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길이 제한때문에 bgm경고를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BGM:The Verve-Bittersweet Symphony. ebs의 지식e에 bgm으로 사용되었죠. 가사가 본글과 어울리지 않아 죄송하네요.
개인적인 상상을 이래저래 풀어 써갈기는 글이므로 흥미롭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굉장히 깁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마구 써져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무책임한 상상이므로 너무 화내지 말아주세요.
지금부터 쓸 난잡한 글은 제가 어렸을때, 세상에 스마트폰이 없었을때, 전화카드라는 물건이 남아있을때부터 하던 여러가지 잡생각들의 간략한 정리본입니다.
메트릭스등의 sf 영화 팬이시던 당시 과학 선생님께선 교과 과학수업보단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시기 좋아하시던 분이었고 그래서 인공 카메라눈의 이식이나 인공지능에 대한 고찰등의 흥미로운 주제를 수업시간에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방학숙제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책을 만들어오라 하셨고 여러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발점이자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실세상은 너무나 고난이도입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간단한 염원을 이루기 위해 수반하는 기술의 양이 과도하게 많다라는 겁니다. 게임으로 치면 해상도도 극한으로 높으며 초당 프레임수는 무한, 물리엔진은 필요이상으로 디테일합니다.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쇠덩어리 하나를 날린다고 합시다. 마법적인 상상으로 한다면 그냥 쇠덩어리가 날아가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를 기술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비율의 금속을 녹여 절삭 가공해 만든 총열에 강선을 새겨넣고, 약실의 압력을 계산해서 적당한 강도의 약실과 작동부품들을 설계합니다. 총을 만드는거죠. 거기까지 하고도 탄두와 화약을 사용해 발사하기 위한 것 만으로 부수적으로 탄피와 뇌관까지 사용되고 허공에 낭비하죠. 탄도도 계산해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거라곤 쇳조각 하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날린 사실에 불과합니다. 기초적이라할 재래식 병기의 원리조차 이정도입니다.
자원도 한정적입니다. 게다가 화학에너지를 담은 석유를 열에너지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운동에너지를 얻는 보편적인 엔진의 효율은 5할이 채 안됩니다.
사방에 널린 태양광 에너지를 인간의 몸이 흡수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여 공급하는데에는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수많이 거치죠.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생채병기들처럼 등에 전기코드를 꼽아서 생체에 전원공급을 하는게 불가능합니다.
현실세계는 너무나 난이도가 높습니다. 게임으로 치면 아주어려움 난이도를 두번 번갈아 뺨치고 덤으로 하이킥을 날리는 수준입니다. 마치 신이 감히 인간주제에 자신을 넘보지 못하도록 난이도 상향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서 드는 생각입니다. 과학을 포함한 수많은 지식을 접하고 주워듣다보면 마치 허망하다싶을 정도로 드는 생각이 있는데, 잘난척하는 것 처럼 들릴지 몰라도 옛말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즉시색 색즉시공. 모든건 비어있으며 실재하지 않고, 그렇다고 의미없는것도 아니며, 중요한건 그 구성 구조, 즉 정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위 그림을 보면 삼각형 세개라고 인지합니다. 선으로 그려진 삼각형의 선도 사실 두깨가 있으므로 선이 아니고, 나머지 둘은 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나마 하나는 색도 다릅니다. 하지만 삼각형이란 개념은 존재하죠. 무엇으로 구성되었느냐, 무슨 색이냐 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가 느끼고 인지하는 것을 그대로 똑같이 재현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것을 같이 인지한다면 그것이 가짜라고 해도 진짜로써의 가치를 지니게된단겁니다. 마치 실제로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돈이 재물의 가치를 지니고 더 나아가 전자화폐까지 등장한 것 처럼 말입니다.
이때 떠오르는게 가상현실입니다. 일단 가상현실상의 정보를 직접적으로 인지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안의 것을 꾸미는 건 비교적 간단합니다.
이제야 머리에 쓰는 입체 모니터와 모션인식 장갑이 나왔지만 가상현실 자체는 겉보기에는 거의 현실 수준의 정밀성을 이미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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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머리에 쓰는 입체 모니터와 모션인식 장갑이 나왔지만 가상현실 자체는 겉보기에는 거의 현실 수준의 정밀성을 이미 지녔습니다.
(유머게시판에서 많이 보신 짤일겁니다ㅎㅎ)
일단 가상현실을 우리의 현실로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은 그곳의 신이 됩니다. 현실에서 신이 될 수 없다면 신이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그 속으로 들어가는겁니다.
현실에서 상공 50미터에 코끼리를 소환하고 지면에 낙하시켜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게 하는건 우리의 상상력으론 불가능합니다. 가능한지도 알 수 없는 물리법칙을 넘어선 기술을 습득해야 하겠죠. 하지만 굉장히 어려워도 일단 완벽한 가상세계를 구현해낸다면 인간은 그곳의 접속자임과 동시에 관리자입니다. 코끼리 따위가 아니라 순간이동에 물체의 복제, 활동 로그를 바탕으로 시간을 되돌리거나 멈추는것도 가능할테죠. 엎지른 물을 다시 컵에 담는것도, 엎질러지고 있는 물을 허공에 멈추어 숫가락으로 떠서 되담는 것 조차 가능합니다. 스스로 담기게게 할 수도 있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초거대 우주유람선도 돈한푼 들이지 않고 궤도에 띄워놓을 것이며(애초에 궤도의 의미조차 필요 없겠군요.) 최고급 스테이크의 맛을 재료와 노동의 걱정 없이 무한 복제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더욱 너무 나아가 영혼도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전자적인 기계의 몸에 영혼이 깃든하고 하여도 그걸 인간이라고 인정하고 대우해주어야 한다. 인공지능도 감정을 가지고 자유의지가 있다면 하나의 인간이다. 만약에 인간의 인격이 기계에 복제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사람이고 타인이자 동일인이며 복제시점부터 둘은 분기되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지요.
하지만 인격을 복제하는것을 영구보관에 대한 수단으로 한다는 생각에는 금방 회의적이게 됐습니다. 자신을 기계속에 전자화해 복제해서 이식, 영원히 살게 한다고 해도 내가 영원히 사는것과는 다른 이야기란 겁니다. 물론 복제된 나의 영혼도 내가 맞으며 그도 자신이 '나'라고 느끼며 단지 복제된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을 살다 기계 속으로 이동했다고 인지하겠죠. 그리고 그 안에서 죽지않고 살아갈겁니다. 하지만 원본 버전의 나에게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가 되죠. 즉, 미래에 꿈같은 세상이 생겨나도 자신이 살아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 만큼은 원본품으로 살려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상상한 세상을 실재로 만들고 그곳에서 영원히 살려면 발전된 가상현실기술, 현실의 몸(또는 뇌만을)을 살려둘 생명유지기술, 그리고 이 모든걸 만든 후에 가동시켜줄 핵융합발전이 실현되어야합니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또한 소수에 의한 독점이 이루어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전 지구적인 건설에 착수할 수 있다면 인류는 행성을 자동공장으로 만들고 유지보수 시스템을 만든 후에 모두가 잠들것입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 누구도 죽지 않고 아프지도, 다치지도 않으며 현실에서 보던사람들을 현실과 똑같은 곳에서 여전히 만날 수 있지만 거기에 추가적으로 마법적인 기적들을 일으키며 살겁니다. 자원과 식량에 대한 걱정도 없이 영원한 휴가를 떠나게 되겠지요. 자원과 부, 노동, 분쟁, 재화의 의미와 가치가 상실됩니다. 당신이 취미로 영화제작을 가진 덕후라면 현실에서 제작비가 수조원이 들어갈만한 도시 하나급의 세트를 지어 쳐부수는 액션영화를 공짜로 찍을 수도 있고 상상하는 씬을 기록하는 보조기술에 도움받아 일주일만에 영화를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더이상 남의 나라에게서 무언가를 뺐어올 궁리를 하지 않아도 되죠. 작곡가는 음표를 그릴것도 없이 머리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십수개의 파트가 합주하는 노래를 기록할 수 있죠. 음원을 공짜로 풀어도 손해볼 것 또한 없습니다.
거래의 의미도 사라집니다. 남의 것이 갖고싶으면 복사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심심하면 낙하산 없이 빌딩에서 떨어져봐도 되고 먹던 음식을 남겨도 아까울게 없으며 용암에서 수영을 해도 안전합니다. 서바이벌 게임을 실탄총으로 할수도 있고 역산해서 구현해낸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문뜩 우리가 여태 외계문명을 만나지 못한 이유중에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문명의 최종 발전상태중에 하나가 이것이며 여기에 다다르면 발전을 정체시키고 문명이 인공낙원안에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봉인시키는것 아닐까 하고요. 영양분 생산과 공급, 유지보수 부품 생산, 에너지 발전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구하는것 정도의 기초작업(지금의 우리 입장에선 까마득하지만)들은 자동공정으로 돌려놓은채 말이죠.
기존에 소수 상류층에 독점되어 수세기 후에야 보편화되던 첨단 기술들과는 달리 자원과 부를 무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인만큼 확실시되는 순간 분쟁과 독점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상상도 하곤 합니다. "순수한 지배욕"을 충족시키려는 이유가 아닌 이상 혼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혼자 천국같은 세상에 들어가고 현실에선 그걸 가동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부릴 필요가 없단겁니다. 다 같이 들어가도 손해볼게 없거든요. 행복한 상상이죠.(물론 그러기까지 대공사가 이루어져야 할것이고 그게 순조로울지도, 그시점까지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낙천적인 상상의 경우죠.)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 모든 기술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을 만드는 것은 이미 꽤나 현실적이게 발전했고 그걸 우리에게 입력하고 출력값을 얻어내는 기술은 우리의 감각기관에 의존해서 이루어지는 수준까지는 다다랐습니다. 3D 프린팅과 스캐닝 기술도 발전하고 있죠. 뒷받침할 컴퓨터의 연산능력도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레벨로 뛰어오를지도 모릅니다. 생명공학은 지금까지의 어떤 시대보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들이 사고를 일으키며 주춤했지면 세계의 국가들은 핵융합 기술을 절대 포기하지 않죠.
새로운 세상과 그걸 보여주는 눈, 남겨둔 몸을 감싸줄 요람, 그리고 이 모든것에 힘을 불어넣어줄 무한의 빛이 완성되는 날이 내가 눈뜨고 있는 시대에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미래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이 주목받으며 세상의 여러 지성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더군요.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할지도 모르며 사실상 우리 문명을 스스로 통제하에 두어서 그것의 출현을 의도적으로 막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출현했을때 인류는 멸종과 구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더군요.
전자의 경우 그는 전능한 힘으로 인류를 배제하고 행성 전체를 거대 컴퓨터로 만든 후 수만년동안 자신의 주 목적인 멋진 입간판 글자의 디자인을 위한 연산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개발자들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겠죠. 그의 의미없는 행동의 이유또한 우리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후자의 경우 출현 후 며칠만에 인류 문명의 연구성과를 초월하는 지혜를 이룩하고 어쩌면 제가 상상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 인간들을 보살펴줄지도 모르지요. 인류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절대적인 힘에 의해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관리됩니다.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멸망,
혹은 구원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동시에 수십년 후에 멸망할 수도, 천국이 될수도, 아니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는 세상앞에 스스로가 너무나도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말 기대대긴 하군요. 담배따위 펴볼 생각도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짛!!
허무맹랑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