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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는 아니지만 예전에 황당했던 경험.(약 스압)
게시물ID : car_58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취취
추천 : 1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1/29 19:18:29
한 6년 전에 스포츠센터에서 일할 때 얘기입니다.

출퇴는 용으로 오토바이 한대를 사서 타고 다녔어요. 저희센터는 건물의 꼭대기 층인 7층이었는데. 
항상 지하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올라갔지요. 
오토바이가 주차공간 하나를 차지하는게 좀 미안해서. 
통행로에 방해 안 되는 주차라인 옆에 항상 세워뒀는데.   

그날 밤12시 쯤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내려왔는데. 
오토바이 위치와 각도 등이 뭔가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저곳 살펴보니 사이드미러 하나 깨져있고.
좌측부분 곳곳이 긁히고 까지고.ㅜㅜ

일단 늦은시간이라서 그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 했습니다.

처음에 시동 거는데도 오래 걸리고, 축대라고 하나? 
그것도 휘어서 핸들을 똑바로 놓고 가는데 자꾸 조금씩 우측으로 가더라고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관리실에 가서 씨씨티비를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그 건물에 학원이 있어서 애들이 장난으로 만지고, 타 보다가 넘어뜨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차가 주차를 하려고 후진하다가 제 오토바이를 박아서 넘어뜨리고.
그 상태로 계속 후진해서 오토바이가 바닥에 쓸렸습니다.

나중에 아줌마로 보이는 운전자가 내려서 상황을 파악하더니.
근처에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해 같이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운 후 엘리베이터 쪽으로 종적을 감춥니다.

헐...

동 시간대 다른 씨씨티비를 다 확인해서 그 차량의 출입영상을 확보했는데.
일단 녹색 계열의 구형 벤츠 라는건 확인했어요.
씨씨티비 화질이 좋지 않아서 차번호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영상을 씨디에 담아 관할 경찰서로 가서 신고했죠.
구형 벤츠에 색상도 특이해서 금방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저희 센터 건물에 주차하는걸 보니 근방에 사시는 분 일테니까요.

근데 경찰서에서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네요.
전화를 하니 차번호가 보이질 않는다는 소리만.
그 근처에 구형벤츠 검색하면 범위가 좁혀지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안 되겠다 싶어서 영상을 또 씨디에 옮겨서 퇴근 하자마자 컴퓨터에 앉아서 계속 돌려봤죠.
출차하는 장면을 계속 끊어서 보다 보니 그나마 차번호가 흐릿하게 보이네요.

바로 캡쳐해서 포토샵 돌렸어요.
아니ㅋㅋㅋ포토샵도 아니고 싸이월드요.ㅋㅋㅋ
싸이월드에서 선명하게-저장. 그사진 다시 선명하게-저장. 이런식ㅋㅋㅋㅋ

3-4번 하다보니까 차번호가 대충 나옵니다.
두 가지 경우의 차번호를 들고 경찰서로 다시 갔어요.
두 가지 번호를 알려주고 검색 좀 해 달라고 했고.
검색하니까 바로 나왔어요.

차주는 저희 센터 건물 4층 교회 목사님 이라네요.
경찰이 먼저 그 쪽에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그 당시 운전은 목사님 부인이 하셨고요.
그 쪽에 동의를 얻고 나서 저에게 사모님 번호를 가르쳐 줬습니다.
경찰 아저씨가 웃으면서 한다는 소리가.
"아고. 저희가 해야 될 일을 본인이 직접 하시고. 아무튼 감사하고 좋게좋게 해결하세요."

센터로 와서 사모님과 통화.

나- 아.안녕하세요.그 오토바이 주인인데요.넘어뜨리고 그냥 가셨더라고요?

사- 그거 다시 세워놨잖아요.

이 때 부터 어이가 없어서 저도 까칠하게 나갔습니다.

나- 아줌마. 이게 무슨 애들 자전거도 아니고 그냥 세워 놓으면 끝 입니까?

아- 아니.그거 얼마나 한다고.세워놨으면 됐지.뭘 그래.

나- 사모님.4층 목사님 사모님이라면서요.저도 7층 센터에서 일 하는데요.사고를 냈으면 사과부터 하시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사- 아니.미안한건 미안한데 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일부러 그냥 간게 아니고.

나- 네.그건 알겠는데요.수리비는 받아야 될 것 같아요.생각보다 많이 상해서요.

사- 그 부분은 제 보험사랑 얘기하세요.(딸깍)

그리고 저는 수리 견적을 받았는데 110만원 나왔어요.
축대 잡는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보험사 직원이 센터 앞으로 찾아왔는데 자꾸 80에 합의 보자고 해서.
그럼.제가 오토바이를 고치든 그냥 타든 상관하지 말라는 조건하에 80에 합의 봤어요.
그리고 사이드 미러만 교체하고 타고 다녔어요.

나중에 보험사 직원한테 얘기를 들었는지 사모님이 전화해서 그깟 오토바이 좀 넘어뜨린걸로 뭐 그렇게 수리비가 많이 나오냐고 따지셨어요.ㅋㅋㅋ

그래서 사모님이 보험사 직원한테 떠 넘기고 회피 하셔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냐고. 보험사 직원이 오토바이 상태랑 견적서 확인했으니 저한테 따지지 마시라고 하고 끊어 버렸네요.

아무리 오토바이가 하찮게 보였어도 그렇지.
사고를 냈으면 연락처라도 남겨놓고 가시지.

그 사모님의 사고 후 대처하는 태도.
그리고 경찰의 사고접수 후 수사하는 태도.

둘 다 참..씁쓸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음..마무리는..

안전운전!!
그리고 작은 사고라도 회피하지 말고 책임지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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