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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게시물ID : humorbest_589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쓰는공대생
추천 : 26
조회수 : 48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19 18:18: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19 12:21:00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 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


심훈님의 詩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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