넷 게시판상에 돌아온것도 거의 일년 가까이 되네요. 여러분께 말하고 싶고 듣고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생각했던건 무지 많은데 또 막상 적으려니 횡설수설 기억도 안나고 힘듭니다. 지금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제가 일상에서 마주하지 않는 수많은 얼굴들을 대면하며 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두렵고, 한편으로는 높임말을 써가면서 차분히 이야기한다는 것에 기쁩니다.(일베1충이라 믿기 힘드실지 몰라도 존댓말이 더 편안합니다. 서로를 존중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 의식도 생겨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서론이 길지만 부디 양해부탁드립니다(이해를 강요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대한민국의 보수에서도 진보에서도 모두 도망치고싶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모든 사건들, 일베에서의 일들이 현재 여론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입니다. 따라서 저는 아직까지도 극심한 혼란을 겪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봐도 늘 생각하던 정치적, 윤리적 해이를 떠올리면 소름이 끼쳐서 잠에 못 듭니다. 때문에 정치현실에서도 눈을 감고 살았으나, 진정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더이상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 여러분들께 왔습니다. 몇 문장 적으면서 바뀐 지금의 기분은 제가 상상하던 그릇된 민의(民意)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두려움입니다. 두려움 자체는 긍정적이라지만(지도자 윤리의 핵심이 바로 국민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된 지도자는 타인이 보일 때나 보이지 않을때나 그 행동이 어떻게 평가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노심초사해야하기 때문입니다.)이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마치 진보를 가장한 권위주의 볼셰비즘 집단이나(이게 실제 경험입니다. 정말로 겪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그토록 혐오하는 좀비같은 군중들(그러니까 좌좀 말이지요)이 우글거리는 생지옥일까 하는 걱정입니다. 솔직한 마음이 이렇습니다만 진심으로 여러분께서 기분나빠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인간 개개인을 상처입히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기록하는것은 제가 쓰는 이 글이 한 개인의 '기록'자체로서 여러분들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천천히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우선 저희 집안의 정치구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어머님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환경운동와 여성운동을 병행하셨습니다. 말하자면 페미니즘과 자연주의의 결합쯤 됩니다(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을 아시는 분이 계시나요? 바로 그런 사상에 동조했습니다). 학력은 고졸이었으나 제가 어렸을때 대학에 입학해서 학사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아버지쪽은 중졸학력에 전형적인 블루칼라 노동자였습니다. 성격이 매우 단순하며 권위주의적입니다. 본래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노무현 정권 이후부터 보수화 되었습니다.(이러한 386세대의 보수화를 저는 '신 보수주의'라고 부릅니다. 기회가 있다면 후술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바가 있다면 그것이 맞습니다. 우리 집은 가정불화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특히 명절때면 맏아들로서 부모님을 모셔들여 제사를 지내려는 아버지와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어머니가 거의 매년마다 싸웠습니다. 제가 성장해나가면서 이런 싸움은 차츰 잦아들었지만 요즘도 다툼의 불씨가 여기저기 남아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어렸을때부터 어머니 의사로 시위현장에 자주 끌려나갔습니다(이 때의 기억이 제가 한국식 진보에 가지는 극도의 거부감에 일조했습니다).
 중학교때 저는 아무 생각없는 요즘의 10대가 그렇듯 '깨시민'처럼 행동했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여당을 비난하고, 모든 정보에 쉽게 노출되어 선동에 이용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때를 기억해보면 무섭습니다. 아무런 비판의식 없는 진보성향의 교육 역시 두렵기는 일베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이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옵니다.) 특히나 아무 근거없는 반미의식과 친일 프레임, 일베의 종북 프레임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와서 일베를 시작했고, 저는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가진 모든 의문들에 대해 '종북'과 '폭동'프레임으로 설명 가능한게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당시 일베는 대선의 혼란속에서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세력이 넓어지고 있었습니다. 욕 먹을 각오하고 들어간 집단에서 단시간에 편안한 마음을 느낀게 처음도 처음이라지만 매우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처음 찾아간곳이 '정게'라고 불리는 정치 게시판(일베 내부에서도 모든 욕을 다 먹었습니다. 나름의 자정작용이라는게 여기선 안 통합니다.)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곳의 노인들이 '항상 중심을 가져라' '여기처럼 극단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라고 제게 충고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안 갈 일입니다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여러분 주변에 있는 일베유저들이 '그 곳이 변해서 나왔다'면 십중팔구 위와 같은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본래 일베는 '일부심'이라 하여 넷상에서 찌질거리는 행위나 '애국보수'를 자처하는것을 극도로 혐오했습니다. (지금도 고민게시판이나 잡담게시판과 같은 '완전 익명'환경에서는 일베의 이중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자주 나옵니다.) 식민사관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갔을때는 단순한 국가 문화정책 (김치 강요, 저열한 K-pop)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지금 일베도 일본 이야기가 나오면 조롱조의 비난이 가장 먼저입니다. 오유나 타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일베의 일본 찬양은 극소수입니다(특히 위안부 여성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몇몇 관종들이 위안부 관련 드립을 치면 곧바로 매장당합니다. 일베 내에서도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에 대한 수용이 형성되어있습니다). 제 기억으론 전부 사실이지만 제 기억이 항상 옳은건 아니겠지요. 따라서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모습은 그게 끝이였고, 그 이후로는 완전한 파시즘 그 자체였습니다. 여러분께서 진정 민주주의를 생각하신다면 파시즘에 대한 공포를 느끼시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가장 와닿을 것이라 예상하고, 또 그렇게 표현하는것이 맞다고 느낍니다. 저는 그 안에 있으면서 완전한 파시스트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일베에서 했던 일들을 적어보겠습니다.


1, 게임 닉네임이 19800518 이었음

 (광주사태 희화화를 목적으로 함. '광주 사태'라는 말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다. 저는 광주의 일이 폭동으로 비하될 일은 아니지만, 민주화 운동도 아닌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로는 과도한 폭력성과 당시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에 대해 무지했던 점을 꼽겠습니다. 다만 북한 공작원이 침투했다는 이야기는 순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부족한 주장은 제가 공부에 게으른 탓이니 추후에 어떤 입장을 취하건 명백한 사실만을 배우고 판단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이 글을 올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고, 잘못 알던 사실이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중심을 갖추고 싶기 때문입니다.)

2.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사진 보유

 (희화화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기지만, 일베 밖의 온,오프라인 상에서 보여내는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 유저들의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밖에서 누군가에게 희화화를 한 기억은 없지만, 분명히 일상 속에서 '운지'와 같은 명예훼손적 언동이 있었을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서 상당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파시즘의 진정한 공포란 바로 이것입니다. 이성이 마비되어 추후에 기억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가 '그것이 이러이러해서 잘못된 행동'이라면 즉시 이단으로 여기고 배척합니다. 그렇게 과오가 하나 둘 늘어가며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도록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사회보편적 원리로서 논증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개인적 경험이 이렇다는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전라도 비하발언

 (인격이 끝장났다는 고통을 느낍니다. 여러분, 만약에 인간말종이 고통을 호소한다면 그 고통은 고통으로 여겨지지 않겠지요. 또한 어떠한 면에서 그것은 당연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선을 넘은 느낌과 그것에 상처입은 개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것은 굉장한 고통이라고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저는 일베에서의 좋은 인상들을 아직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위의 것들을 포함하여 도저히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느낍니다. 제 행동과 사유에 대한 변호가 불가능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막장이 되었나 스스로 되짚어볼때는 이미 늦은 일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자아에 금이 간 것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제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가운데에 넘어서는 안됐을 커다란 협곡이 느껴집니다. 더 이상은 해명하지 않겠습니다.)
 

이후로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라도 비하발언으로 주변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힌 이후 충격이 왔습니다. 당시가 여름이었는데 저는 그 때 깨진 선풍기와 남은 그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충격을 받자 비로소 주변 상황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때부터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 일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주변의 일베유저를 만류하는것이 전부입니다. 극단적 정치논리가 불러오는 공포란 정말로 무시무시합니다. 혹여나 진보진영의 문제점을 통감하시더라도 그 대안으로 일베는 선택하지 마세요. 그럴 분이야 없겠지만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이러한 과오뿐이 아니라 제가 더욱 충격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작년 이맘때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건입니다. 이곳의 여론이 세월호 자작극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광화문의 시위로 인해 통학이 매우 불편해졌다는 사실 말고는 제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습니다만, 이 참사 직후 주변 일베유저의 반응(일베가 아닌 일반 학생들마저) 경악스러웠습니다. 정말로 한치의 고민도 없이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조롱섞인 농담을 하는데 (여기서 받은 충격이 엄청났습니다. 후술하겠습니다. 일베를 욕하는 학생도 일베유저도 모두 함께였습니다.) 정말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어감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당시의 교실 분위기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극단적 정치논리에 휩싸여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습니다. 더불어 여러분들께 충격적인 몇가지 사실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베가 아닌 오프라인에서 일베만큼이나 망가진 사회현실을 목도한 경험입니다. 일베에서의 행적을 변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일베에서 나온 작년 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병든 사회를 목격했습니다. 거듭 강조하자면 그것 또한 저의 만성불안을 자극하는데 일조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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