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모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남학생이에요.
전 어릴 때 부터 육군 장교가 참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체격도 좋았고, 외모도 준수하게 생겼다고 절 칭찬하던 사람들은 난 군인이 될거에요! 라고 말하면 '너 같은 사람이 굳이 왜 장교를 하냐? 너에겐 더 잘 맞는 다른 일이 많을 것 같다.'라고 말렸는데도 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뜻도 없는 대학교에 들어갔었고... 21살, 2학년 때 ROTC 합격했습니다.
세상이 모두 제 것만 같았습니다.
공부를 딱히 잘 하는 편은 아니였기에 사관학교에 뜻을 두진 않았지만, 어쨌든 제 자신이 장교로 거듭나게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더니, 제 자신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가득차게 되었어요.
집도 부유한 편은 아니기에 제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었단 안일한 안도감 또한 들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정말 말 그대로 '생각없이' 살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막' 살던 저는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게 되어, 기초군사교육 입소를 앞둔 시점에서 제적이라는 결과로 제 오만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2017년 2월, 제게 3학년 1학기 개강을 앞둔 시점이였습니다.
개강까진 한 달 정도 남았던 시점인데,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평소 사교적이던 제가 제 방문을 열고 나갈 때는 화장실에 갈 때, 그 때가 전부였습니다. 눈을 뜨면 저와는 달리 지금쯤 열심히 훈련 받고 입단식을 준비중인 제 동기들이 자꾸 생각나고, 실제로도 핸드폰을 켜면 동기들의 수료식 카카오톡 사진이 보이고... 그래서 그냥 깨어 있는게 싫었어요.
어떤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잠을 잤어요. 잠을 많이 자면 잠이 안 온다고 하잖아요? 그 땐 술을 마시고 억지로 잤습니다.
아, 또...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경솔했던 생각이지만 다리 난간 위에 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저희 집에서 서울을 갈 때 버스를 타면 한강이 보이거든요? 햇빛이 비추는 낮에 보면 잔잔한 물결이 보이는 아름다운 한강이 한밤중에 난간 위에 서서 내려다보니 너무나도 검다 못해 물결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냥 큰 검은 도화지가 있는 느낌?
그래서 죽는건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뛰어내리는것은 포기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한심하죠?
집에 나갔다 돌아왔는데, 외동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을 믿어주시고 걱정하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라고 결심해서 결국 휴학도 하지 않고 이번 64기 학사사관에 지원했지만, 결국은 최종전형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덤덤하더라고요. 제적 통지서를 받았을 때와 비교해보면요.
'엄마, 나 제적됐어.'
'...왜?' 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다가 울음이 터지면서 저도 모르게 말했어요.
'나 이제 어떻게 살지?'
학군단 건물 운동장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을 땐 정말 산지 2주 지난 아이폰이 침수라도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펑펑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이번엔 그냥... 안됐네. 하고 말았어요. 어쩌면 저도 모르게 제 자신이 '이번 시험에서 안되면 내 길이 아닌걸 깨끗하게 인정하고 물러나자, 그러니까 됐을 때 잘했어야지.' 라고 다짐했었나봐요.
그래서 전 군인의 꿈을 이제부턴 가슴 속에 품고 살려고 합니다.
군인의 길을 선택했음으로 인해 사라진 다른 길들이 언젠간 제게 다시 보이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려고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딱히 누구한테 말 할 사람이 없어서 대낮에 길게 적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