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 전국 연석회의 공동결의문
우리들은 국정원의 정치공작과 대선개입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자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여러 부문과 일터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시국선언과 촛불집회, 그 밖에 다양한 풀뿌리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시민과 사회단체들입니다.
전국연석회의에 참여한 우리는 이 사건이 국정원이 특정 정파의 입장에 서서 적군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사건으로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과 국민의 주권, 그리고 이를 명시한 헌법에 대한 중대한 공격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면 시민의 자유도, 대의제 민주주의도, 공권력에 대한 신뢰 역시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정원이 자행해온 정치공작과 대선개입의 진상과 축소은폐 의혹을 명확히 밝혀 그 책임자를 성역 없이 처벌하고, 철저한 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보수와 진보, 사상과 정견의 차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에 앞장서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그 사건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대통령의 역할을 무책임하게 포기하며 정략적 자세를 드러내는가 하면,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며 책임자 처벌과 전면적 개혁을 수용해야 할 국정원은 국회 2/3의 동의를 얻어야만 공표가 가능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 정국의 방향을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려는 제2, 제3의 정치개입에 나서고 있어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특위 위원 구성문제를 구실삼아 20일 가량 국정조사를 사실상 거부했으며, 국민의 기대 속에 마침내 열린 첫 번째 기관보고에서도 국정원 불법행위 조사의 취지를 망각하고 국정원의 행위를 두둔하는 모습을 뚜렷이 드러냈습니다.
남아 있는 오직 하나의 희망은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위대한 우리 국민들입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진리를 갈구하는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섰고, 그것은 각계각층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서울에서만도 5천으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매주를 거듭하면서도 식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도 주중과 주말 가리지 않고 촛불집회가 몇 주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국민적 열망을 모아 국민적 요구를 완전하게 성취하는 그날까지 함께하기 위해 전국 연석회의를 거쳐,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1.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의 전모를 정확하게 밝히고 바로잡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국정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합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국정원의 불법행위조차 인정하지 않고 국정원의 행위는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새누리당 소속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주장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국정원의 불법행위의 진상을 밝히는데 협조할 것을 촉구합니다.
2. 우리는 지난 대선 시기 박근혜 당시 후보가 “이번 사건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과 여성인권 유린이며, 만일 증거가 없다면 책임 질 것인가”라고 말한 것을 국민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 당시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있게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에 앞장서지 않은 채, 국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점과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라고 방치하고 있는 등 매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보다 분명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3. 우리는 국민적 열망을 무시하고 국정원 사태에 대한 시민행동들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는 주요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적 관심 사안에 대한 사실보도를 위해서 국정원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활동을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촉구합니다.
4. 우리는 사죄와 반성은커녕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포기가 맞다”는 대변인 성명 등 정보기관의 활동범위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국내정치사안에 개입하며 ‘국정원이 지배하는 나라’를 획책하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즉각 해임과 해체 수준의 전면적인 국정원 개혁을 촉구합니다.
5. 우리는 “대선 전에 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서 읽어봤다”고 발언하고 12월 17일 부산유세에서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국정원이 보유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낭독한 김무성 의원의 사례, 권영세 의원의 녹취발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난 대선 전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던 자료가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활용되고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며, 이 또한 국정원의 정치개입 행위인 만큼 이것의 진상도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함을 촉구합니다.
6. 우리는 작년 12월 16일 경찰의 조작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 경찰의 수사발표를 예고한 새누리당과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 내용, 그리고 경찰의 심야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후 바로 발표된 국정원 입장 등을 고려했을 때,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과정도 경찰의 독립적인 판단이 아니라 여권과 국정원과의 교감 속에 나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점에 대해서도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을 촉구합니다.
7. 우리는 이미 검찰이 기소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외에도 불법행위에 가담한 국정원 간부들과 직원, 그리고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 등 경찰관들에 대해서도 전원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8. 전국연석회의에 함께 한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진실과 정의의 요구들을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보다 완강하고 끈질기게 활동할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전국연석회의를 계기로 형성된 대오를 통해 전국단위의 소통과 협력의 끈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전국의 현장으로 돌아가 동시다발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특히 국정조사가 막바지에 이를 8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는 전국 각지와 해외를 망라하여 동시다발 촛불집회를 진행함으로써, 진상규명을 향한 국민적 열망과 압력을 집중적으로 표출할 것입니다. 만일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 국민적인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3. 7. 25. 국정원 공작 시국회의 전국연석회의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