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으로 2009년 출범한 엘에이치 공사는 통합을 앞둔 2008년부터 구조조정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700여명을 감축했지만, 이 기간에 공사 전체를 통틀어 정규직으로 채용된 단 1명이 홍 대표의 처조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 대표는 처조카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서 토지주택공사 통합법안을 직접 발의하고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21일 엘에이치공사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홍 대표의 처조카 ㅊ(29)씨는 2007년 8월 ㅅ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2월 주택공사의 도시개발단 택지보상판매팀 촉탁직으로 채용됐다. ㅊ씨는 1년2개월 뒤인 2009년 4월 경제활성화지원단으로 부서를 옮긴 뒤 20여일만에 5급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다시 1년7개월만인 지난해 12월에 4급 대리로 승진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통합이 가시화됐던 2008년 이후 정규직 신입사원은 물론 매년 뽑던 인턴사원도 전혀 뽑지 않았다. 즉시 실무에 투입하려고 뽑은 촉탁직도 2008년 이후 28명에 불과했다. 앞서 주택공사는 2003년 이후 촉탁직을 모두 56명 뽑았는데, 일반 촉탁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ㅊ씨가 처음이었다. ㅊ씨 외에 촉탁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2005년과 2007년에 각 1건씩 있었지만, 이는 주택공사 소속 레슬링 선수들로 국제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정규직 전환 조건을 갖춘 경우였다.
ㅊ씨가 정규직으로 채용된 시기가 두 공사의 통합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하던 시기라는 점도 석연찮다. 엘에이치공사는 통합 전 7367명이던 정규직원을 2012년까지 5600명으로 줄여야 한다. 전체 직원의 24%인 1767명을 잘라내야 하는 엘에이치공사는 실제 지난 7월 기준으로 5차례에 걸친 명예·희망퇴직 등으로 783명을 감축했다.
ㅊ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당시 인사위원회 검토 의견에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 수행을 위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나, (주공과 토공의) 통합 등 공사 전반적인 인력 운영상 즉각적인 인력충원이 어려워 최씨의 정규직 전환채용을 건의한다’고 돼 있다. 구조조정으로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촉탁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논리인데, 2008년 이후 783명이 감축되는 동안 이런 논리로 채용된 정규직은 ㅊ씨 단 1명뿐인 셈이다.
해당부서에서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ㅊ씨의 경력에는 허위사실도 기록돼 있다. ㅊ씨의 경력란에는 ‘동대문구청 총무과 계약직’이란 항목이 유일한데, <한겨레>가 동대문구청에 확인한 결과 ㅊ씨는 계약직으로 일한 기록이 없었다. 이에 대해 ㅊ씨는 “출산휴가 간 직원을 대신해 3개월 정도 일했다”며 “정규직 전환은 부서가 확대되면서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전환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ㅊ씨의 채용 과정 탓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대표는 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8년 10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듬해인 2009년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끌었다. 당시 토지공사 노조와 야당은 통합에 반대했지만, 부채가 많은 주택공사는 통합에 목을 매던 입장이었다. 주택공사에 홍 대표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주택공사가 ㅊ씨의 정규직 전환 인사발령을 낸 5월6일은, 공교롭게도 토지주택공사 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1주일 뒤였다.
홍준표 대표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김기현 당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