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단어를 좋아하게 만드는 마법
극혐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왜 이렇게 했냐고 묻는 건지 그냥 겁나게 나무라는 건지 잘 분간이 안 갔지만 어쨌든
다다다다 듣고만 있자니 짜증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니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다
"지금 그거 변명밖에 안 되는 거 알죠?"
라고 물으면
내가
아뇨 라고 대답할까?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서 일을 했는데 거기다 대고 왜 그렇게 했냐고 물으면
일을 아예 그냥 개판으로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너무 속이 상해서 친구에게 전화로 종알거렸더니 친구가 그럴 땐
뉘예 ~ 뉘예~~~~ 하라고 하면서 지어주는 표정이 너무 웃겨서 크게 웃은 바람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왜 묻는지도 모르겠고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앞 뒤 상황 가리고 따지지 않고 진짜 찰나만 보고 판단하고 뭐라고 하는 거 정말 지긋지긋하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내 우울증이 병원 신세를 질 만큼 심각해진 것도 그쪽 영향이 없지는 않은데
내가 그냥 심심하면 툭 치고 보는 그런 솜뭉치쯤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걸까
정말 싫다
이런 모욕감
이런 쓰레기 같은 상황
왜 그쪽과 나는 동등하게 '대화' 할 수 없을까
그쪽이 그쪽 의견을 얘기했으면 나도 내 의견을 얘기하고 그랬어요 오고 가고
근데 뭐냐
ㄱ짜증